다음 주엔 막내의 짐을 싣고 북가주의 스탠퍼드로 올라갑니다. 이번에 막내는 자신의 자동차도 갖고 올라가려 합니다. 2007년 형 토요다 프리우스인데 요즘 자동차 나이로 보면 요물 덩어리라 해야겠지만 지금도 말썽 없이 잘 달립니다. 그래도 먼 여행이라 Norwalk에서 지인이 하는 자동차 샵에 갖고 갔습니다. 딸과 같이 갔는데, 차 안에서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같이 가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지인에게 전체적 첵업을 해달라 했지요. 그가 점검해 보더니 대체적으로 좋은데 벨트 하나가 금이 갔다 하더군요. 만일 이것이 가는 도중에 끊어졌으면 고생을 좀 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것 만으로도 오늘의 전체 점검은 잘 한 결정이었습니다. 나비의 날갯짓이 미래에 태풍을 일으킬 뻔하였는데 잘 막았습니다. 자동차의 부동액도 바꾸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데 왜 그리 졸린지 그만 꼬박꼬박 졸았습니다. 그러다 잠시 깨어도 몸이 찌뿌둥하여서 침대에 누웠더니 수렁같은 잠에 빠지더군요. 오랜만에 낮잠을 잤습니다.
약 1시간 반을 잤는데 긴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선 아마 하루가 지난 것 같으니 시간이란 참 기기묘묘한 차원입니다. 꿈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과거의 상관이 나에게 데이터 분석을 의뢰하는 전화였습니다. 그런데 그 상관은 십 수년 전에 돌아가신 것을 아는데 꿈에선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선셑의 메디칼 센터에서 보내 줄 자료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 긴 꿈이었는데 현실에선 겨우 한 시간 반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이렇게 우리에게 뭔가를 보여주는데 우리는 아직 그들이 보여주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양자역학이 특수한 계기로 발전을 거듭하여 이 시간의 비밀을 풀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루나는 나의 이런 바쁜 일정 덕택에 종일 심심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가자' 한 마디 하였더니 귀신같은 뇬이 말을 알아듣고 껑충껑충 날뜁니다. 차에 태워 나의 영지인 '뉴 캐슬 팍'에 데려갔습니다. 대 여섯 사람이 보였는데 두 가족인 것 같았고 모두 3~4 살의 아이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들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테니스 장 옆의 좀 좁은 공터로 가서 놀았습니다. 담벼락에 늘어선 후추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어서 선선하니 참 좋았지요. 푸른 잔디 위에서 공을 던지면 신나게 달려가서 물어오는 루나, 그리고 그 공을 차고 던지는 나도 모두 신명이 난 아이 혹은 무당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한참을 놀다 집으로 돌아와 이 글을 씁니다. 낮잠도 잤고 공원에서 좀 뛰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지금 몸이 아주 기분이 좋다고 노래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