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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 ~ 부다~"... 검봉산 산행기
전날에 이어 새벽 날씨가 차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2˚C.
山行地 <江村>의 온도는 더 내려갔으리라.
훌랄라~!
일요일 아침 도심을 통과하는 지하철 2호선은 즐겁다.
자리가 텅텅 비어 쾌적하고, 빠르기도 조금 더한듯하다.
한 시간 가까이 가는 길이라 잠깐 눈을 부쳐보려 들지만
습관이 되지 않아, 그저 건성으로 눈만 감았다 떴다 해 본다.
성수역을 지나니 강남방향의 승객수가 늘어난다.
옆자리에 놓았던 배낭을 슬그머니 무릎위로 옮겨 온다.
8시 20분. 정확히 약속시간에 동서울터미널 도착.
무슨 긴 여행이라도 떠나는 듯 대합실 의자에 심각히 앉아있는 친구들.
진지하게 햄버거를 먹는 두 친구의 표정에 속웃음이 절로 나온다.
<당근> 있어야 할 신아무개 황아무개 등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아쉬움 반, 그리움 반… 미팅 가서 바람 맞는 기분이 이럴까?
8시 35분 출발. 요금은 6,800원. 아홉 명이다.
강oo, 김oo, 김xx, 박oo, 박xx, 유oo, 이oo, 조oo, 주oo.
버스 또한 빈자리가 많다. 여유 있게 앉아 이번에는 정말로 잠을 청한다.
유oo, 박xx이 옆자리에 정겹게 나란히 앉아 있다.
중고등학교 6년에 대학까지 같은 科였으니 그 緣도 꽤나 징하긴 하다.
“나는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이 있어 건강도 지키고 외롭지도 않아…”
느닷없이 유oo의 <뺑뺑이> 예찬론이 왜 나왔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조oo은 연방 콧물을 뽑아낸다.
청계산 등 삼일째 山行 강행군에 감기까지 걸렸단다.
그래도 밝은 표정과 함께 내뿜는 <구랏발>에는 흐트러짐이 없다.
버스는 한 시간도 채 안 걸려 江村에 도착.
능숙한 짐꾼들처럼 배낭을 짊어 메고 곧바로 산행시작이다.
여느 산악회처럼 안내판 앞에서 經路설명을 한다거나
맨손체조로 몸풀기를 하는 식의 번잡한 세레모니는 물론 없고
무표정한 얼굴로 두셋씩 짝지어 진입로 방향으로 걷는다.
뭐라고 큰소리치며 떠들어댈 친구도 있을 법한데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
언뜻 스치는 바람이 서울과는 다르다.
아직은 초록빛이 더 많은 山과, 반짝이는 江에 연황금빛 햇살이 어우러져
관광지임에도 고즈넉한 아침 분위기가 서울주변 산행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다들 침묵하고 있는가?
스쿠터, 2·3인용 자전거 등 온갖 탈것들의 대여업소가 길 따라 즐비한 중에
<사발이(네바퀴 오토바이)사고를 조심하라>는 경고판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퍼뜩, 내몽고 초원에서 30분에 100위안을 내고 <사발이>를 탔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운전미숙으로 <사발이>를 뒤엎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두발 보다 네발짜리 탈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니, 알고도 모를 일이다.
밖에서 보니 유oo의 행색이 눈에 띈다.
이번 산행을 위해 새로 일습을 갖추었단다.
배낭에, 신발에, 겉옷 속옷에, 지팡이까지, 과연 우리의 회장님이시다.
브랜드명은 잘 모르겠으나 솔치 않게 <쩐> 바른 티가 풀풀 난다.
잘 생긴 얼굴에 썬그라스까지 걸치니 영낙없는 <실베스터 스텔론>.
oo期의 간판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인물임을 다시 한 번 공감한다.
도로를 벗어나 산행 길에 접어든지 몇 分.
본격적인 오르막을 앞두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멈춰 서서 옷들을 갈아입는다.
두꺼운 겉옷들을 벗고 T셔츠나 조끼 바람으로 몸을 가볍게 한다.
그러면서 비로소 말문이 열리고 표정들이 풀린다.
“시방부터 우리들 세상에 왔다!”는 이야기인가?
<검봉산> 의 특징은 초장부터 <깔딱이> 라는 점이다.
한참을 가면 산림속 오솔길이 편안하지만 처음 얼마간은 <아니올씨다> 다.
돌길에, 바위에, 만만치 않은 경사에, 초보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힘들어 할 코스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울 일은,
oo期 일행중 아무도 속칭 <개기거나>, <폭탄>인 친구가 없다는 점이다.
때로는 빠르게, 어느 때는 천천히, 오이조각으로 페이스조절까지 하면서
모두가 늠름히 씩씩하게 대오를 지어 앞으로 나아간다.
백 몇십회의 산행을 거쳐 오는 동안 다져진 각자의 체력들이
실로 <개 구라> - 말잔치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첫 번째 쉼터에서, 약속된 친구들과 합류했다.
성북역에서 따로 기차를 타고 출발한 김**, 유xx, 지oo이다.
당연한 만남이라서인지 눈물겹도록 반갑거나 하지는 않았어도
산중에서 동지들과 예정대로 접선(?)하는 즐거움은 또 별나다.
유xx의 빨간 웃옷, 김**의 카우보이 모자, 지oo의 점잖은 안경테가
모두 유난히 멋져 보인다.
행군 속도가 빠르다보니 템포를 조정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대로 가다보면 중식과 下山 뒷풀이 이벤트간의 인터발이 문제였다.
결국 정상을 넘기 전 11시 30분경에 점심자리를 펼치기로 했다.
조oo의 휴대용 냄비 버너 일체식 주방기구가 눈길을 끌었다.
라면을 두 번이나 끓여 서어비스하면서, 지는 정작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강oo의 보온병에서 나온 우거지국은 한마디로 따봉 이었다.
최고의 해장국을 산에서 맛보다니, 다만 量부족이야 어찌할 수 없는 일이고.
유oo의 찬합도시락도 일품이었다.
계란말이, 불고기, 명란, 시금치 등에다 김까지…그대로 말면 바로 고급<김밥>이었다.
박xx의 김치도 장난이 아니다. 아예 한 포기를 비닐에 넣어 왔으니.
박oo의 배낭은 화수분이다. 이것저것 맛있는 메뉴가 끝도 없이 나온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의 쵸콜렛까지… 세심한 배려가 더욱 빛나 보인다.
유xx의 그 화려한 캐이터링이 요즘 다소 밋밋해졌다고 누가 한마디.
그럴 리 있겠는가? 다음 산행을 두고 보자고 또 다른 친구가 거든다.
김**이 준비한 찹쌀떡은 그 옛날 결혼식장에서 받던 답례품을 떠올린다.
이oo이 내놓은 디저트 <미국산 쌀과자>도 의외로 인기다.
너무 달아서 저어했던 것인데… 모두들 건강에는 자신 있다는 말인가?
질퍽하게 퍼질러 앉아 무지 마시거나, 늘어지는 일 없이
식사를 프로답게 간단히 끝내고 다시 산행 출발.
강oo은 역시 우리의 믿음직한 산악회장이다.
누가 하는 말. 저리 배가 뽈록 나왔어도 산에 갈 때는 기가 막히다고.
땀도 별로 흘리지 않고, 숨도 가빠하지 않으면서 앞장서서 무리를 이끈다.
때때로 툭 던지는 사투리 섞인 Y談에서 그의 진솔한 인간미가 풍겨 나오기도 한다.
oo期 산행의 쫑(終)시간과 그의 歸家시간간의 갶에 대해서는‘모르는 게 藥’이란다.
산행 중에 누가 대열을 벗어나 후다닥 맨 앞으로 뛰어 간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산꾼들을 향해 연방 카메라 샤터를 눌러댄다.
oo期의 생생한 산행기록은 그렇게 해서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우리의 호프, 영원한 <엉아> 김oo 대장이다.
그는 산행 시에도 모자를 세 개 지닌다. 용도가 다 다르단다.
그의 배낭 안팍과 행색 곳곳에는 온갖 요물과 액세서리들이 숨어 있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특별한 쓰임새가 있어 늘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믿을만한 풍문.
우리의 <친절한 oo씨> 는 인기 캪 이라고 한다.
매너 좋고, 자상하고, 분위기로 죽이고, 힘까지 좋고…특히 3학년생들에게는 <짱>이란다.
그 역시 귀가시간의 시차를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무신 눔의 **핵교 oo期는 팽일에도 맨날 산엘 가는감?” (oo의 마누라님 말씀)
사뿐하게 정상을 지나, 다시 잣나무가 옹골차게 들어선 능선을 몇 개 넘어
잔디 같은 황톳길 따라 문배마을에 들어서니 그때까지도 두시 조금 지났을 뿐.
일부는 <김가네 집>에서 먼저 자리 잡아 시식들을 하고 있고
성이 안찬 다른 친구들은 봉화산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사흘째 연속 등산중인 김oo, 이oo, 조oo, 그리고 박oo, 박xx이 남아
벗어 놓고 간 배낭들을 정리하고, 더덕구이, 부침, 도토리묵에 동동주를 시켰다.
“이집 더덕이 국산인가요?”
“모르겠소, 주방에 가서 물어봐요.”
응대하는 <싸가지>나, 손님 떠난 床 치우는 손놀림 등이 처음부터 껄끄러웠다.
부침을 둥근모양 그대로 쟁반에 담아오지 않고 반 접어 내오는 정도야 봐 준다쳐도,
동동주에 입을 대니, 이건 막걸리도 아닌 것이 약주도 아닌 것이 그렇고,
도토리묵을 한 점 들고 보니 이 또한 밀가루에 가다꾸리 뿌린 형국이라.
의견일치― 봉화산패 내려오기 전에 다른 집으로 옮기기로 했다.
조oo이 젊었을 적 실력 발휘할 때 자주 애용했다는 집엘 가보겠다고 한다.
박xx을 딸려 보내고, 나머지는 도토리묵을 그대로 남겨둔 채 다시 짐을 꾸렸다.
산에서 내려온 친구들은 지쳐 보였다. 주oo까지 배고프다고 할 지경이다.
구구한 설명도 생략하고 바로 조규섭 거점지로 발길들을 몰았다.
구곡폭포를 돌아 내려오는 길에 보니 초소도 있고 입장요금표시가 보인다.
‘여기를 돈 내고 들어올 것까지야… ’ 실소를 머금는다.
공원입구에서 머지않은 곳에 있는 <느티나무 가든>은 단체회식과 M/T전문식당이다.
조oo과 박oo이 먼저 준비를 해놔서 벌써 밑반찬 등을 다 깔아 놓았고,
본진이 도착하자 곧바로 우거지국과 훈제안주와 동동주가 들어왔다.
바비큐로 기름을 적당히 뺀 돼지고기와 쏘시지는 썩 훌륭해서 모두들 大만족이었다.
조oo의 혜안을 치하하며, 집주인과 우스개 농담 따먹기도 하다가
이래저래 괜찮은 음식 맛에 동동주까지 몇 순배 돌다보니
유oo의 판소리를 한가닥 들어야겠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만들어 졌다.
그가 마다할리 없다. 이런 때를 위해 수년간 갈고닦아온 실력이 아니던가?
창밖은 조금씩 어둑해지고, 황토 바른 벽난로에서는 마른 장작이
불꽃 좋게 타고,
적당히 매캐한 연기는 코밑을 타고 흐르는데
아직은 덜 다듬어진 우리의 소리꾼은 한껏 목청을 뽑는다.
'갈까 부다, 갈까 부다. 임 따라서 갈까 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갈까 부다.
바람도 쉬여 넘고, 구름도 쉬여 넘는,
수지니, 날지니, 해동청, 보라매 다 쉬여 넘는 동설령 고개라도
임 따라 갈까 부다.
하날으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어도 일년 일도 보련마는,
우리 님 계신 곳은 무슨 물이 막혔길래 이다지도 못 보는고.
이제라도 어서 죽어 삼월 동풍 연자되여
임 계신 처마 끝에 집을 짓고 노니다가
밤중이면 임을 만나
만단정회를 허고지고.
누 년으로 꼬염 듣고 영영 이별이 되려는가?”
oo의 열창에 박수가 터졌다.
그리고 우리는 잔을 들었다. 우정의 잔을 들었다.
'갈까 부다~ 갈까 부다~ '
(느티나무 가든 010-5490-8077, 033-261-7480 대표: 이지영)
서울행 열차는 18시42분.
용의주도한 등반대장이 할인까지 받으며 12석의 자리를 이미 확보해 둔 터였다.
유xx와 지oo이 열차안에서 마실 곡차와 먹거리를 준비해 오는 사이
몇몇은 리어카에서 파는 뻔대기를 한봉지씩 손에 들었다.
이쑤시개로 찍어 먹다가 컵째 들이키는 그 맛! 그것도 좋았다.
강촌역의 사방 벽은 온통 낙서투성이.
그런대로 젊음과 낭만이 넘쳐나는 귀여운(?) 내용들이다.
언제고 낙서의 당사자가 이곳을 다시 찾을 때 느낄 감회 또한 소중히 여겨져야 할 것이다.
무궁화호의 좌석은 편했다. 맨 앞칸 끝 여섯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유xx, 지oo, 조oo, 박oo, 주oo, 김oo 등이 유쾌하게 술을 마셨다.
“난 이렇게 함께 술 마시고 즐기는 재미 없으면 산에 안와!” 유xx의 말.
“내가 춘천에서 10년이나 산 사람이야, 모두 그리웠어!” 지oo의 말.
술자리에서는 늘 조용한 주oo, 그도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그려, 나도 니들 보는 재미로 오는 것이여~ '
통로건너편 자리에서 속으로 뜨거운 맞장구를 쳐보낸다.
청량리에 도착하니 8시 반쯤.
멀리 수원에서부터 와준 우리의 신사 김++를 바쁘게 먼저 보내고나니
남어지는 누구도 그냥 헤어질 수가 없었다.
'생맥주집에서 500cc 딱 한잔씩만!”
우리는 <딱 한잔>의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그날 밤.
검봉산을 다녀온 우리 모두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2007년 10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