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곤
2023년 9월 15일 ·
지난 8월말 36-7쯤 되는 돼지 같이 통통한 붕어 하나 낚고 나서 이제 뭐가 나오려나 싶어 계속 달천으로 출근했는데...
그게 마지막이고 이후로는 보름이 넘도록 어쩌다 7, 8치나 한둘 나올 뿐 만날 허탕이다.
그렇게 꽝 전문조사로 세월을 낚다가 지친 중에 원룸 박사장이 요 며칠 내린 비로 요도천 물색이 좋아졌다 하여 나가 본다.
마침 보를 막아 놓아 수심도 좋고 물색도 좋고 거의 흐르지도 않고..
사장은 다리 위에서 릴을 던지고 나는 다리 아래 적당한 자리 찾아 짧은 대 몇 대를 펴 보기로 한다.
낚시꾼이 거의 없는 곳이라 무성하게 자란 풀을 헤치고 들어가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장화를 신고 물속까지 길게 기어들어간 풀 대충 걷어내고
자리 주변 풀(갈대 도꼬마리 여뀌 가막사리 자리공 한삼덩굴 등등) 베어낸 다음
모기향 피우고 앉으니 한길만큼 자란 풀 속에 폭 파묻혀 나름대로 아늑하니 좋다.
오늘의 미끼는 산지렁이..
낚시점에서 사자면 한 통에 4천원씩은 한다는데
우연히 이놈들이 우글거리는 곳을 발견하여 며칠 전 잠깐 가서 백마리쯤 잡아다가
메기낚시에 열심인 박사장을 줬더니 좋아라 한다.
펄펄 날아다니는 싱싱한 지렁이. 이삼만원어치는 족히 될 듯.
그것도 언제든 필요한 만큼 가져올 수 있는 곳을 알아두었으니 미끼값만 해도 꽤 절약될 판이다.
욕심을 줄여 2.9칸 이하 1.3칸까지 다섯 대만 펼쳐 놓고
어두워지기 전에 다리 위로 올라가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대충 때운다.
그러는 사이 어두워지고 입질이 들어온다. 30-35 정도 크기의 메기와 6-7치짜리 붕어들..
메기는 대마다 고루 나오는데 붕어는 유독 1.3칸 짧은 대에서 잘 나온다.
이렇게 짧은 대에는 7치짜리 붕어만 걸려도 제법 힘을 쓴다.
꽤 굵은 메기와 붕어도 두어 마리 더 걸었는데
미처 걷어내지 못한 풀줄기에 걸려 바늘이 부러지고 목줄이 끊어지고..
어떤 놈은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물속을 휘젓다가 빠져나가고..
뜰채 갖고 내려오지 않은 게 아쉽다.
10시가 넘어가자 입질은 뜸한데 대신 씨알은 좀더 굵어진다.
50 가까운 놈을 걸었는데 들어올리다가 목줄이 터져 달아나고..
40 좀 넘는 놈은 겨우 끌어냈다.
12시쯤 대를 걷고 조과를 합쳐보니
내가 메기 40 이하 여섯, 동자개 둘, 누치 하나, 붕어 5-7치 여섯 등,
박사장은 메기 45짜리 둘에 작은놈 하나, 대신 30 가까운 동자개 두엇.. 그리고 붕어 몇 마리. 제법 푸짐한 조과다.
무능한 붕어조사에서 훌륭한 잡조사로 탈바꿈하여 흐뭇해하며 들어와 씻고 나오는데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좀 꾸물거렸더라면 홀딱 젖을 뻔.
새벽..도 아니고 아침 8시쯤 옥탑방 김씨의 전화가 잠을 깨운다.
좀 낚은 거 있음 매운탕 끓이자고..
우리 건물에서 유일하게 마누라랑 사는 친구..
건너오라는 소리에 가 보니 매운탕이 한솥이다.
아침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군침이 돈다.
박여사의 매운탕 솜씨가 꽤 좋다.
전에도 얻어먹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맛이다.
그때는 고추장을 많이 넣었고 이번에는 된장을 더 넣었다고...
오늘처럼 추적추적 가을을 재촉하는 비 내리는 날, 매운탕이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