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이런 얄궂은 운명의 시간표가 엮어졌는지는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바지 가랭이 부여잡고 늘어지는
우렁각시를 대동하고서
낙도오지 외딴 섬마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등대지기!!!
개인일이든 집안일이든
아내가 갑자기 육지로 출장을 떠나거나
월요일 아침에 목포땅에서 섬마을로 함께 동행하지 못할 경우/
등대지기는
하루 아침에 홀아비 신세가 된다.
독수공방은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으로
다소나마 보상이 되지만
삼시 세끼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고역이로다.
그것도 하루 이틀 정도는
이럭저럭 대충 어거지로 떼울 수가 있겠지만
출장기간이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경우 비상상태에 돌입한다.
바로 어저께도
긴급한 집안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우렁각시가 함께 동행하지 못하고
등대지기 혼자서 이곳 섬마을로 들어왔었다.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저녁 퇴근 후/
혼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원룸형 관사의
냉장고를 샅샅이 뒤적거리며 추적하다가
바로 이런 건사한 놈을 체포했다.
이름하여
/시골밥상 강된장/이라는 작자!!!
이 놈을 주 재료로 하여
반찬꺼리를 만들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된장찌개이다.
저 강된장이
된장찌개 전용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게 이 상황에서 무슨 대수로운 일인가?
아무렇게나 요리 모양새를 만들어
꾸역 꾸역 아랫배를 뽕양하게 채우면 될 일이로다.
그래.........!!!!!!!
대장부답지않다고
동네방네 입방아 들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서
등대지기표 된장찌개를 겁없이 한번 만들어 보자구나.
먼저 냄비에 물을 적당히 받아서
가스불에 올려 놓았더니 금방 끓기 시작한다.
팔팔 끓는 물에다가
눈에 띄는 재료부터 하나씩 집어 넣어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니면 용케도 전무 후무한 세계적인 된장찌개가 탄생될런지도.......?
가장 먼저
주 재료인 강된장을 풀어서 냄비속에 넣어보자
명색이 그래도 [된장찌개]인데
강된장보다도 다른 것이 먼저 다이빙한다면
그건 된장찌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요
잡탕찌개가 되는 것이지......!!!
접시에 담아 놓았던 강된장을
끓는 물에 살짝 집어 넣었더니
냄비속에서 한바탕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몰려오네요.
그러니까
외견상 된장찌개의 모양새가 서서히 잡혀가고 있다.
앗싸라비야.......!!!!!!!!1
그 다음 순서로는
김장김치와 두부를 쬐끔 준비한 뒤
차례대로 집어넣고 나서
냄비속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잠깐 구경을 하다가................/
다음은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중파를 차례대로 썰어 넣겠습니다.
이 양념들이 오늘 된장찌개의 간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쬐끔은 긴장을 하면서.......///
아무리 홀아비가 만드는 된장찌개라고는 하지만
너무 맵거나 짜거나 또 싱겁다면 그건 곤란한 일이지요.
그래도 적당히 간이라도 맞아야.......///
그런데
이것만으로 요리에서 완전히 손 털려니까 뭔가 좀 허전하다.
아직도 뭔가 자꾸만 더 집어넣고 싶은 열정이 식지 않는다.
무엇이든지 비상재료를 한가지라도 더 첨가해야만
사나이 체면이 설 것 같고 속이 후련할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재료가 너무 빈약하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가난하고 홀쭉한 냉장고 속의 내장을 두루두루 뒤져보았더니........?
눈에 번쩍 띄는 것을 한가지
발견이노 했습니다요
우와/ 이것이 뭣이당가.............???
갯바위에 피는 꽃이라 하여
일명 석화라고도 불리우는 먹거리로서
이곳 낙도오지 섬마을에서
아낙네들이 반찬용으로 종종 채취하는 해산물이다.
며칠 전/
갯마을 할머니가 읍내에 나온 김에
이 등대지기에게 뇌물 격으로 남몰래 갖다주신 것이다.
그래 저것이라도 집어 넣어보자.
저절로 칵테일이 되어 기똥찬 맛이 우러날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 후다닥 집어넣었다.
아니 그대로 확 부어버렸다......///
등대지기표 된장찌개에
이제는 더 이상 첨가할 재료는 없다.
그저 팔팔 끓여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된장찌개 끓는 소리와 구수한 냄새가 어우러져
좁은 원룸 관사 안에 진동을 한다.
더 이상 못참겠다.
퍼득 한번 맛보자꾸나.
뭐야! 맛이 왜 이래........?
한마디로 싱겁기가 그지없다.
또다시 싱거운 맛을 잠재운답시고
여기 저기 양념 수납장을 뒤적거려 간신히 체포한 놈이........???/
바로 이 놈이다.
이름하여 /맛소금/이 아니던가?
전임 근무지에서 자취생활로 연명할 당시
그쪽 섬마을은 들판이 온통 염전으로 이루어져
온 사방에 천일염이 지천으로 깔려있기에
주방에서 요리를 시도하다가 소금이 바닥이 나면
들판으로 후다닥 뛰어나가곤 했던 기억이 스쳐간다.
싱거운 된장찌개에
맛소금을 듬뿍 집어넣고 보니 어느정도 간이 맞아 들어간다 .
자! 자! 자!
눈 있는 자들은 똑똑히 보시라요.
아내(우렁각시)가 없는 집안에 홀아비가 겁도없이 대충 임기응변식으로 만든
된장찌개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어째요, 보시기에 먹음직스럽지 않은가요?
휘멀건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가..........???
이제 저녁 식탁에 올려놓고서
한 숟갈씩 떠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배고픈 자는 누구든지
숟가락 하나만 들고서 달려들어도 좋다.
등대지기의 뱃속이 크다고 소문이 났다지만
아무래도 혼자서는 다 못먹는다.
끝내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혼자서 꾸역 꾸역 먼저 숟가락을 들랍니다.
먹는 방법에 있어서도
이 바쁜 세상에 복잡하게시리 숟가락의 빈도수를 높일 필요가 없을찌니........../
그저 쌀밥위에다 두 세 수푼 푸욱~ 떠얹혀서
한꺼번에 입속으로 운반하면 시간절약, 힘 절약되고 숟가락도 편할찌니....../
아내인 우렁각시가 집 안에 없더라도 등대지기는
이렇게 혼자서도 잘먹고 잘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국에 공포합니다.
그렇다고 등대지기와 우렁각시가
싸웠다거나 사이가 나빠진 것이 결코 아니랍니다.
자칫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드디어 식사 끝....!!!
보시다시피 다른 반찬은 애시당초부터 뚜껑조차 열어보지 않았다.
맹세코 이 된장찌개 하나만으로 식사를 다 마쳤음을 고백합니다.
우렁각시를 편드는 일부 몰지각하고 편파적인 일부 학자들은
등대지기의 반찬투정이 너무 심하다느니 또 국물이 없으면 못먹는다느니
거창한 개똥철학을 피력하기도 하는데
보시다시피
된장찌개 = 반찬 한가지만으로도 한끼를 뚝닥 해치우는
등대지기의 화끈한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셨잖아요.
하지만 노약자나 임산부는
등대지기표 된장찌개를 그대로 흉내내지는 마십시오.
잘못하면 특허법에 걸릴지도 모른답니다.
오늘 등대지기가 공개하는 이 강된장찌개의 강의에
의외로 호응이나 반응이 좋으면
다음번에는 라면요리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만약 시큰둥하면 그만 생략하든지 포기하든지..........!!!
등대지기
첫댓글 어쩜 요리도 잘하시네요 맛있게 보입니다 오늘 우리협회도 맛나는음식을 했습니다 좋은그림과 글 너무잘봤습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다음에또^,^
무늬만 맛있게 보일런지 모르옵니다.
실제로 맛을 보신다면 아마 기절초풍할 겁니다.
남정네가 제 아무리 잘 해봤자 그게 그것이지요.
야~~~ 넘 재밌어요 ㅎㅎ
라면요리특강 기대 됩니다. 빨리 올려주세요
재밌나요?
그런데 전체적인 호응과 반응이 어째 좀............???
심각히 고려해 볼랍니다.
언제 기회가 되시면 협회사무실에서도 한번 ~ ㅎㅎ
맛있는 먹걸이로 객지에서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그 협회 사무실엔 맛있는 먹거리가 많은가 보죠..........???
에고 에고 부러버라..........///
된장찌게도 맛나게 보이고 글도 맛나고
ㅎㅎ 저도 고교시절 자취할 무렵 된장에 어묵, 마늘 다진거, 고추가루, 멋 모르고 넣은 미원, 무, 파
툭하면 이렇게 해 식사를 하든 기억이 나네요...어머님 께서 만들어 주신 꺂잎절임, 멸치 볶음, 강낭콩자반, 가끔 고향친구가 올때면 라면을 10개 정도 삶아서 나는 두개면 배가 포만 한데 친구는 식성이 얼마나 좋은지 8개를 다 해치웠다.
그땐 시골에서 중부자 소리 들을 때라서 가끔 소고기국도 맛나게 손수 끓여 먹었고, 맛있게 먹고 나선 설사를 해
버리고 ㅎㅎ 지금 생각하니 모두 해로운 음식들만 많이 먹은거 같으네요^^
염소고기 졸임 반찬, ...등등^^
글이 맛있다고 해서 냉큼 한숟갈이라도 드시면 곤란하옵니다.
염소고기 졸임반찬..........!!!
가난한 등대지기는 대구로 유학와서 할머니의 뒤바라지 속에
빈궁한 먹거리로 일관하다시피 했었는데.........///
그래도 영양실조 걸리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