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 산행은 고행의 천국이다.
(달마산 제3편)
筆嶺/金相和
신께서는 우리가 오늘 산행을 잘 할 수 있도록 가는 곳마다 햇살 한 줌 뿌려놓았다. 돌이 부서져 내린 너덜 길 위에도 암릉(岩陵)에도 뿌려놓았다. 우리가 힘겹게 걷고 있을 때 보라색 야생화와 마주쳤다. 그 야생화는 자기를 예쁘게 봐달라고 고운 햇살을 받으며 웃고 있다. 필자는 그 야생화 곁으로 다가가 물어보았다. 어찌 이리도 예쁜 당신이 험한 산골짜기서 혼자 외롭게 웃고 있느냐고? 그 말을 들은 야생화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기는 고작 며칠밖에 살지 못하지만, 이곳을 힘겹게 걷는 산객들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격려해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러면 힘이 솟아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야생화는 그렇게 봉사하는 것 같다. 비록 말 못하는 야생화지만 그 나름대로 “사랑”이란 두 글자가 지니고 있나 보다. 걷는데 너무도 힘들었던 필자는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난다. 하물며 저런 야생화도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데~^^
필자는 이렇게 힘든 산행은 처음 경험해 보지만 야생화의 품격 있는 말을 듣곤 힘이 솟는다. 설악산 대청봉이나 경남 해인사에 있는 가야산도 험하기로 유명한 산이다. 그 산을 다녀왔을 땐 키가 작은만큼 컴퍼스가 짧아 많은 고통을 겪었다. 그래도 오늘처럼 발바닥에서 불이 날 정도로 심한 고통은 아니었다. 그런데 야생화의 “봉사와 사랑이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생각하니 부끄럽다는 생각부터 든다.
야생화와 대화를 끝내고 또 너덜 길을 걷는다. 조금 걸었을 때 바윗길을 올라갈 수 있도록 밧줄을 설치해 놓았다. 그 길을 올려다보니 대단히 위험을 느낀다. 임종구 아우는 벌써 올라가서 내가 올라오기만 기다린다. 아우는 형님하고 부르더니 스틱이 있으면 올라오는 데 불편하니 스틱을 달라고 한다. 스틱을 아우에게 건네주고 무사히 올라갔다. 이것도 아우가 나에게 주는 참다운 사랑이다.
달마산 정상(불썬봉)서부터 여기까지 오는 길에 이정표는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그 이정표를 보고는 잘 분간하기 힘들다. 그것뿐 아니라 그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위험한 산일수록 그러한 표시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등산객들이 안심하고 산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든다면 묘하게 생긴 바위가 있다면 그 바위 생김을 참작해서 이름을 지어주고 그 바위 앞이든 옆이든 알림판을 만들어 이름을 새겨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 등산객들이 기억하기 좋고 필자 같은 경우도 그곳에 관한 글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곳에 대한 글을 써서 알리고 싶은데 그런 것이 조금 아쉬워서 몇 자 적어본 것이다.
더욱이 필자는 기행 수필을 쓰는 작가다. 어느 장소인지를 글로 표시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표시할 수 없다. 전라남도 관광과나 해남군 지자체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하나하나 손봐주실 것을 건의한다.
날씨는 더운데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올라가고 나니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우리는 문바위 쪽으로 가야 한다. 계단 테크가 얼마나 긴지 한참을 내려갔다. 이렇게 내려가면 또 그만큼 올라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이 산의 특징이다. 임종구 아우는 어느 곳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몰라 이정표와 지도를 보고 한참 생각한다. 이정표 제일 위에 도솔봉이라고 화살표를 해 놓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걷다 보니 또 헷갈린다. 여기서 과연 어느 쪽으로 가야 정답일까? 문바위 쪽으로 가야 할 텐데 어느 쪽으로 가야 문바위가 나올까? 계속 올라가면 미황사로 가는 길이다. 문바위를 통과해야 도솔암에 갈 수 있다. 우리는 좌측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길로 가기로 했다.
바위 옆으로 걷기도 하고 바위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곳도 있다. 또 계단을 내려가고 나면 로프를 타야 하는 곳이 나온다. 완전히 사람 잡는 코스다. 걷기가 힘들면 이곳의 길이라도 잘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우리는 몇 시간을 걸어왔지만, 이곳을 지나가는 등산객은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단 우리 두 사람뿐이다. 그래서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다. 이 고통을 돌부리는 알려는지? 다행히 임종구 아우가 길을 잘 찾기에 다행이다.
필자의 온몸에선 땀이 비 오듯 하고 발바닥은 화끈화끈 불이 날 정도다. 그래도 지치지를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서 필자는 주님으로부터 축복받은 사람이 분명하다.
밧줄을 타고 문바위를 넘었다. 등산객들이 나름대로 흔적을 남기고 싶어 나뭇가지에 산악회 리본을 달아놓았다. 노랑 빨강 초록 등 총천연색의 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우리는 과연 몇 km쯤 걸었을까? 또 밧줄을 타야 한다. 오늘 달마산 산행은 원 없이 밧줄을 탄다. 때로는 지겹기도 하지만, 겁도 난다.
가면서 다도해 쪽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필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넓은 농경지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바둑판이고 그 위에 있는 집들은 바둑알처럼 보인다. 이 얼마나 자연이 멋지고 신비로운가!! 자연의 바둑판을 바라보며 생각난 것은 저곳을 뛰어 내려가 필자도 신선처럼 바둑 한 수 두어 볼까나~^^
이정표 아래를 보니 작은 금샘 삼거리 문바위 재라고 써 놓았다. 여기서도 밧줄을 타고 저 바위 고개를 넘어야 한다. 산 전체가 바위 능선이고 너덜 길이라 한 발짝 걷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래서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필자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작은 금샘 삼거리까지 왔다. 여기서도 이정표엔 미황사로 가는 길이 있다. 고통스러운 것을 생각하면 금세 미황사로 달려가고 싶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앞을 바라다 보니 마치 금강산을 방불케 한다. 금강산 한 모퉁이를 이곳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뾰쪽뾰쪽한 바위로 만물상도 만들어 놓고 기암괴석도 만들어 놓았다. 그곳을 바라볼 때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절경에 소스라칠 정도로 반하고 말았다. 필자는 이곳에 와서 이토록 아름다운 절경을 보려고 고생했나 보다. 고생은 했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여기서 도솔암까지 3.5km 남았다. 이젠 하숙골이란 곳으로 내려간다. 달마산 정상서부터 처음으로 너덜 길이 아닌 곳을 걸으니 마음은 날아갈 것 같다. 잠시 쉬면서 물 한 모금 마시며 돌아온 길을 회상하며 바라보았다. 마치 꿈에서 천당과 지옥을 헤매다 깬 것 같은 기분이다. 왜 이곳을 하숙골이라 했을까? 첩첩산중에 무슨 하숙 골인가!!
이젠 이 고개를 넘어가면 떡 봉이 나온다. 또 짜증스럽게 너덜 길이 시작된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아무리 힘들어도 짜증을 부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짜증을 부리면 무엇하겠는가? 내 몸만 상하는 법이다. 그래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좋은 일만 떠 올리며 묵묵히 걸으련다.
대밭 삼거리까지 왔다. 여기서 반갑게도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주려고 천관산 정상에서 기다려준 강문용 님을 만난 것이다.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더 반가운 분이다. 이런 것이 참다운 인연이 아닐까 싶다. 옷깃을 스쳐도 10년의 연분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제 천관산에서 만났는데 오늘 이곳에서 또 만나게 되니 얼마나 반가운가!! 더구나 어제 천관산에서 만난 사람은 오직 이분 한사람분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여기서 또 만났다. 이러한 만남을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지만, 아니다. 이것은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 틀림없다.
달마산 제3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제4편은 도솔암과 하산 장면을 그려낼 것이다.
2022년 6월 3일
첫댓글 달마산 산행 코스가 대단한 난코스인가 봅니다
쉽게 오르지 못하는 산행이
더 많은 보람을 주지요
보는 사람도 아슬아슬한 마음입니다
거기서 좋은 인연도 만나셨고요
고된 산행이지만 이렇게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시죠
게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