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채홍조
어제와 다름없음을
다만, 감사하게 받아드리며
새로울 것 없는 내일에
물 빠진 펄만큼 기대를 넓힌다.
깊이 패인 발자국 하나하나
고행 같은 삶의 흔적
고스란히 찍히고
그림자처럼 긴 어두움 끌며
감겨오는 뻘 밭을 휘저으며 간다.
내 발목 붙잡고
늘어지는 개펄 귀신
지나온 길,
아득한 수평선에
걸려있는 노을처럼 섧다.
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하루가
얼마나 위대한가
오늘을 딛고 일어서는
관절염 앓는 두 다리
절실함과 간절함으로
떠받치고 선 이 세상을,
2004. 6. 13.
향기나는 편지 수록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