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04-05 08:13:18
[134차] 북악산 산보 이야기
2007. 4. 5. / 설광열
산행일 : 2007. 4. 1. (일), 맑고 황사 심함.
코 스 : 하림각-백석동천-백사실-북악스카이웨이-팔각정-여래사-국민대입구
참석자 : 광열(대장), 광용, 상국, 문수, 인식, 길래. (총 6명)
난 아직 산을 느끼고 즐긴다기보다 친구들과 복닥거리며 어울리는 재미가 더 크다.
반가운 아그들 보면 괜히 뿌듯하고 든든해서 좋고,
뼝아리처럼 발뒤꿈치만 보고 졸졸 따라 다녀도 땀나고 운동 되니 좋고,
하산해서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와 그 분위기가 좋아 산에 댕기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북악산 산행대장 하란다. 아이고~
산행 전날 광용이가 가르쳐준 블로그에 들어가 산행코스를 점검하고 복사하느라
난리법석을 떠니 딸래미가 눈이 똥그래져서 한마디 건넨다.
“아빠, 내일 등산 멀리 가시나 봐요?”... 크크크
날도 맑고, 약간 쌀쌀 맞은 아침공기도 콧대 높은 이쁜 아가씨 같아 딱 좋은데...
황사가 너무 심하다.
집결지인 경복궁역에서 광용이를 먼저 만난다. 일단 오늘 산행이 안심이 된다. 흐흐
길래 선사, 황사 때문에 산적두목 모드로 나타나는 상국이, 문수가 먼데서 왔다.
펭사부는 역시 고수답게 조금 늦게 등장, 모두 6명이 9시15분쯤 출발.
버스를 타고 세검정 하림각 맞은편에서 하차, 자하문 터널 쪽으로 100미터 정도 가니
전봇대에 백사실 팻말이 달랑 붙어 있어 쉽게 찾아 올라간다.
초입부터 가파른 동네 고갯길을 헥헥거리며 한 5분 남짓 올라가니 공사장으로 막혀있어
잠시 당황했으나 그 옆으로 비시~기 들어가니 맞는 길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초입의 그 가파른 동네 고개길이 오늘 산행 중 최고의 난코스였다. ^^;
초입부터 숲이 제법 울창하고 사람이 없어 호젓하다.
도롱뇽 서식지 표지판이 깔끔하게 서 있다. 도롱뇽하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율 스님의 초인적인 단식이 떠오른다. 먹고 사는 문제, 편의와 능률을 위한 건설과 자연생태계 보호. 어느 것을 선택했어야 옳은 것일까?
5분 정도 약간 아래로 내려가니 바로 백사실이다. 백사실(白沙室)은 옛날 白沙 이항복의 별장이란 뜻이란다. 가족들이 앉아 놀기 좋을 만큼 널찍한 계곡 바위들을 건너 그곳에 가본다. 수 백 년은 됐을 법한 굵은 느티나무와 큰 소나무들이 집터와 연못 주위에 죽 둘러섰다.
집터 아래로는 이항복이 대청마루에 앉아 내려다보며 즐겼을 제법 큰 연못이 있다.
물 흐르는 계곡 바로 옆에 또 연못이라... 특이하다.
연못에도 정자의 주춧돌들이 연못 한 귀퉁이를 둥글게 베어 물고 남아 있다.
주춧돌들만 남은 별장 터...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서울 한 복판에 이렇게 호젓하고 좋은 곳이 있다니 놀랍다.
망가뜨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곳을 그냥 놔 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오래 동안 통제되었던 곳이라서 그렇다는 광용이의 설명이다.
사진을 하나 박고, 세 할머니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완만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민가의 멍멍이도 반겨준다. 멍멍아, 올해 복날도 무탈 하거라...
이정표도 없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담벼락이 나타나도 무조건 직진.
등산다운 등산을 하기를 또 20여분... 북악스카이웨이 도로가 나타난다.
황사가 심해서 서울 시가지가 안 보인다. 도로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팔각정으로 간다.
펭귄은 이제 날개가 완전히 돋았나 보다. 휘휘 날라 가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역시 호젓하다. 어찌 사람들이 이리 없을꼬... 가볍게 데이트 등산하실 분들께 추천! ^^
팔각정 밑에 도착하니 저 위에서 펭귄이 벌써 여유 있게 담배 한대 꼬나물고
우리를 내려다보며 웃음 짓고 있다.
“짜슥들, 속도에서 차이가 나는구먼... 캬캬캬”
이러는 것 같다. ^^
팔각정에서 간단히 좌판을 편다. 막걸리 한 통만 들고 갔으면 아쉬울 뻔 했다.
두 통을 다 비우고 황선달님이 가져온 떡과 양주도 다 비웠다.
총 6명인데 5명 미만이라야 회비 마음껏 쓴다고 하니...
총기 있는 상국이가 바로 한 명은 조류니 5명이란다. 설펭이 반인반조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총 6명이지만 인간 수는 4.5명이란다. 크크
점심 잘 묵을라꼬 멀쩡한 사람을 하나는 조류로 하나는 반인반조로 둔갑시킨다.
남대문 막내회집에서 점심을 하기로 하고 팔각정을 출발, 성북구산책로로 접어든다.
초입에 운동기구들이 잘 구비되어있다.
학교 때하던 철봉잡고 멀리 뛰기도 해본다. 설펭은 철봉에 헤딩까지 해가며 용을 써본다.
턱걸이는 한 개 하기도 힘 든다. 에효~
하산 길에 길을 잘 못 들어 여래사 쪽으로 내려왔다. 덕분에 여래사 구경하고...
국민대 앞으로 내려왔다.
가벼운 산행이라기보다 산책이었다. 그래도 호젓하고 참 좋았다.
황사만 없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여간 뙤놈들은 평생 도움이 안돼요.
막내회집에서 회를 배터지게 먹고 호호호...
오늘은 길래 선사가 유혹을 한다. 분당에 가서 당구 한 큐 하고 한 잔 더 하잔다.
버스 타몬 후딱 간단다. 아~ 유혹에 약한 설펭.
중간에 광용이와 펭귄은 이자뿔고 기어이 분당까지 가니 발 넓은 길래 선사가 다 불러낸다.
곰식이 불러내서 당구알 까고, 맥주 까고, 소주 까고... 나중에 준호까지 합류...
소주 또 까고... 까다가 하루 볼 일 다 봤다. 한밤중에 집에 왔다.
딸래미 한 말이 딱 맞았다.
“아빠, 내일 등산 멀리 가시나 봐요?”
정말 길고 긴 북악산행이었다.
그래도 친구들이 있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