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국내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우리나라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중국 전통 의복인 한푸(漢服)로 소개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번졌다. 한복과 한푸는 역사적 뿌리와 의복의 특징이 엄연히 다른 만큼 표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에 따르면 30여 곳의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조사한 결과 쿠팡, 티몬, 인터파크, G마켓, 옥션, 11번가, 네이버 쇼핑, 다음 쇼핑하우 등 오픈마켓에서 한복을 '중국 한복 한푸'로 소개해 판매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심지어는 한푸를 '당나라 스타일 한복'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서 교수는 이같은 상황이 중국의 '문화공정'에 빌미를 줄 수 있다면서 시정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의 한복이 한푸에서 유래했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면서 "한복과 한푸는 다른 의복이기에 명확히 구분해서 판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푸가 '당나라 한복'?…한복·한푸 어떻게 다를까© 제공: 아시아경제 2020년 이후 중국에서는 한복이 한족의 의복인 한푸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옷이라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복이 한푸로 잘못 알려진 사례도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유명 패션지 보그(Vogue)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푸는 한족이 통치하던 시대의 역사적 의복 양식 가운데 하나"라며 한복을 한푸라고 소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한복과 한푸는 엄연히 다른 의복이다. 논문 '한복과 한푸의 차이점 분석에 관한 연구'(2022/김지수·나영주)에 따르면 한복은 치마와 저고리로 이루어진 투피스 형태로, 바지와 속곳을 여러 겹 껴입어 전체적으로 풍성한 종 모양의 실루엣을 형성하는 게 특징이다.
한푸가 '당나라 한복'?…한복·한푸 어떻게 다를까© 제공: 아시아경제 반면 한푸는 랩어라운드 형식의 원피스 형태로, 슬림한 실루엣을 형성한다. 옷 한두벌을 둘러 착용하는 형식이 많아 일자 형태에 몸의 곡선이 드러난다. 옷의 형태가 다르다 보니 옷본의 패턴 제도법과 봉제 제작법도 다르다. 한복에는 고름이 많이 들어가 고도의 재봉기술이 필요하지만 이와 달리 한푸의 경우에는 고름이 없이 옷 자체를 둘러서 매는 형태다. 사용하는 원단도 차이가 있다. 한복은 풍성함을 위해 비교적 뻣뻣하거나 고밀도의 산둥실크, 명주, 두둑직 원단을 많이 사용했다. 한푸는 비교적 얇고 천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드레이프성이 좋은 저밀도 차이나 실크 평직 원단을 주로 썼다. 또 한복을 입을 때는 신분을 상징하는 색상이 다양한 허리대를 착용하고, 미혼남녀의 경우 머리에 댕기를 다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한푸는 그렇지 않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