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은 고통을 싫어하고 행복해지기를 원합니다. 그러면서 행복의 조건으로 장수, 부귀, 건강, 가족 간의 화목, 마음의 평화 등을 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조건들을 구비하고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자신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만족보다는 불만족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안정과 평화보다는 불안과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설혹 사람들 중에 행복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여러 가지 것들이 구비되어 그 속에서 만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순간적인 것이어서 영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괴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만끽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볼 때 과연 사람에게 완전한 행복이란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거의 그렇듯 사람들이 추구하고 바라는 행복은 자신의 육체를 중심으로 한 대상이나 환경과 같은 외적 조건에 의한 것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외부로부터 얻어진 만족을 행복의 척도로 삼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히 대상을 향해 쫓아가는 삶을 살게 되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고통을 겪게 됩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피하고 싶고 겪고 싶지 않은 늙고 병들고 죽는 필연적 고통뿐만 아니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과의 이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들과의 부딪침, 얻고 싶으나 이루어지지 않음, 육체적·정신적 혼란 등의 부연적인 고통들이 상존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물론 그 점에 대해서는 일단은 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그러한 즐거움과 행복도 그 기초는 늘 불안과 괴로움 위에 서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모든 존재와 행위는 괴로움이다(一切皆苦).'하고 단언하신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괴로움입니다.
몸 아픈 고통, 경제적 고통, 가족이나 구성원간의 불화에 따른 고통 이러한 것들만이 괴로움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는 모두 괴로움인 것입니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벌고, 춤추고, 자식 키우는 재미가 크다 하더라도 그것은 불완전, 부자유, 유한의 행복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부처님이 인간이 추구하는 기존의 행복을 거부하시거나 부정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이왕이면 잘 먹고 잘 자고 사랑하고 부유하게 사는 것은 무엇보다 좋은 일임은 인정하셨고 또 권장하셨습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진정한 행복이 되지는 못한다고 가르치셨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슬픈 일은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와 같은 유한의 행복도 다 채우지 못한 채 평생을 허덕이다 삶을 마감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사람들이 원하고 누리고 싶어하는 행복이 그렇게 불완전하고 괴로움에 기초한 것이라면 어느 곳에다 완전하고, 참되고, 영원한 행복을 두어야만 될 까. 이는 행복을 갈망하는 지혜로운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될 가르침으로부터 찾을 때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불교의 목적도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행복에 둡니다. 온갖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난 완전한 기쁨을 사람들에게 성취시켜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발고여락(跋苦與樂) 또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존의 평범한 사람들이 추구하고 누리려는 행복과 부처님이 누리시고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시려는 행복은 그 차원을 아주 달리합니다. 이미 언급한 대로 사람들이 열망하는 행복은 부자유와 함께 그리고 다양한 괴로움에 기초한 행복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이 제시하시는 행복은 보다 근원적이고 자유롭고 영원한 행복입니다. 이러한 행복을 불교에서는 열반락(涅槃樂) 또는 해탈(解脫) 즉,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이 보실 때 사람들이 누리려고 하는 행복이 궁극적으로는 괴로움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원인이 모두 사람들의 무지와 환상 그리고 욕망에 입각하여 만들어졌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입니다. 즉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의 원인은 결코 밖에서는 오는 것이 아닌 인간 자신이 과거로부터 지어왔던 마음속의 어둠으로부터 기인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부처님이 제시하신 열반, 해탈, 깨달음의 행복은 무지와 환상 그리고 욕망 등이 완전히 제거된 행복입니다.
사람들의 행복은 돈이 없거나 병이 들거나 죽음을 맞이하거나 환경이 변화되면 줄어들고 깨지는데 비해 부처님이 우리들에게 주시려는 열반, 해탈, 깨달음의 행복은 어디에도 지배당하지 아니하고 변괴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지와 환상, 욕망이 길이 아닌 그것들을 깨뜨리고 제거하고 소멸시키는 길일 찾아 가야합니다. 과거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던 건강, 명예, 권력, 재물, 가족 등 모든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침내는 모두 버리고 진실한 행복을 찾아 출가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막상 세속의 모든 것을 버리고 머리를 갂고 부처님이나 스님들처럼 출가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몸은 비록 가정에 있으면서 세속을 떠나지 못하더라고 마음만으로는 지고한 깨달음, 최상의 가치를 찾아 길을 떠나야 합니다.
해탈이나 깨달음은 출가를 해야 만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세속 생활을 하는 속에서도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부처님께서는 가르치셨고 또 그 길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