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에게 있어서 풍파는 일상적인 것. 풍파에 놀라는 사공이 있을까. 사공이 되었을 때에는 풍파와는 이미 하나가 된 것이 아닐까. 그런데 풍파에 놀라고 있다. 풍파에 놀라게 된 것은 나이가 들어서 무서움이 더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배를 팔아버리는데, 더 이상 사공 노릇을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풍파에 놀라는 사람은 사공이 될 수 없다. 배를 팔아서 말을 샀는데 말을 몰고 구절양장 구불구불 산골길을 가려니 물에서 배를 모는 것보다 더 어렵다. 더 못할 일이니 이 일도 그만두고 밭갈이만 하기로 다짐한다. 밭갈이‘만’ 하겠다는 것은 이전에는 사공을 하면서 밭갈이도 같이 하거나 말을 몰면서 밭갈이도 같이 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는 밭갈이만 하면서 살겠다는 것이다. 밭갈이와 다른 일을 겸하여 하니 그 다른 일을 그만 두고 또 다른 일을 하게 된다. 밭갈이만 하면 밭갈이를 전문적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사공에서 말몰이꾼으로 바꾸던 것을 그만하고 이제는 밭갈이에 정착해서 그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