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2.
봉성산 둘레길
봄이 예쁘다는 둘레길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걸음이다. 얼마 걷지 않아 갈림길이 나타났다. 둘레길 방향에서 우측으로 심하게 꺾여진 오르막에는 나무판자로 덧대어진 계단과 야자 매트가 넓게 깔려있다. 봉성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새하얀 벚꽃이 만개했다. 순한 바람과 벚꽃의 아름다운 흔들림이 우리를 유혹한다.
그래, 정상이 먼저다. 정상으로 가자. 정상에는 웅장한 누각과 넓은 전망대가 있어 멀리 지리산 노고단과 문척면에서 간전면으로 이어지는 섬진강 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 서시천 안쪽으로 오밀조밀한 귀여운 장난감 모형들이 조립되어 읍내를 이루고 있다. 성당도 보이고 매천도서관도 보인다. 오른쪽에는 섬진강 벚꽃길을 따라, 왼쪽으로는 서시천을 따라 솜사탕을 풀어놓은 듯 하얀 꽃이 만발했다.
구례 300리 벚꽃축제를 아시는가.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고작 십 리 길이다. 영천댐 백리벚꽃길! 합천댐 백리벚꽃길! 기껏해야 백 리 길이다. 구례군에서는 일반국도나 지방도와 군도의 가로수로 벚나무를 심었다. 강이나 하천 둑에도 이유 있는 식목을 한 듯하다. 관광 의도를 갖고 벚나무와 붉은 매화나무를 심은 게 틀림없다.
3월 22일 토요일은 비가 내렸다. 그날 이른 저녁에 구례실내체육관 앞에서 벚꽃축제 개막행사를 했다. 요란한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큰일났다. 꽃도 없는데 어쩌지.”라며 걱정했던 기억이 스친다. 열흘이 지난 지금은 만개한 벚꽃 아래 뭇 남녀들의 사랑이 짙어지고 있다. 지천으로 꽃잎 흩날리는 벚꽃엔딩까지 쭉 이어질 달콤한 사랑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형 둘레길이다. 봉동리 구례 현충공원에서 출발하면 봉남리의 봉성산 정상과 봉명암을 지난다. 하얀색의 느긋한 빵집이나 멀리 구례향교가 보면 봉서리다. 키가 큰 대나무숲을 지나니 비탈진 매실 밭에서 쑥을 캐는 아주머니 모습이 보인다. 많이 캤냐는 말에 돈 주고 사서 먹는 게 값싸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백련 저수지는 만수위로 자못 크다. 저수지에서 내려서면 아픈 역사의 구례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탑이 있는 구례 현충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둘레길은 구례의 멋진 경치를 볼 수 있고 대나무, 노송, 벚꽃, 매화 등 숲길이 좋은 곳이다. 연인이나 가족이 함께하는 산책이라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