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이 5년 전에 한 특강 ‘나는 누구인가?’를 봤다. 인상 깊었고, 통찰이 번득여서 무척 재밌었다. 이 특강은 예전에 최진석 선생의 강의를 볼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은 고미숙 선생의 재치와 지혜를 만나보자.
나는 행복한 삶을 탐구하는 사람이다. 그 주제를 연구하는 내게 오늘 특강은 매우 적절했다. 고미숙 선생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모두 이야기한 듯했다. 강의에서는 몸, 돈, 사랑이 주된 테마였다.
먼저 몸이다. 이것은 나도 해당하는데 현대인은 자의식이 너무 많다. 즉, 머리로 살아간다는 거다. 왜냐하면, 자신의 욕망과 현재 자신의 모습이 괴리를 보이기 때문이고, 또 그렇기에 자의식 과잉이 된다. 모든 현자가 말하는 ‘지금 여기를 살라’ 해도, 현대인은 그렇지 못하다. 이유는, 과거의 질긴 집착을 끊어내지 못하기 때문이고,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하기 때문이다.
고미숙 선생은 동의보감을 공부한 것을 토대로 몸의 이야기를 했다. 계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소년, 청년, 장년, 노년이 있듯이 자연의 리듬에 맞춰 그 시절의 인생을 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지 못한다. 이유는, 남의 눈치를 너무 보기 때문이란다. 즉, 이것은 사회의 왜곡된 기준인 어려서는 성적, 커서는 돈이라는 잣대에 짓눌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청춘들은 결혼을 너무 늦게 한다는 거다. 그 이유도 돈과 땅과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란다. 20대가 생체 리듬으로 봐서는 가장 짝을 만나야 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를 희생당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돈과 사랑의 핵심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함께 설명했으므로, 이제 강의 후반에 언급한 우정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고미숙 선생은 열하일기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 연구가로 유명하다. 박지원의 경우를 들어 우정을 이야기한 강의를 조금 들었으니, 덧붙여 본다.
박지원은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나, 고시에 뜻을 접고, 자유로운 백수로 젊은 시절을 살았다 한다. 틀과 격식을 싫어하는 기질이었던 그는, 고시장의 고지식한 풍경을 보고 단숨에 고시와의 인연을 끊었다 한다. 그리고 그는 그 시절에 잘 없던 우울증이란 걸 앓았다 한다. 그래서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는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저잣거리로 나가서 신기한 노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과 많은 대화와 우정을 나눈 끝에 우울증은 낫게 되고, 연암은 새로운 차원의 세상을 맞게 된다.
우정은 아직 내가 약한 부분이라, 이번 강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번 특강이 나와 우리는 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을까, 라는 물음에 훌륭한 하나의 대답을 담고 있어, 이 물음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한번 강의를 들어봐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고미숙 선생의 이번 특강을 듣고 나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앞서 얘기했지만, 내가 연구하는 행복이란 주제에 대해 하나의 훌륭한 비전을 보여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분의 책에 대해 한번 고민하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미숙 선생은 유명해서, 진작 만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나의 편견 때문에 늦게 접하게 됐다. 역시 사람이 편견을 지니고 살면 좋지 않은 듯하다. 이참에 조금씩 고쳐가야겠다.
이제 이야기를 나로 좁혀오자.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20대는 내 멋대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충분히 젊음을 향유했다. 다만, 그 시절의 절대 과제인 사랑을 제대로 못 해 본 것에 아쉬움이 있다. 30대 때는 청춘의 절정기에 나의 열망을 너무 심하게 좇다 깊은 나락으로 빠진 시절이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기이다.
오늘 강의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자연스러운 리듬에 따라 사는 것이었다. 먼저, 나는 결혼이 늦어졌다. 이것은 나의 열등감 영향이 매우 큰데, 고쳐야겠다. 다음으로, 머리로 너무 살아 삶이 지체된 것이 크다. 앞으로는 몸으로 살며, 즉 경험을 우선하고 생각을 나중에 하는 삶을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