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중국의 서남 공정(西南工程)
티베트는 한반도의 약 6배에 달하는 국토 면적에 300만 내외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그 중 약 100만 km는 해발 4,500m 이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고원지대에 속한다. 이 터전에서 몽골리언 계통의 티베트민족이 기원전부터 독자적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왔고, 7세기 이후에는 강력한 통일왕국을 이루어 중국에 대항했다.
다시 14세기이후 한동안 몽고의 지배를 받기도 했고, 송대(宋代) 이후 중국에 대해서는 조공을 바쳐 왔지만, 정치적으로 내정의 간섭 없이, 라싸를 도읍으로 하여 중앙에 우뚝 솟은 신비의 포탈라궁을 최고의 사원이자 왕궁으로 삼아 승왕(僧王) 달라이 라마가 통치하는 은둔의 독립국가로 잔존해왔다.
그러나 1951년에 들어 티베트의 정세는 급변을 맞게 되었다. 중국 평정에 성공한 중공 인민해방군이 이제 티베트에 진주하여 강제로 중국을 종주국으로 하는 17개의 협정을 맺도록 강요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자주권을 잃은 달라이 라마는 마침내 1959년에 미국 CIA의 협조를 얻어 인도의 다람샬라로 피신하여 그곳에다 티베트 임시정부를 차리고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침략을 규탄하고, 세계 여론에 호소하면서 티베트의 독립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달라이 라마는 1989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직접 통치하에 들어선지 50여년을 경과한 지금, 티베트의 중국화는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섰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1965년에 들어 티베트는 이제 시짱자치구(西藏自治區)로 중국에 완전히 편입되었고, 인구 40여만을 안고 있는 수도 라싸는, 중국의 여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즐비한 빌딩이며 다양한 상업시설을 갖추고 하루가 다르게 활기차게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더욱 한화정책(漢化政策)을 강화하면서 한족(漢族)의 이주를 권장하는 한편 장족과의 혼인을 장려하고, 철도 전기 공항 포장도로 등 사회 기반시설을 급속히 현대화 시키고 있다. 주택 보급사업도 활발히 전개되어 지금 농촌에서도 티베트 고유의 움막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겉으로 보아 대부분의 짱족(藏族 : 티베트인)은 이런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도시에서는 세태에 맞춰 돈벌이에 더욱 열중하고 있고, 농촌에서는 안락한 주거환경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승려계층에서는 고래의 특권을 상실하게 된 불만과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점증되어가다가 드디어 2008년 3월에는 피의 독립운동을 일으키게 되었고 이에 대해 중국은 무자비한 탄압으로 이를 진압했다.
이로써 티베트의 독립운동은 다시 지하로 잠복하거나 흐지부지되었고 가담했던 승려들은 숙청되거나 강제로 이주되어, 지금은 크고 작은 사찰에 승려들의 수가 급격히 감소되었다. 그 대신 인민해방군의 활동이 커졌다. 도심지 곳곳에 군사시설이 들어섰고, 군인들의 순찰이나 경계도 지나칠 만큼 강화되었다.
이러한 티베트의 점령을 역사적으로 합리화시키기 위하여, 중국의 사회과학원은 1986년에 이른바 ‘서남공정(西南工程)’ 이론을 완성했다. 즉, 역사적으로 중국과 티베트는 한 뿌리이고(漢藏同源論),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으며, 14세기 이래 중국의 한 지방정권으로 잔존해왔다. 따라서 중국의 티베트 점령은 당연한 역사적 귀결이다 라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논리가 중국이 나중에 고구려의 역사를 자기네 지방정권의 역사로 보려는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이론’의 모태가 되었다. 우리가 티베트의 현대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것이라 하겠다.
라싸의 거리 모습. 사통 팔달 포장되고 정돈된 거리에
세계 각국의 고급차가 다 모여들고 있다.
라싸 최대의 절인 죠캉 사원 근처의 기념품 가게 집단. 수많은 관광객
들로 넘쳐난다. 상인은 한족도 있지만 짱족도 적지 않다.
티베트의 농가. 중국의 선심성 주택정책에 따라 대부분지역 농가가
전에 없이 쾌적한 가옥으로 변환했다. 거의가 비슷한 형태로,
집집마다 법당이 있고, 지붕에는 타르촉 깃발이 나부낀다.
첫댓글 댓글을 달 수 없다고 해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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