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날, 파주 금촌에 갔드랬습니다. 제 짧은 군 생활 이후 통일로를 타 본 것은 처음이지 싶습니다.
파주 금촌에 있는 금촌고등학교! 그 학교의 독서토론 동아리 '이감공감' 학생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전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회에서 만났던 학생들을 다시 보고 싶어 갔습니다.
며칠 동안 줄곧 아이들을 만나는, 그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을 만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만큼 제 마음 속에 우리 교육의 아쉬움,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의 아쉬움, 지식인이라는 직업의 아쉬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 기쁨으로 갔었는데, 학생들은 또 학생들대로 의미를 크게 부여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진심어린 환대를 받아 본 적은 아마 또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런데 그 날 제 몸 상태가 다시 다운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좀 나았을텐데, 결국 그 소중한 시간을 두서 없이, 무슨 학술발표 장에서 쫓기듯, 학생들의 마음, 학생들의 고민은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마구 자기중심적으로 내 얘기만 내어 놓고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준비가 소홀하였구나.... 내 책을 한다고 하여 달리 준비할 것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이것은 학생들과의 인격적 만남이었구나, 아, 내가 무슨 생각으로 왔는가 하는 자책도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학에서의 내 강의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벌써 강단에 선지 20년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깨우치는 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금촌고 학생들의 모습, 선생님과 학생들의'사제동행'의 모습은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시대는 척박하고, 인심은 메말라도, 언제나 교육은 우리의 희망이었고, 우리의 기쁨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