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휴양소 계룡 그리고 나
김명동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버린 유성군인 휴양소 호텔
어느 건설 회사도 그 생각을 하며 아쉬워하고 있을게다
넓은 마당 여기저기 자재들이 쌓여있고 틈새를 비집고 인부들이 물건을 나르고 있다
모퉁이 어디에서 요란하게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 일찍 인대도 벌써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둘러 그 속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일찍 나온 목수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어느 목재소를 온 느낌이 드는 곳 군인휴양소 한 모퉁이에 지어진 군인극장. 속이 텅 빈 그 속에서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어둠 컴컴한 그곳 대낮인데도 희미한 전등불이 켜져 있고 나무를 자르는 목수의 얼굴에는 톱밥이 튀어 눈을 제대를 뜰 수가 없다
회사의 지시로 빠른 공정을 위해 간이식 제재소를 차려놓고 목수들이 나무를 자르고 합판을 자르고 밤낮 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옆에는 감히 바라도 볼 수도 없는 대통령의 별장이 높은 담으로 둘러쳐져 있고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어둡고 소란스러운 그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 등을 두드리며 “야” 좀 쉬었다 하자
열심히 합판을 자르든 손을 멈추고 허리를 폈다 사장님 오셨단다. 조그만 체구에 군인 같은 모습이다 ‘혹시 사장님이 군인인가?
계룡건설 이인구 사장님이시란다.
계룡건설에서 군인 휴양소 증축 호텔공사를 맡아 하고 있는 현장이다.
얼마나 능력 있는 사장님이시면 이렇게 큰 공사를 할까? 넓은 마당에는 목재와 합판 철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어느 공사 현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넉넉함이다. 참 돈 많은 회사다. 지금은 자취도 없어진 몇 층위에서 지붕에서 던져도 모서리하나 부셔지지 않는 미제합판 그리고 깨끗하게 대패질된 각목들이 부잣집 마당에 볏 집단 을 쌓아 놓은 듯 그렇게도 많았다 목수공사를 맡은 옆집 사는 (오야지) 도목수 의 부탁으로 할 줄 모르는 디모도(뒷일)를 한다고 나무도 나르고 톱질도 하며 일을 하였다 .
그 시절 일할 곳이 없어서 하루 종일 공사현장을 찾아다녀도 일을 시켜주지 않든 시절인데 그나마 나는 운 좋게도 일을 할 수 있었으니...........
어설프게 채워주는 못 주머니를 허리에 동여매고 거푸집을 깔고 있는 지붕 위를 올라가니 다리가 후들 후들 떨리지만 합판에 못 을 박는다. 몆 번을 박으라는 못은 못 박고 손가락을 두들겨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일을 시켜주는 도목수가 너무도 고마웠다.
공사는 쉴 새 없이 야간작업을 해가며 진행되고 가끔 사장님이란 분이 현장을 돌아보고 가신다 그러면 그 날은 회식을 하는 날이다.
사장님이 회식비를 주고 가셨는지 오야지가 기분이 좋아서 사는 것인지는 몰라도 돼지고기 구이 파티가 벌어진다.
그 시절 들리는 소문은 계룡건설이 대전에서 제일 큰 공사하는 회사라고 도목수가 자랑하듯 이야기를 했다 테미 고개 근처에 있는 작은 회사를 인수해서 군인출신인 사장님의 능력으로 군 공사를 많이 해서 일거리 걱정은 없단다.
사람은 능력도 있어야 되겠지만 運과 노력 그리고 시기 가 맞아 떨어져야 성공을 하고 큰 재벌이 될수 있는가보다. 그 시절 그 작은 회사가 지금 은행에서도 인정해주는 회사가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생겼다가 언제 사라졌는지 흔적조차 없어지는 건설회사가 수없이 많았는데 얼마나 운 좋은 회사인가.
그 시절 이인구 사장님의 노가다 철학적인 야화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회사에 조그만 주택공사를 맡기는 사람이 있어 작지만 그런 공사도 하던 시절 이였다
석교동 어느 현장에 초보로 책임을 맡고 나온 장 소장이 들려주던 이야기다.
모름지기 노가다 일꾼들을 다루려면 쌍소리부터 배워 그들을 제압해야 현장이 돌아간다고
말씀하셨단다. 하기야 일꾼 다루기가 힘든 시절 이였다 초보현장소장 이 거칠기 만한 그들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때이었으니까.
수 십 년후 내가 현장을 가지고 공사를 할때 그 이야기가 현실에 와 닿았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군인 휴양소 없어지기 몇 해 전만 해도 그곳에서 사람들과 만나기로 약속도 하고 손님도 만나고 군인들이 만들어주던 커피도 사먹던 곳이 지금은 옛 모습은 사라지고 웅장한 새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며 추억과 내 마음속의 고향을 지워 버렸다 세월이 흘러 공사현장을 몰고 다니시고 국회의원님 이시던 분 가끔 유성 어느 호텔사우나에서 뵈는 모습은 많이도 늙으셨다. 그 사장님은 백발이 성성한 회장님이 되셔서 불우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시는 훈훈한 할아버지가 되어 계시니 세월은 은 돌려놓을 수 없는 것인가
지금 그분의 모습은 건설회사 사장님 아니 노가다 우두머리의 모습은 간데 없고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미소를 담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 저버린 군인 휴양소 깨끗하지 안았지만 훈훈함이 담겨있던 내가 마지막까지 함께 마무리를 한 건물이 사라진 그곳. 추억까지 부셔버린 그곳으로 나는 발걸음을 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이 이런데 계룡 이란 거대한 군함을 만들어준 군인 휴양소가 사라진 그 노익장의 마음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