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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소프트웨어의 파이프라인 인도. IT혁명의 최대 수혜국인 인도가 이번에는 BT혁명을 상속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값싸고 뛰어난 인력, 무한한 시장, 빼어난 영어 실력, 글로벌 수준의 연구 능력. 세계의 IT기업을 끌어들였던 바로 그 인도의 흡인력이 이제 세계의 BT기업을 빨아들이고 있다.
인도는 화학분야에서만 매년 11만5000명의 석사와 1만2000명의 박사를 쏟아낸다. 이런 인도과학분야의 인해전술은 엄청난 폭으로 생산비용을 끌어내리고 있다. 제약 생산 비용은 선진국의 절반, 연구개발 비용 8분의1, 임상시험 비용 10분의1. 꿈의 숫자처럼 보이는 효율성에 유혹된 글로벌 기업들은 콜 센터를 찾아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던 것처럼 인도의 실험실을 두드리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앞으로 15년 내에 세계 임상시험의 30%가 인도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단지
인도 BT산업의 비약 현장은 인도 중부의 안드라프라데시주(AP州)에서 목격된다.
“게놈(genome)밸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도 중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하이데라바드 공항에 내려 출구 쪽 에스컬레이터를 타게 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광고판의 문구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社)가 미국 외 지역에 처음으로 연구소를 만든 이 세계적인 IT도시 하이데라바드 인근엔 자그마치 싱가포르 국가 면적(685㎢)과 맞먹는 땅(600㎢)에 온통 제약, 생명공학 등 바이오 기업들만 유치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착착 진행 중이다. 바로 게놈 밸리 프로젝트이다.
게놈밸리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ICICI지식공원. 안드라 프라데시주정부가 200에이커(약 80만㎡)의 땅을 제공하고, 인도 최대 민간은행인 ICICI은행이 40크로 루피(900억원)를 내 완공한 이곳엔 19개의 바이오 업체들이 모여 있다.
듀폰, 매트릭스, GVK, 넥타르 등 글로벌 무대의 경쟁력을 갖춘 쟁쟁한 기업들이 이곳의 입주민이다. AP주의 하이데라바드에서 600㎞떨어진 인도양 연안의 해안도시 비사카파트남(Visakhapatnam). 인구 350만명의 이 중견도시 외곽 2300에이커(약 930만㎡) 땅에는 세계 최초의 제약도시인 자와할랄 네루 파르마 시티(Jawaharlal Nehru Pharma City)가 한창 건설 중이다. 4개 업체가 이미 들어와 있고, 11개 기업이 공장을 건설 중이며, 40여개 기업들이 입주를 결정했다. 이 중엔 일본의 아이자이, 독일의 파르마젤, 스위스의 SNF 등 3개의 외국 제약사도 포함됐다. 이 도시의 로드맵은 2010년까지 110개의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을 유치하는 이정표를 그리고 있다.
- 인도에는 도시 이름에도‘제약’이 등장했다. 비사카파트남에 위치한‘자와할랄 네루 파르마 시티’(Pharma city·제약도시) 초입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인도 여성이 웃고 있다. /이인열 특파원
■ 미국에 본사를 둔 인도 바이오기업
인도 바이오기업 락사이(Laxai)의 본사는 미국 뉴저지에 있다. BT혁명의 선두에 있는 미국 바이오기업들의 아웃소싱 수주를 따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는 노골적으로 BT 아웃소싱을 구애한다. ‘제약 연구와 개발수요를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당신의 파트너’. 기초연구, 독성학(toxicolog y), 데이터 관리, 임상시험까지 대행하는 이 회사의 고객 명단엔 화이자 등 세계적인 바이오업체들이 올라있다.
이렇게 뉴저지에서 받은 주문은 태평양을 건너 인도 게놈밸리의 공장에서 실행된다. 7년 전 게놈밸리에 공장을 세운 이 회사는 다시 부근의 4에이커(약 1만6000㎡) 땅에 신축건물을 짓고 있다. 연구소장인 토마스 샤다난드(Sadanand) 박사는 “앞으로 연구원이 지금의 15명에서 100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인도의 바이오기업에 손을 내미는 분야는 단순한 위탁생산에서 연구개발분야까지 다양하다.
스위스의 대표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Novartis)는 인도의 닥터레디스, 토렌트와 손잡았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독일의 슈바르츠(Schwarz) 제약은 인도의 란박시와 연구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인도 바이오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제약회사의 단순 하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인도의 10대 제약회사들이 지난 2004년 기준으로 연구개발(R&D)에 지출한 돈이 1억4200만달러라고 추정했다. 연구개발의 대부분은 새로운 제조방법을 만드는 데 투입되고 있지만, 독창적인 신약후보물질도 37종이나 개발하고 있고, 그 가운데 9종은 임상시험 1,2단계에 있다고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아예 인도 바이오기업이 유럽대륙의 제약사를 인수합병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전통의 인도 제약 1위 기업인 란박시는 작년 3월에 3억달러를 투자해 루마니아 최대 제약사인 테라피아를 인수했다.
욱일승천(旭日昇天)의 인도 BT 약진엔 인도정부도 가세했다. 현재 인도정부는 제약업체에 대해 R&D투자 금액 대비 150%만큼의 수입을 소득세에서 공제해주고 있다. 이 공제한도가 2008년부터는 200%로 확대된다. ‘세금 지옥’으로 불리는 인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인도의 관료들은 BT강국 인도의 등장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카말 나스(Nath) 인도 통상산업부 장관은 기자가 “인도에서 과연 BT 산업이 뜰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세계적 제약회사들이) 인도에 오지 않고 배겨날 수 있을까요”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 ‘IT 혁명’의 선두주자 인 도가 이번에는‘BT 혁명’에 나섰다. 인도의 한 생명공학 기업에서 연구 원이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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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 인도가 현대 산업의 또 다른 축으로 각광 받고 있는 BT(바이오기술)에서도 새로운 ‘혁명’을 시작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은 인도로, 인도로 몰려가고 있고, 인도의 토종 바이오기업들은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인도 BT산업의 경쟁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위클리비즈는 인도 BT의 첨병 역할을 하는 제약산업의 심장부인 인도 중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의 하이데라바드, 비사카파트남 등 현장을 찾았다. 뉴델리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걸리는 이곳은 IT산업의 벵갈루루에 대응되는 BT산업의 메카로 성장하고 있다.
취재엔 하이데라바드에 주재하는 대웅제약 인도사무소 조동현 선임연구원이 동행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지난 1년간 인도 7개 도시, 28개 제약사를 현장 방문한 바 있다. 그는 동행 취재 내내 “인도의 바이오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이 예상보다 휠씬 뛰어나다”며 긴장했다.
■ 게놈밸리는 인도의 ‘바이오 실리콘밸리’
인도 중부 하이데라바드는 인도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게놈밸리의 중심지역이다. 이곳 미아푸르 지역에 있는 임상시험 대행전문업체인 트라이덴트(Trident). 5층짜리 건물의 1층에 들어서면 20여 명 남짓한 임상시험 대상자들로 북적댄다. 한 제약업체가 특허시효가 끝난 항진균제(먹는 무좀약)의 복제약을 만들어 그 성능 테스트를 의뢰한 것이다.
악효가 균등한지 검사하기 위해 15명 정도의 임상시험 대상자들에게 먹인 뒤 각자의 혈중 약물 농도를 조사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임상시험 비용은 미국의 10분의 1에 그친다. 임상시험 대상이 되겠다고 자원하는 사람도 넘쳐난다. 이 업체 연구원은 “전체 시험 기간이 한달은 꼬박 걸리는데, 이런 과정을 규정에 따라 철저히 영어로 문서화하며 꼼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인도가 최고”라고 말했다. 실험과정을 CCTV로 녹화해 주문한 제약사에서 요청하면 제공해주기도 한다. 분석 연구원들도 풍부하다. 이 회사에만 100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모든 산업이 비슷하지만, 특히 BT엔 산학연(産學硏)이 연계되는 클러스터(cluster)가 중요하다. IT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 비용과 오랜 연구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BT를 키우겠다는 나라마다 대규모 클러스터를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미국의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 3대 바이오 클러스터와 싱가포르 등에 비해 인도의 게놈밸리는 생산과 실험 기능을 강조한다. 바이오 아웃소싱 기지로의 역할에 당분간 주력한다는 것이다.
하이데라바드 중심가에서 샤미르페트가(街) 방향으로 1시간쯤 달리면 녹색, 흰색, 빨간 색들로 요란하게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게놈밸리, 바이오시티, ICICI 지식공원 등 무려 8개가 붙어 있다. 싱가포르 면적(685㎢) 에 육박하는 600㎢ 땅을 차지하고 들어선 게놈밸리와 그 내부에 들어서는 소(小)단지 및 주요 입주 업체들의 간판들이다. 모두 바이오와 제약관련이다.
정부의 BT산업 지원 육성의지도 IT에 못지 않다. 게놈밸리는 바이오 기업들을 집중 유치하기 위해 인근 25㎞ 이내에는 공해 유발업체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청정지역(pollution free zone)으로 국가가 관리한다. 입주업체들에겐 관세 면제, 연구개발자금 우선 지원, 거주세 면제, 노동력 우선 공급 등의 혜택을 준다.
이 거대한 밸리 속은 온통 공사장이다. 하얀 푯말들이 땅을 구획하고, 곳곳에는 ‘땅을 임대한다’ ‘땅을 판다’는 광고판이 서 있다. 중간 중간에 완성된 공단도 보인다.
하얗게 핀 템플 플라워가 인상적인 ICICI지식공원. 이 곳엔 19개의 바이오 업체들이 모여 있다. 듀폰, 매트릭스, GVK, 넥타르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쟁쟁한 기업들이다. 이중 12개가 인도 기업이고, 미국 기업 5개, 독일 기업과 일본 기업이 각각 1개씩이다. 풍경이 벵갈루루의 IT공원과 흡사하다. 녹음이 짙고, 건물들은 최신식이다. 다른 선진국에선 기본이겠지만, 벵갈루루에서조차 부족한 전기 수도 인터넷 등의 인프라 시설 구축이 완벽하다. 컴퓨터만 갖고 들어오면 될 정도의 완벽한 시설이지만 월 사용료는 100㎡(약 30평) 규모에 5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공원 한 구석엔 세계적 화학 기업 듀폰의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50%쯤 진행됐다고 한다.
입주 업체 중 한 곳인 락사이(Laxai)사의 건물로 갔다. 운영본부 건물에서 5분 거리인 이 곳까지 갈 때 대학 캠퍼스를 거닌다는 느낌이 들었다. 2층짜리 건물에 들어서자 하얀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 10여 명이 분주하다.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신약 관련 각종 실험을 위탁 처리한다.
IT 못지않게 BT 역시 오랜 시간 집중력 있는 관찰과 분석이 필요한 분야다. 24시간 운영은 기본이다. 인건비가 싸고, 인력이 우수한 인도는 IT 산업의 콜센터처럼 바이오산업의 위탁실험 기업으로 그 명성을 쌓고 있다.제약생산 비용 선진국의 50% 연구개발 비용 13% 임상실험 비용 10%
우수한 인력·싼 인건비·세금 감면…
세계 바이오 회사들에게 인도는 너무 매력적이다
■ 캡슐 안에 캡슐이 든 첨단 약, 닥터 레디스의 생산공장
인도 BT산업의 또 하나의 힘은 놀라운 생산 능력이다.
“저것 보세요.”
작년 인도 제약업계 1위에 올라선 닥터 레디스의 하이데라바드 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던 조 선임연구원이 기자에게 말했다. ‘캡슐 인(in) 캡슐’. 1시간 당 9만개의 캡슐 약이 쏟아지는 라인의 한쪽에 붙은 글귀다. ‘캡슐 인 캡슐’은 인체의 원하는 장기(臟器)에서, 원하는 성분이, 정확한 시간에 약효를 발휘하게 할 수 있는 첨단약을 생산할 수 있는 공정기술이다. 캡슐 안에 또 다른 캡슐을 넣는 것인데, 이럴 경우 내장의 산도(酸度)를 감안해 위에서 녹을 성분과 장에서 녹을 성분을 구분해 각각의 캡슐에 담을 수 있다. 또 하루 3번 먹을 약을 한 번만 먹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캡슐의 성질을 달리해 체내에서 흡수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닥터 레디스는 작년 매출 1조5000억원에, 직원 수는 9100명, 이 중 연구원만 1000명에 달한다. 원래는 2위 업체였는데 새로 개발한 항구토제(항암치료 시 부작용인 구토를 억제하는 약)가 미국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세계 바이오업계의 표준 기관으로 불리는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승인을 받은 사업장만 7곳인 이 회사의 하이데라바드 공장은 규모부터 대단했다. 공장은 2개조로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다. 1994년 완공된 이 곳에서는 50%는 반제품으로, 나머지 50%는 완제품으로 연간 50억 알 이상 생산한다. 매출액의 84%를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남아공 등 20여개국에 수출해서 거둬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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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쏟아내던 ‘인도의 과거’는 잊으시라
세계 최대 ‘바이오단지’ 만들고 세계 최초 ‘제약도시’를 키우는 나라
단순 하청에서 벗어나 신약개발로 점프■ 세계 최초의 제약도시, 자와할랄 네루 파르마 시티
인도에는 도시 이름이 ‘제약도시’인 곳도 있다. 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의 이름을 딴 ‘자와할랄 네루 파르마 시티(Pharma city)’. 하이드라바드와 함께 인도 게놈밸리의 한 축을 이루는 비사카파트남에 있다. 파르마시티 운영업체인 람키파르마시티의 벤카타 라오(Rao) 지역책임자는 “제약 도시라는 개념 자체가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파르마 시티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APIIC(안드라푸라데시개발공사) 소속의 환경업체 공장 건설현장이 보인다. 철제 탱크가 올라가고 각종 콘크리트 구조물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약업체에서 나오게 될 각종 유독성 폐기물을 처리해주는 전문업체다.
이 곳을 지나면 바수다(Vasudha)란 제약사 공사장 푯말이 나타나고, 그 옆엔 글로켐(Glochem)이란 업체가 있다. 5에이커(약 2만 200㎡) 땅에 들어선 이 곳은 지난 2월부터 생산에 돌입했다. 혈전용해제의 원료약을 만들어 글로벌 제약사인 스위스의 싸이멕스(Cymex) 등에 공급하는 제약사다. 고혈압 치료제 부문에선 국제적인 명성도 갖고 있다. 연간 50억원 어치의 원료약을 만들어 모두 수출한다. 사티야 나라야난(Narayanan) 공장장은 “글로벌 수준의 제약사로 가기 위해 첨단 설비를 갖추려는 데 마침 좋은 조건의 제약전문단지가 나와 공장을 짓게 된 것”이라며 “공항, 철도, 항만이 가까이 있고, 환경 문제를 주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주고 있어 맘에 든다”고 말했다.
파르마 시티에서 10㎞떨어진 곳엔 아네아카팔리(Aneakapalli), 두바다(Duvvada) 등 2개의 역이 있다. 비사카파트남 항구는 불과 30㎞ 거리다. 글로켐 공장을 나와 5분 정도 가다 만난 것은 커머셜 허브(Commercial Hub)다. 카페테리아, 병원은 물론 경찰서, 소방서에다 사원까지 들어서고 있다. 람키파르마시티의 에쉬와르 레디(Reddy) 사장(CEO)은 “이 곳에선 제약업체가 주인이며, 이들을 위한 모든 편의 지원을 해줄 것”이라며 “5000여가구가 살 수 있는 주거지역을 인근에 건설 중이며, 인근에 3성급 이상 호텔도 20개 이상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엔 주정부 차원의 각종 혜택이 있다. 경제특구 지역으로 입주하면 3%대인 판매세와 10%대인 물품세가 면제된다. 인근엔 고다바리 강과 옐레루 강이 있어 용수 걱정이 적다. 인력도 풍부하다. 안드라대학과 12개의 기술훈련원에서 연간 1000여 명의 제약관련 인력을 배출해 낸다. 더욱이 인구가 400만 명에 이르러, 비숙련 인력 확보엔 문제가 없다는 게 이 지역 책임자 라오 씨의 설명이다. 라오 씨는 “지금부터 매달 이 지역엔 1~2개 이상의 새로운 제약 공장이 건설되거나 입주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BT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IT와 마찬가지로 역시 사람이다. 하이데라바드의 아이잔트(Aizant)사는 임상시험과 제약공정기술 분야에서 유명한 업체다. 이 업체 사장은 바르마 루드라라주(Rudraraju). 39세인 그는 미국 제약사인 로슈, 듀폰, 머크 등에서 15여 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 2년 전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왔다.
하이데라바드 일대엔 예전 벵갈루루처럼 미국, 유럽에서 활약하던 NRI(Non Resident Indian·화교에 빗댄 인교)출신의 제약 연구원들의 귀국 행렬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앞으로 인도 BT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이들의 역할이 주목된다.
■ 꼼꼼한 공정·문서(文書)화 능력 세계 최고
인도 제약업체의 최종 제품에는 대부분 상표가 붙지 않는다. 물론 상표 없이 수출된다. 대부분 위탁생산이기 때문이다.
인도 제약사들은 원래부터 위탁생산에 일가견이 있었다. 2005년 1월 이전엔 신약 물질엔 특허가 없고 제조공법에만 특허가 인정됐기 때문에 대부분 인도 업체들은 제조공법만 약간 바꿔 신약을 베낀 복제약을 쏟아냈다. 오죽하면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인도회사에 특허 정보가 새 나갈 것을 우려해 인도에 특허를 내는 것까지 꺼릴 정도였다. 조 선임연구원은 “화이자 같은 거대 제약사들도 모르는 공정기술을 갖고 있는 인도의 중소 제약사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비에, 필수적인 공정기술까지 갖춘 셈이다.
인도 BT의 또 하나의 경쟁력은 빼어난 문서(文書)화 능력이다. 하이데라바드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면 원료약 전문 제약업체인 몬태나사(社)가 나온다. 슬래브 수준의 지붕에 시멘트 바닥 그대로 한국의 1970년대 수준이다. 이 곳이 천식 관련 원료약 제조에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천식약 개발을 어떻게 했느냐”고 묻자, 담당자는 어디서 보따리를 들고 나왔다. A4용지로 무려 1m 높이, 세 묶음의 자료였다. 모두가 미국 FDA 기준에 맞춰 실험한 결과물. 연간 매출이 고작 20억원 안팎인 영세업체의 자료 정리 수준이 국내 최대 제약사를 앞지를 정도였다. 빼어난 영어실력에 문서화까지 일류 기업들의 구미에 맞춰놨으니, 이 곳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이 몰려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본사를 벵갈루루에 둔 인도 1위 생명공학 업체인 바이오콘 역시 최근 하이데라바드에 진출했다. 맥주회사에 효모를 공급하는 것이 주력이었던 이 회사 관계자는 “인슐린을 세계적인 제약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에 공급하고 있다”며 “수백 가지 이상의 공정에 대한 세밀한 데이터를 기록한 자료가 공급 계약을 맺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말했다.
축적된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도 한창이다. 인도 제약사들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닥터 레디스는 19개, 작년까지 인도 1위 제약업체였던 란박시는 14개의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 세계적인 제약회사들도 투자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신약개발 사업에 인도의 상위 10대 제약사들은 무려 85건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항혈액응고제, 신장약, 심폐기능 강화제 등 미래 꿈의 신약들도 포함돼 있다.
■ IT와 BT가 만나면? 놀라운 ‘시너지효과’
인도에는 다국적 제약업체라고 불릴 만한 회사도 탄생했다. 뉴델리 인근 신흥도시인 구르가온에 자리한 란박시(Ranbaxy)에는 ‘태국 룸’, ‘중국 룸’ ‘미국 룸’ ‘영국 룸’ 등이 있다. 크리슈난 부장은 “글로벌화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름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51개 국적(國籍)을 가진 직원 1만1000명, 49개국에 지사를 두고, 9개국에서 21개의 생산공장을 운영한다. 판매망은 125개국이 넘는다. 작년 매출은 12억 달러(약 1조1000억원). 2012년엔 매출 50억 달러에 세계 5위의 제약회사(복제약 기준) 업체가 목표다.
글로벌 공략 채비를 갖춘 란박시의 꿈은 복제약 시장에 멈추지 않는다. 브라이언 템페스트(Brian Tempest) 사장은 “복제약으로 번 돈을 이제 신약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매출의 4%에 불과하던 R&D 투자는 작년엔 10%에 육박했다. 그 결과 2005년 해외에서 185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태국, 중국, 나이지리아, 브라질, 남아공 등에 9개 합작기업을 확보했고, 작년 3월엔 3억 달러 이상을 투자, 루마니아 최대 제약사인 테라피아를 인수했다.
인도의 제약업은 한국과도 적잖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한국 제약사들은 원료약의 70~80% 안팎을 인도에서 수입한다. 업체별로 원료약을 어디서 얼마나 가져가는지는 비공개로 하지만, 제약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인도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역시 품질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 제약 업체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해 인도와 경쟁이 되지 않고, 유럽이나 미국의 제품은 50%이상 비싸다. 생산과 실험의 아웃소싱 기지로 출발하는 인도의 BT가 조만간 세계 시장의 주류로 성장할지 벌써부터 세계의 바이오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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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육사까지 붙여주면서 인재 스카우트”
■ 인도 1위 제약社 ‘닥터레디스’ 부회장 G.V.프라사드“중국이 세계적 바이오 기업 유치에 목을 맨다면 인도는 스스로 세계적 바이오 기업이 되려고 노력한다.”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닥터레디스 본사 3층의 사무실에서 만난 G.V. 프라사드(Prasad) 총괄 사장 겸 부회장의 일성(一聲)이었다. 그는 “인도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우수 인재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차세대 산업인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은 IT분야처럼 인도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년 2위였던 닥터 레디스가 작년에 라이벌 업체 란박시를 누르고 업계 1위에 오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닥터 레디스는 현재 100개국에 해외 영업망을 갖추고 매출의 84%를 수출에서 얻는 글로벌 제약사다. 인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기업이기도 하다.
-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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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사드 부회장은 “제약은 앞으로 10년간 인도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세계화, 빼어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경쟁, 그리고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신약과 신물질 개발 경쟁이란 세 가지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엔 외국의 수준급 제약사들이 인도로 몰려온다”면서 “마치 IT 붐이 한창일때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인도로 몰려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외국기업들의 인도 상륙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엔, “좋은 상대가 있는 것은 우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인재 확보에 얽힌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현재 원료약(API) 공장의 총책임자인 아푸르바(Apurva) 사장의 사례였다. 미국 텍사스에서 공부하고, 아내가 백인 의사인 아푸르바 사장은 미국 머크사에서 일하다가 작년에 닥터 레디스에 합류했다. 프라사드 부회장은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는데, 특히 7마리나 되는 고양이를 키우는 관리자까지 고용해 줬다”고 말했다. 닥터 레디스의 9100명의 직원 중 1000명이 연구원이며, 이 중 20%는 해외 바이오업체의 경력이 있는 글로벌 인력들이다.
최근 닥터 레디스가 한국 중소 제약사를 인수합병(M&A)하려고 한다는 소문에 대해선,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당장은 인수합병보다 합작 형태로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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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바이오 산업의 동향
미국과 중국사이 BT도 ‘샌드위치 코리아’ 되나
이영완 산업부 기자(과학팀장) ywlee@chosun.com지난 5월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BT(생명공학) 분야 최대 전시회인 ‘바이오2007’ 행사에서는 BT의 산업화가 이슈로 떠올랐다. 예년엔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을 소개하는 부스가 대부분이었지만 올해는 임상시험대행업체나 계약생산업체, 의약품개발컨설팅 등의 기업들이 다수 등장했다. 특정 분야의 BT를 중심으로 전시회가 진행되던 것에서 벗어나 분야에 상관없이 기술의 상용화가 핵심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BT산업에서는 미국, 유럽의 선도 그룹과 중국, 인도 등 후발주자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 미국 레드(red) BT가 세계 시장 주도
지난 6월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나온 ‘주요국의 바이오산업 동향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BT산업 시장은 2005년 현재 1263억달러 규모다. 2001년 이후 연평균 12.8%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2010년에는 2261억달러(약 2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으로 보면 미국과 캐나다의 북미 시장이 전 세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26.9%)과 유럽(16.2%)이 그 다음.
분야별로 보면 의약품이 전체 BT산업 매출의 61.5%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 BT산업은 색으로 나뉜다. 유럽연합(EU)에서는 보건의료분야의 BT는 피의 붉은색을 따 ‘레드(red) 바이오’로, 미생물을 활용해 산업용 화학물질이나 바이오에탄올과 같은 연료를 생산하는 것은 친환경적이라고 해서 ‘화이트(white) 바이오’, 유전자변형농산물 등 농업 분야 BT는 나뭇잎의 색을 따 ‘그린(green) 바이오’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 BT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은 레드 바이오가 시장의 66.6%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린은 4.4%, 화이트는 0.1%에 불과하다.
반면 세계 2위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레드가 44%로 1위지만, 그린(28.2%), 화이트(12.9%)도 높은 비중을 차지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5년 일본이 161억달러로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그 다음인 62억달러(18.2%)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벼 게놈(유전정보)을 독자적으로 완전 해독, 그린 바이오의 세계적 주자로 나설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BT산업 규모는 약 30억달러 정도. 최근 제약산업을 기반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는 2003~04년에 7억900만달러의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조사돼 있다. 유럽도 미국과 조금 다른 형태다. 2005년 205억달러 규모의 유럽 BT시장 역시 레드가 71.7%로 오히려 미국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유럽에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 스페인 등 농업이 발달한 국가가 많아 그린도 11.8%나 차지하고 있다. 유럽 BT산업의 최대 시장은 영국으로 37.8%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은 독일,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순이다.
- 인도 1위 제약업체인 닥터 레디스의 원료 창고 모습. 인도 자체에서 생산된 것은 물론 중국, 독일 등에서 온 원료들을 이용, 전 세계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한다. 닥터레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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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의약품 특허 만료되면서
경쟁 치열아시아태평양과 유럽에서 그린이나 화이트 바이오가 나름대로 성과를 보인다고 해도 결국 미국이 세계 BT시장을 좌우하고 그 대부분이 레드 바이오이므로 현재 BT산업은 말 그대로 ‘레드 오션(red ocean)’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지만 한 번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BT의약품인 이피오(EPO) 단백질은 사람의 신장에서 분비되는데 적혈구 생성을 도와 빈혈치료제로 개발됐다. 엄청나게 비싸고 세계적으로 10조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덕분에 이피오를 빈혈치료제로 개발한 암젠은 소규모 바이오벤처업체에서 시가총액 8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13위 제약회사로 급성장했다. BT의약품의 매출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현재 암젠, 카이론 등 상위 10개사가 전 세계 BT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피오 등 1세대 BT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복제약인 바이오 제네릭(bio-generic)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이피오 시장의 1%만 잠식해도 연매출 1000억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외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도가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복제약 분야에 워낙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 제네릭 분야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우리나라는 ‘유비쿼터스 헬스’ 키워야
정부는 우리나라가 세계 BT산업에서 경쟁할 수 있는 분야로 약물전달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신약과, 줄기세포나 동물의 장기를 이용한 이식 등 바이오장기, 혈액 한 방울로 질병 유전자를 찾아내는 바이오칩 세 분야를 선정, 집중 투자하고 있다.
국내 BT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바이오신약은 2005년 현재 미국의 58% 수준이며, 바이오장기는 66%, 바이오칩은 65%다. 이를 2020년까지 각각 90%, 95%, 95% 수준으로 높인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우리에게 가장 위협이 되고 있는 나라는 중국. 최근 세 분야에서 우리를 위협할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전체적인 기술 경쟁력은 우리의 74% 수준이나 2020년이 되면 오히려 우리를 앞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중국 등 후발국의 틈새에 끼인 우리나라로서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발달한 IT(정보기술)산업 기반을 활용한 유비쿼터스 헬스(ubiquitous health) 분야가 전망이 밝다는 것. 유전자나 단백질을 검출하는 바이오칩을 휴대전화와 인터넷 통신망과 결합해 언제 어디서든 질병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