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지역: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옥돌봉-도래기재
일 시:1999. 1. 1
대 원:강대춘,이영민(탐사대원)/이은경(지원조)
그 동안 백두대간에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늘 얘기하면서 언젠가 한 번 백두대간에 따라가겠다고 말했던 이영민씨가 드디어 시간을 내어서 대간에 따라왔다.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그는 나와 산행하기에는 딱 알맞은 팀이다. 나서지 않고 속도를 어떻게 내든 언제나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붙이는 편한 팀인 것이다. 우리는 늦은목이로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서 도래기재에서 거꾸로 대간을 치기로 한다.
봉화에서 현동가는 곳의 다덕약수터의 다덕파크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이 다덕을 출발하여 도래기재로 왔다. 도래기재는 춘양에서 우구치리 상금정 마을 앞까지 확장포장된 도로가 넘는 길이어서 지원장소 및 탈출로로 적합한 곳이었다. 도래기재의 절개지는 너무 가팔라 오르는 데에 상당한 주의를 요하여 바로 올라가지 않고 비스듬히 더듬어 올라가 대간에 올라섰다. 도래기재에서 옥돌봉까지 가는 데는 오르막의 연속이다.이번 겨울의 대간종주는 눈이 없어 상당히 수월하게 종주를 하는 편이다. 지난 11월에 저수령에서 눈으로 고생하고는 여태까지 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늘도 역시 눈은 하나도 없는 겨울이다. 남들은 모두들 신년월출을 보러간다고 난리들 치고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오늘 대간에서 월출을 본다. 작년의 월출은 1월 2일 백운산에서 봤었지. 벌써 대간에서 두 번째의 월출을 보는 것이다. 이 겨울에 대간은 상당히 진도를 내 놔야 한다. 윗 구간들에는 계절의 제한을 받는 구간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대관령부터 남설악까지는 5,6월에 진드기 공화국이다. 그리고 설악산은 덥거나 추운 계절에는 종주가 불가능하다. 시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반적인 등산로의 오르막을 따라서 옥돌봉에 도착하는데에는 1시간 정도 걸렸다. 옥돌봉은 이 구간에 있는 또 다른 산인 명산 선달산보다도 더 높은 산이다. 옥돌봉 정상(1242m)은 몹시 추웠지만 전망이 아주 좋았다. 영주시 하동면과 봉화군 물야면의 경계에 있는 옥돌봉은 남쪽으로 주실령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어 단일산으로 산행하기에는 손쉽게 올라올 수 있는 산이었다. 옥돌봉에서는 북동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백두대간상으로는 구룡산이 보이며, 남쪽으로 문수산이 주실령(750m)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옥돌봉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중 압권은 남서쪽 조망이다. 멀리 죽령서부터 옥돌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눈물이 날 지경으로 아름답게 한눈에 들어온다.
옥돌봉에서 서쪽으로 대간을 따르는 내리막 길을 계속 내려간다. 대간은 고도를 어느정도 낮추면서 서쪽으로 진행하다가 박달령을 만난다. 우리는 또 다시 후회한다. 박달령은 차가 너끈히 올라오는 임도였던 것이다. 우리는 애를 먹고 늦은목이로의 접근을 시도했는데 결국은 이런 좋은 접근장소가 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백두대간 가이드 책자에도 박달령에 대한 멘트가 없었기에 우리만 생고생을 하는 것이다. 박달령에는 산신각이 있고 북쪽 아래 100m거리에 시멘트로 지붕을 덮은 샘터가 있으며 봉고차도 하나 와 있었다. 어느 누구를 지원하기 위해서 온 차량인 것 같았다. 그래도 할 수 없지. 우리는 박달령을 지나 계속 대간을 간다. 이제 앞에 선달산을 두고 쳐 올라간다. 이번 구간 유일한 명산인 선달산, 이 선달산은 조선의 산을 닮았다. 전형적인 우리네들의 산, 그대로 였다. 선달산의 산 품새는 제법 너른 편이었다. 생각보다는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우리는 선달산(1236m) 정상에 선다. 선달산 정상에서는 옥돌봉보다 훨씬 더 멋진 파노라마를 만끽할 수 있다. 우선 북으로는 분지처럼 패어져내린 내리천계곡 너머로 두위봉과 백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백운산에서 시계바늘 방향으로는 함백산과 태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봉화 청옥산과 문수산 줄기가 오전약수 계곡과 함께 보이며, 남족으로는 문수산과 응방산 사이로 봉화읍 번화가가 뚜렷하다.
선달산에서는 대간은 남쪽으로 거의 90도 꺾어 밑으로 내려간다. 고도는 그대로 떨어져 내려간다. 기다리는 지원조 이은경씨가 기다리는 시간이 벌써 지났기에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내려 선달산과 갈곶산의 안부로 내려오니 드디어 지난 번에 왔던 늦은목이가 나왔다. 늦은목이에는 전번에 달아두었던 나의 표지기가 선명하게 달려있었다.늦은목이에서 서쪽 아래 50m쯤 내려서면 식수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은 야영장소로도 적합하다. 늦은목이에서 동쪽 아래 큰터골로 내려서면 오전리로 탈출할 수 있다. 늦은목이에서 북쪽 선달산을 향해 발길을 옮기면 아름드리 춘양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춘양목 아래로 뚜렷한 능선길을 따라 40여분오르면 갈림길에 닿는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갈라진 길은 하동쪽 지동리 내리천 칠룡동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전번 구간처럼 우리는 다시 늦은목이에서 생달마을로 내려오기 위해 큰터골로 내려온다. 길을 알아선지 전번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내려온다. 지원조 이은경씨도 길을 다 알아서 다시 생달마을로 들어와 다시 사기점마을까지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팀에 좋은 지원조라.....바야흐로 대간조는 최상의 조로 형성되었다. 우리는 그대로 고향으로 가지않고 태백으로 향한다. 그리고 내일은 구간을 건너 뛰어서 싸리재∼삼수령(피재)구간을 미리 뛰려고 한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의식한 구간종주계획인 것이다. 오늘은 태백에서 편안하게 술 한잔해야지. 오랜만에 친구 영민이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