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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양군 대덕면 갈전리 용산골 자연마을 학생들이 지난 24일 마을 앞 논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연을 날리고 있다. |
땡~땡~땡.
점심식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마을회관에 있는 식당 문을 여니 냄새가 구수하다. 잡곡밥, 배추김치, 파래무침, 미역국, 콩자반, 무조림. 소박하고 담백한 차림이다.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곧장 학교 운동장으로 향한다.
한적한 시골마을.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농촌을 체험하고 자연을 배우기 위해 광주에서 온 초등학생들이 그 주인공. 꼬마 손님들이 등장하자 조용한 마을은 금세 시끄러워졌다. 학교 운동장과 마을 앞 논은 그들의 놀이터가 됐다.
담양군 대덕면 갈전리 용산골. 폐교된 옛 용산초등학교에서 지난 22일부터 3박4일 동안 `자연학교’가 열렸다.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용산골 자연학교 주제는 `놀자! 놀자 신나게 놀자’. “맘껏 뛰어 놀아라”는 취지다.
상갈 마을, 원산마을, 용대마을 등 7개 마을로 이뤄진 용산골은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용산골 자연학교는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도시와 농촌 아이들에게 건강한 우리 농산물로 먹을거리를 만들어 전통적인 공동체 놀이를 통해 농촌문화를 체험하자는 뜻으로 만들었다. 올해가 6회째다.
용산골 자연학교는 여느 캠프와는 다르다. 운영은 동네 어른들이 자원봉사로 이뤄지며 강사는 모두 현직 교사다. 프로그램은 산 너머 온천가기, 신나는 운동회, 별보기 달보기, 썰매타기, 연 만들어 날리기, 달집태우기, 고구마 구워먹기 등 전통놀이와 체험 위주로 돼 있다. 참여 학생 (초등학교 3~6학년)은 모두 37명. 광주 등 도회지에서 온 학생이 29명, 나머지는 용산골 아이들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난 아이들은 시골생활이 즐거운 표정이다. 아이들은 별자리를 관찰하고 연도 만들고, 생전 처음 달집태우기 놀이도 했다.
산을 넘어 화순온천까지 걷는 게 가장 힘들었다는 하미라(광주 양지초 3년), 별자리를 처음 관찰했다는 노지영(용봉초 4년), 엄마 잔소리를 듣지 않아 좋다는 이청미(문정초 6년), 도시친구가 15명 생겼다는 박상원(담양 만덕초 6년)…. 시골 밤이 어두워 무섭다던 아이들이 교사들과 별자리를 관찰하면서 캄캄한 시골밤에 금방 익숙해졌다.
교무기획을 담당한 김혜주(광주 신광중) 교사는 “지식중심에서 놀이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전통놀이를 통해 동네 어른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농촌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골 자연학교의 백미는 연 만들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날(24일) 프로그램인 `연 만들어 날리기’ 수업은 장연일(광일고) 교사가 맡았다. 아이들이 만들 연은 가오리연이다. 동네 어른들은 대나무를 잘라 연살을 만들고, 창호지와 실타래를 준비했다.
선생님이 밥풀에 연살을 붙여 가오리연을 만들어내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연 만드는 재미에 흠뻑 빠져 손도 얼굴도 엉망이 됐지만 아이들은 즐겁기만 하다. 고사리 손으로 만든 아이들의 연도 가지각색. (장)한얼(만덕초 6년)이는 자신이 만든 연에 `남북통일’이라고 썼다.
“평소에 해 보지 못했던 것을 직접 체험해 보니까 너무 좋아요.” 서다진(양치초등 3년)양은 “그동안 아빠가 만들어 줬는데 내가 직접 만든 연이 잘 날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저녁 프로그램은 달집태우기. 아이들은 동네 어른들이 준비한 달집을 태우며 소원을 빌었다. 타닥 타닥거리며 달집의 대나무들이 타올랐다.
“달집을 뛰어 넘으면서 소원을 비는 거야.” “아저씨 꽁무니를 따라가면 돼.”
동네 어른들은 아이들을 달고 앞장 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춤을 췄다.
동네 어른과 도시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해체돼가는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농촌을 활성화하자는 용산골 어른들이 있기 때문.
“도시 농촌간 교류와 소통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자연학교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원산마을 이장이자 자연학교 교감 선생님인 윤영민씨는 “최근 용산골에 젊은 선생님이나 예술인 등 외지인들이 이사 오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며 “용산골 자연학교를 지속 가능한 문화 창출 공간으로 만들어 개방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산마을과 상갈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선생님은 모두 12명. 이들은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들’ 회원으로 가입했다. 마을 주민들은 폐교된 학교를 교육청에서 매각하려 하고 있지만 도시 아이들이 찾아오는 농촌체험 교육장이나 마을공동체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라고 있다.
글·사진=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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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의 3개 신문과 광주 드림지에 실린 기사중 광주드림에 실린 기삽니다. |
첫댓글 주관하신분 수고 하셨습니다 .그때 그시절이 생각나요.세월이 흘려가도 어린시절은 생각이 같은가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