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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구 교수는 부산대학교 독일어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석사(Th.M.)를 마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 구약신학을 전공하여 신학 박사(Dr.theol.)를 취득하였다. 1996년에 평택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고, 현재 한국구약학회 회장을 맡고 있고, 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이다. [역사서 해석과 역사 이해](도서출판 동연, 2012) 등 많은 저서를 집필하였으며 초기에 ‘이스라엘의 역사,’ ‘히브리어 문법’ 및 ‘히브리어 성경(BHS) 읽기의 안내’ 등 구약학의 기초적 연구에 집중하였다가, 그 후 연구관심사가 ‘신명기와 신명기 역사서’와 ‘오경’ 특히 ‘창세기’ 연구로 연구를 확장하였으며, 최근에는 ‘구약 신학’ 특히 ‘구약성서 성스러움의 가치’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
한동구 교수를 만나기로 약속하고 평택대학교를 찾아간 날, 그 날은 유난히 햇살이 눈부시게 고왔다. 꽃들도 덩달아 빛이 났다. 아주 작은 바람 한 줄기에도 벚나무 꽃잎들은 기꺼이 나풀나풀 몸을 풀었다. 한동구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꽃잎이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에 가지 않고 친구를 따라 고신교단 소속 교회에 갔어요. 그 교회에서 저의 영적인 눈이 떠졌습니다. 사람들은 한 순간에 하나님을 만나기도 하는데 저는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하나씩 긴 시간을 가지고 하나님을 만나는 연습을 했어요. 어느 날, 박형규 목사님이 저에게 성령체험을 했느냐고 물었어요. 했다고 대답했지요. 영적인 눈이 떠지던 순간, 성령체험을 한 거지요. 그 중학교 시절, 얼마나 교회에 가고 싶어지던지요. 게임하는 친구들이 게임에 몰입하듯이 저는 교회에 몰입했어요. 주일날이 지나면 수요일이 기다려지고, 수요일이 지나면 철야기도회가 있는 금요일이 기다려지고, 금요일이 지나면 또 주일이 목마르게 기다려졌지요. 방학 때는 거의 교회에서 지냈어요. 교회에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혼자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즈음 신학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마치 마술에 걸린 사람 같았어요.”
마술에 걸린 사람이라니, 아닐 것이다. 마술에 걸려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성령에 취해 있었을 것이다.
“신기한 일은 지금도 여전히 신앙적인 훈련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날마다 머리가 깨우쳐 지고, 깨달음이 오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들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가슴으로 하는 신학, 또 느낌이 있는 신학, 내면 성철이 요구되는 신학을 하고 있는 거지요. 과거에 우리 사회는 공동체 정신 속에서 사회의 규약을 잘 지키고, 인간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사회적으로 연대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러나 90년대를 넘어서면서 초월의 힘의 중요성들이 우리 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변화에 대한 요구가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사회개혁이 필요할 때는 음성으로 대변했지만, 지금은 개인의 창의성과 개인의 종교적인 체험, 또 개인의 내면적인 성찰이 중요하지요.”
한동구 교수는 오경 전문가다. 그는 오경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했을까?
“당시 한국에서는 오경 전문가가 없었어요. 신명기를 중심으로 박사논문을 쓰는데 신명기 안에 정치, 경제, 종교가 하나로 똘똘 뭉쳐서 들어있는 거여요. 학문적인 발견이 이루어질 때마다 황홀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공부를 하면서 황홀함을 느끼는 사람, 학자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는 평택대학교 학생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뛰어납니다. 제각각 훌륭한 보석들입니다. 다만 학생들 스스로가 보석인 줄을 모르고 있지요. 사실 우리나라 교육은 잘하는 사람 5%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 95%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아주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고하고 그 95%의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패배감을 안고 있습니다. 그 학생들의 일부가 우리 평택대학교 학생들이고, 안타깝게도 학업성취도가 낮습니다.
저는 그런 학생들을 일으키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이번에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강조합니다. 도전을 촉구합니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꼭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힘을 다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나의 말을 가슴 깊이 믿어주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더 간절해지는 한동구 교수, 학생들의 내면을 회복시키는 일에 주력하는 스승의 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스럽다.
“학생들이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주눅 들었던 것을 치유하고, 꿈을 키우고,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한다면 우리 학생들이 하지 못할 일은 없지요. 우리 학생들이 가지 못할 곳도 없고, 우리 학생들이 이루지 못할 일도 없다고 믿어요. 저는 우선 우리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는 절대로 엎드려 잠을 잘 수 없다는 것부터 심어 줍니다. 요즈음 학생들은 밤새도록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가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일이 있지요. 저는 학생들에게 밤에는 잠을 잘 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수업시간에는 반짝이는 얼굴로 와야 한다고 말하지요. 그리고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그 자리에서 다 암기하고 이해하도록 시킵니다. 그렇게 한 학기 동안 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다음 학기에는 조금씩 달라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한국 구약학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한동구 교수, 그를 통해 교회와 한국 구약학회의 앞날을 내다보자.
“이 시대 우리 신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 참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의 문제입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우리는 한국교회가 비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변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을 똑바로 인식하고, 이 위기에 대응해야 할 책임이 신학자들에게 있습니다. 자칫 한국교회는 버림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사회를 이끌어가지 못하면 교회는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신학자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하나님 앞에서 겸허한 자세로 한국교회를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구약학회 회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꿈이 있다면 국제학술지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 일에는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한국에는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교회가 다섯 개나 되지만, 국제적인 학술지를 만드는 일에 후원을 할 교회는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1년 혹은 2년 동안에 소요될 자금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포럼을 계획하고 있고요. 글을 투고해 줄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교회가 성장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때에 한동구 교수의 지적은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준다.
“개인의 창의성이나 내면세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교회는 역행을 해 왔습니다. 오히려 인간 내면에 있는 문제를 상대화하고, 제한하고, 변화 또한 제한시켰습니다. 소통 가능한 성경적 가치를 가지고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정신적인 힘이 있어야만 물리적인 힘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그동안 상대방의 귀를 막고, 가슴을 막고, 일방적인 선포만 해 왔습니다. 복음의 우월성만을 강조해 왔던 선교에서 소통 가능한 선교로 바뀌어야 합니다. 성경이 어떻게 말씀하는가를 진지하게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필자의 마음속에는 희망이 꿈틀거린다. 설레임을 숨길 수가 없다. 세상이 온통 환하고 맛나 보인다. 한동구 교수의 가슴에는 사랑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다. 학생들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하고, 교회에 대한, 그리고 학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하다. 그 사랑과 열정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사랑과 열정의 신학자 한동구 교수,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먹은 국밥은 한결 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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