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아픔과 김자옥의 죽음이 한 문학지에 |
경북고 출신 문인들 연간 문학지 <경맥문학> 제4호 펴내 |
14.12.29 09:41 | 최종 업데이트 14.12.29 09:42 | 정만진(daegu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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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고등학교 출신 문인들의 문학단체 '경맥문인협회'가 매년 내는 문학지 <경맥문학> 4호가 지난 12월 13일 발간되었다.
이하석 시인(경북고 48회)의 권두시 '내 딸 아들들아 모두 어디로 갔느냐?'로 시작되는 이번 호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열린 '제1회 경맥동문 음악회'(이하, 경맥음악회) 기사를 특별기획으로 게재하여 특히 눈길을 끌었다.
경맥음악회는 지난 5월 30일(금) 20시에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렸다. 경북고교 출신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경맥예술인총연합회는 그보다 전인 3월 1일에 청율아트홀에서 경맥음악회를 점검하는 사전 공연형식의 프리콘서트를 열었고, 만족스러운 시연 결과를 바탕으로 본 행사를 개막했다.
경맥음악회는 경북고 66회 박지운 졸업생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운명>으로 시작했고, 관객들이 함께 합창하는 <동심초>로 막을 내렸다. <상화와 고월>을 편찬하여 이상화, 이장희 두 시인을 한국문학사에 새겨넣은 백기만 시인(2회)의 시 '고별'이 69회 김인정의 어머니 김분옥(전 KBS성우)에 의해 낭독되었고,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65회 이현창(대구시립국악예술단 악장)이 대금을 연주하기도 했다.
또 관객들은 까마득한 선후배 사이인 43회 정기진과 90회 박호경 두 사람의 테너, 94회 황순원의 바리톤, 54회 박성배의 부인 이은림 소프라노, 54회 이무형의 딸 이정현 소프라노, 54회 박영철의 딸 박보경 소프라노의 열창, 59회 손동석의 부인 최계정의 슈만 피아노 연주도 감상할 수 있었다.
본래 경맥음악회는 '개교 98주년 기념 및 대구경북 시도민에 대한 감사의 음악회'로 기획되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전국 각지의 음악회들은 하나같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심지어 대구의 모 대학교는 개교 100주년 기념음악회 준비를 모두 마치고 거리에 현수막까지 내건 상황이었지만 행사를 취소했다가 가을에야 재개했다.
경북고 출신 예술인들은 오케스트라 곡부터 모든 출연진의 곡목을 완전 교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내용으로 재구성하여 음악회를 열었다. 그 결과 행사 준비에 따르는 경제적 비용 등은 2배나 증가했지만 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위무해낸 시의적절한 음악회였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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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고 출신 예술인들이 마련한 세월호 추모 음악회에서 열창 중인 정기진 교수의 5월 30일 모습 |
ⓒ 경맥문인협회 |
관련사진보기 | <경맥문학> 4호에는 회원들의 작품만이 아니라 졸업생 가족들의 글도 '특별 원고'로 다수 실렸다. 2회 백기만의 장녀 백태희와 차녀 백용희의 시 '낙과'와 수필 '성천 아카데미', 37회 신상일의 부인 배정향의 시 '비둘기를 위한 출근길' 외 2편, 41회 허광덕의 동생 허정자의 수필 '역 풍경', 44회 김광태의 부인 정숙의 시 '방천시장엔 처용아내의 치맛자락이 깔려 있다' 외 2편, 44회 이원락의 딸 이수원의 수필 '자녀와의 대화를 회복하기 위해' 외 1편, 46회 김성규의 동생 김말자의 시 '어째서 나는' 외 5편, 46회 윤창준의 부인 김황희의 시 '봄날에' 외 3편, 66회 박지운의 어머니 조혜자의 시 '우리는...' 등이 게재되어 있다.
이 중 백기만 시인의 장녀인 백태희 시인의 '낙과'를 읽어 본다.
수확기를 놓친 매실 노랑 열매가 마당을 덮었다 밤낮없이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을 때린다.
아기 볼처럼 보들보들하고 포동포동한 살결 알알이 또랑또랑한 존재들이 속절없이 썩어가게 생겼구나
때맞춰 거두지 못한 나의 게으름을 용서하지 말라 용서하지 말라
<경맥문학> 4호에는 또 근래 타계한 배우 김자옥의 아버지 김상화(28회) 시인의 시 '너의 숨결은 시월의 코스모스'와 '자옥아, 자옥아'도 실려 있어 독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해준다. 서울대 작곡과를 중퇴한 김상화 시인은 언론인이자 무용평론가로도 활동을 해왔다. 지면 관계상 '자옥아, 자옥아' 한 편만 읽어본다.
콩알만 한 우리 자옥이 쪼그마한 내 딸 자옥이 바람이 불면 어쩌나 굴다가 구르다가 다칠라 자옥이 가는 길에 아픔이 없어라 사뿐사뿐 꿈을 밟고 가거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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