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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19 03:30
스파이 다룬 뮤지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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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접변'공연 장면. 이 작품은 국내 최초 한국어판 중국 뮤지컬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에요. /포커스테이지
스파이는 한 국가나 단체의 비밀이나 상황을 몰래 알아내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나 단체에 제공하는 사람을 말해요. 인류가 부족 단위로 모여 살기 시작한 때부터 근대 국가를 형성하기까지 '정보'는 집단의 생존에 필수적인 수단이었어요. 이웃 나라가 침략할 것이라는 정보, 적국의 왕이 암살당했다는 정보 등을 알아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스파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답니다. 첩자, 밀정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우리에겐 '간첩'이라는 용어가 더 익숙해요.
냉전 시대, 스파이 활동 전성기
스파이를 부르는 '제5열'이라는 은어도 있는데요.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파시스트 반란군 소속으로 마드리드 공략 작전을 지휘한 에밀리오 몰라 비달 장군이 한 말에서 유래했어요. 그는 공세 직전에 '자신이 공격하면, 마드리드 내부에서 제5열이 봉기할 것'이라며 직접 이끄는 부대 4개 외에도 협력자가 있음을 암시했지요.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8년 발표한 소설에 '제5열'이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이 용어는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스파이 활동의 전성기는 냉전 시대였습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마침내 끝났지만 이념 대립이라는 치열한 싸움이 다시 이어지게 됐어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진영 간의 극심한 권력 투쟁 속에서 물밑 첩보전이 격렬하게 전개됐는데요. 이때 활약한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숨막히는 스파이 전쟁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소설 등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파이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입수한 첩보를 본부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기밀 정보를 숨기는 심층 위장 기법을 스테가노그라피(steganography)라고 부르지요. 지금이야 컴퓨터로 위장 파일을 만들어 정보를 전달하겠지만 과거엔 밀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었는데요.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전쟁이 한창이던 때는 밀사의 머리카락을 깨끗이 밀고 그 위에 비밀 메시지를 쓴 다음 다시 머리를 기르는 방법으로 정보를 빼돌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스테가노그라피와 스파이의 역사는 깁니다.
작가로 위장한 스파이의 임무는?
이처럼 흥미진진한 스파이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 두 편이 공연 중입니다. 먼저 '접변(9월 22일까지·대학로티오엠)'은 국내 최초 한국어 버전의 중국 뮤지컬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에요. 한국 창작 뮤지컬이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던 것에 비해 중국 뮤지컬의 한국 진출은 늦은 셈이에요.
'접변'은 1939년 중국 상하이 우원로에 있던 부유한 사업가 진 선생의 별장에서 만난 두 여성의 감춰진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는 이야기예요. 진 선생의 둘째 부인 '심문군'이 홀로 지내던 별장에 어느 날 홍콩 유명 가수이자 진 선생의 애인인 '만만'이 찾아오지요. 이렇게 두 여성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접변'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상하이의 급박한 정세와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열강의 치외법권 지역인 조계지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이해하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이에요.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한 청나라는 '남경조약'을 맺고 상하이를 비롯해 항구 5개를 영국에 개방하게 돼요. 그리고 상하이는 영국인의 자유로운 거주와 치외법권이 허용되는 지역이 되지요.
이후 미국과 프랑스도 들어오면서 상하이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도시로 변합니다. 그렇게 중국 동부의 작은 항구에 불과했던 상하이는 중국 제일의 경제 도시로 발돋움하고, 그러면서 여러 정치 세력이 모여들었어요. 하지만 1937년 중국을 전면 침략한 일본이 상하지 조계지를 점령하면서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는 위축됐습니다.
일본은 반일 테러 조직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언론 출판물이 통제 없이 인쇄되는 조계지에 대해 억압의 강도를 갈수록 높여 갔어요. 하지만 당시 상하이에선 일본인과 친일파에 대한 테러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등 반발이 거셌습니다. 뮤지컬 '접변'은 이처럼 혼란한 시기에 스파이로 활동하던 여성의 삶을 긴박감 넘치게 펼쳐나가요. 중국 원작 뮤지컬을 한국적으로 바꾸기 위해 한국 창작진이 참여했는데요. 뮤지컬 노래와 무대 소품, 의상 등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볼거리가 많은 공연이에요.
뮤지컬 '스파이(10월 27일까지·이해랑예술극장)'는 스파이 전성 시대인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엘리트 스파이를 꿈꾸며 비밀 정보 기관에 들어왔지만, 과거의 작전 실패로 8년째 기록실만 지키고 있던 퀸틴이 새로운 임무를 맡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유명 작가로 신분을 위장한 그는 메어리가 운영하는 작은 하숙집에 잠입하는데요. 이곳에서 작가를 꿈꾸는 제이라는 청년을 만나게 돼요. 이후 함께 글을 쓰던 두 사람은 각자의 과거를 밝히게 됩니다. 그리고 퀸틴에게 임무를 준 C 국장의 음모가 서서히 드러나요. 스파이물답게 줄거리뿐만 아니라 총격 액션 장면 등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뮤지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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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스파이' 공연 장면.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 영국이 배경이에요. /미스틱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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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기획·구성=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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