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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 총장배 중어중문학과 어학경시대회를 마친 학우들이 단체사진을 담았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데도 지켜보는 6시간 내내 긴장감으로 손에 땀이 찼다. 영화나 드라마, 공연도 아닌데 아슬아슬하면서도 유쾌한 재미가 이어졌다. 제34회 중어중문학과 총장배 어학경시대회(이하 어학경시대회)가 동문과 학우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21일(토) 오전 10시 30분 서울지역대학(뚝섬) 9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어학경시대회는 △초급부문 △중급부문 △고급부문 △한자부문 △예술부문 등 모두 5개 분야에서 지역 대표들이 출전해 승부를 겨룬다.
“성적보다 멋진 추억 남기려고 참가”
어학경시대회가 열리는 서울지역대학 9층 대강당은 오전부터 참가자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학우들이 속속 밀려들었다. 대전·충남에서 올라온 68세의 김정락 학우(4학년)는 올해 두 번째로 대회에 참가했는데, 고급부문에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예술부문에 출전해 장려상을 받았다.
그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지만, 멋있고 재미있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출전했다. 고급부문은 아주 힘든 코스다. 회사 일이 바빠서 막판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좀 걱정스럽다. 중문학과에 좀더 일찍 입학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학습관에서 처음 출전한 30대 후반의 오현애 학우(2학년)는 “평소 중국어 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학원을 다닐까, 사이버대를 다닐까 고민하다가 방송대를 알게 돼 입학했다. 회사 일도 바쁘긴 하지만, 잠도 줄이면서 준비해 처음 도전했다. 새로운 경험이어서 설렌다”라고 말했다. 그는 열두 살 아들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중급부문에 나섰다고 밝혔다.
2013년 울산 중어중문학과 학생회장을 지냈던 김상은 동문은 “재학 중 4년 내내 경시대회에 출전했다. 오늘 오랜만에 어학경시대회에 참가했는데, 가슴 뭉클했다. 새벽 4시 30분에 울산에서 출발했다. 버스 안에서 후배분들과 서로 인사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중문학과를 졸업했다는 사실에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학경시대회는 김태현(제35대 중문과 학생회장)·강미숙 학우(은서회그룹장)의 능숙한 사회로 진행됐다. 5개 부문을 뒤섞어 중급부문부터 먼저 시작했다. 이후 예술부문 1부, 고급부문 1부, 예술부문 2부, 초급부문, 고급부문 2부 토론 순으로 이어졌다.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초급부문과 고급부문 2부 토론이었다. 고급부문은 개별 발표를 거쳐 최종 토론자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특히 초급부문은 중국어에 대한 열정을 품은 입문자들의 자세와 의지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14명의 도전자가 2인씩 짝을 이뤄 교재의 일부를 암송해 대화하고, 주어진 단어로 문장을 만들고, 심사위원의 개별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75세인 서울 백천스터디의 고옥순 학우(1학년)는 떨리지도 않고 침착하게 발표하고, 질문에도 응답했다. 그는 “이런 호사를 어디서 누리겠는가. 중국 노래도 필살기로 열흘간 준비했는데, 아쉽게도 그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초급부문 준비는 한 달 정도 했다. 중국어 공부가 진짜 어렵다. 그렇지만 이왕 시작한 거 잘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예술부문은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발표 사이에 배치해 웃음과 여유, 함께하는 즐거움을 배가해주는 원동력이 됐다. 대전·충남에서 출전한 백승철 학우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도 무대에 올라 이백의 시를 멋지게 음송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심사는 학과 교수들 전체가 참가했다. 내년 2월 정년을 맞는 안병국 교수는 상품권 30장을 경품으로 내놓았다. 안 교수는 무대에 올라 “학생들에게서 많이 배우고 퇴임하게 돼 기쁘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사진 왼쪽부터 대상을 차지한 안미정, 고급부문 최우수상 김완석, 중급부문 최우수상 강옥자, 초급부문 최우수상 윤인발, 예술부분 최우수상 손종원 학우.
“다들 실력 대단, 더 열심히 도전하길”
총평에 나선 변지원 학과장은 “올해 보니까 다들 실력이 정말 대단했다. 중국어가 점점 더 필요해지는 세상이 됐다. 그렇지만 우리가 실력이나 지식 못지않게 따스함을 잃지 않는 것, 대학생활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 상을 받지 못했다고 너무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오늘을 계기로 더 열심히 도전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6시간의 경연 끝에 한자부문 최우수상은 정다움 학우(서울)가, 예술부문 최우수상은 손종원 학우(충북), 초급부문은 윤인발 학우(서울), 중급부문은 강옥자 학우(울산), 고급부문 최우수상은 김완석 학우(전북), 영예의 대상은 안미정 학우(울산)가 각각 차지했다.
초급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60대 초반의 윤인발 학우(1학년)는 “처음 출전해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다. 스터디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년에는 중급에 도전하겠다”라고 말했다. 중급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67세의 강옥자 학우(2학년)는 “아들이 방송대 중문학과에 입학하게 도와줬다. 학교 임원도 하고, 젊은 학우들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작년에는 초급 도전했는데 떨어졌다. 중급부문은 자기소개가 주된 내용인데, 살아온 나의 삶을 담담히 말하면 되는 것이어서 어렵지는 않았다. 즐기면서 공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급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김완석 학우(4학년)는 “21세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공부는 제 중국어 10년의 결산이라고 할 수 있다. 최우수상까지 받게 돼 너무 기쁘다. 남은 학기도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하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대상을 받은 50대 초반 안미정 학우(3학년)는 “5년 전 초급에 도전했다가 떨어졌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더 좋은 자극제가 됐다. 사실 대상을 받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스터디에서 매주 발음 공부를 하고, 예상 질문도 뽑아 대비했다. 함께한 울산 학우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공부가 삶의 활력소가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그간 학과 발전을 위해 애쓴 각 지역 학생회장에 대한 공로상 시상, 우수 스터디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이윤희 제37대 중어중문학과 총학생회장은 “교수님들과 동문 선배님들, 학우님들을 모시고 뜻깊은 어학경시대회를 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함께 수고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늘 행사를 계기로 중문과가 더욱 멋진 학과가 되길 소망한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이다.
대상
안미정(울산)
한자부문
장려상 곽종원 (울산) 김우철(제주) 이윤걸(서울)
우수상 홍순창(전북)
최우수상 정다움(서울)
예술부문
특별상 백승철(대전충남)
장려상 김병석(전북) 김정락(대전충남) 서재명 외 8인(서울) 조용신(전북)
우수상 이경원 외 3인(경기) 이호영 외 23인(서울)
최우수상 손종원(충북)
초급부문
장려상 고옥순(서울) 문경연(경기) 조수영(인천) 황병곤(전북)
우수상 강지연(충북) 김훈(경남)
최우수상 윤인발(서울)
중급부문
장려상 김지선(서울) 박석주(인천) 손억조(인천)
우수상 오현애(경기)
최우수상 강옥자(울산)
고급부문
장려상 김명준(서울) 김병석(울산)
우수상 김정락(대전충남)
최우수상 김완석(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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