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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발랄한 그들 | |
⊙ 천호동 C나이트 입구.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아래 교복차림의 여학생이 손님을 맞는다.
“교복 정모에 오셨어요?” 말 건네는 그는 교복 입는 동호회 운영자 윤난혜(ID : 난달윤, 경기 안산, 24세)씨. 갈래딴 머리, 흰 블라우스, 빨간색과 남색의 체크무늬 치마, 가슴에 단 명찰까지 그대로 ‘고등학생’이지만 실제는 멀쩡히 직장 있는 회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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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아니지만 교복을 입고 만나는 인터넷 동호회, '교복입겨 텨텨텨!!'(cafe.daum.net/uniformfriend)의 첫 정기모임이 지난달 10일에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오후 5시 모임에 80여명의 회원이 모였다. 지난 6월에 만들어진 이 동호회는 특이하다는 이유로 연합뉴스와 MBC TV '생방송 화제집중'에 소개된바 있다. 그래선지 취재진을 맞는 태도가 자연스럽다. 이 날 모임에도 중앙일보, 한겨레신문등에서 취재를 나왔다.
"어쩌다 옷장에서 교복을 보면 그 시절로돌아가고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물론 그땐 싫었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저뿐이 아니었구요. |
그런 사람들이 모여 이 카페가 만들어지게 된거죠.” 카페 총관리자 박정수(ID : 범생 박정수, 서울 서초, 24세)씨의 설명이다. 카페의 회원도 두달만에 1만명을 훌쩍 넘었다.
내숭 없이 즐기는 ‘교복 일탈’ 박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동호회에는 20~30대를 비롯 40대도 가입해 있단다. 교복에 대한 향수가 세대를 뛰어넘어 자리잡고 있다는 소리. 그러나 주류는 아무래도 인터넷과 친숙한 20대. 이 날 정모에도 주로 20대 초중반이 참석했다. 직업은 대학생과 사무직회사원이 대다수지만 애완견 매매업, 전직 래퍼(rapper), 모델지망생, 방송리포터, 백수 등 참석한 사람만큼 다양했다.
모범생처럼 얌전히 입은 A씨, 몸매를 강조한 B씨, 색 넣은 안경에 세운 머리 모델처럼 연출한 C씨 등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 “여기 오려고 교복을 입고 전철을 탔는데, 다들 쳐다보는 것이 꼭 몇 년 꿀은 문제아로 보는거 같더라구요.” 메이크업을 한 얼굴 때문인지 이주희(회원, 경기 부천, 21세)씨가 말을 꺼내자 여기저기서 “맞아”란 동조가 나온다. 교복을 입지 않으면 참가할 수 없는 이날 모임에는 교복이 없는 사람들도 후배나 친구들에게 옷을 빌려 입고 나오는 열성을 보였다.
“교복을 입고 나이트에 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잖아요, 재미도 있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에 감동 받아 만든 모임답게 빠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모습이 능란하다. 남녀 모두 내숭이란 없다. 스테이지에 무리별로 원이 그려지고 누군가 한사람을 쳐다보면 성큼 나와 춤을 춘다.
댄스의 우열을 가리는 ‘댄스 킹’, 남녀가 교복을 바꿔 입고 최고의 자태를 뽑는 ‘미스교복 텨텨텨’, 남자회원을 상품으로 내세운 ‘노예팅’까지 이들의 특이한 경험은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이어졌다.
카페 자체 교복도 만들 예정
정모 전 운영자는 ‘교복은 반드시 입고 온다, 교복입고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는다, 교복입고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지 않는다, 교복입고 청소년에게 유해가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술은 주량껏 마신다’는 규칙을 공지했다. 교복을 입고 만나는 만큼 고등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주위의 눈총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 “앞으로는 교복이 없는 회원들을 위해 카페 자체 교복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그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겠죠.”, “더 많이 모이다보면 노하우가 쌓여 모임을 더 잘 운영해나갈 수 있을꺼에요.”
운영자들의 각오도 제법 단호하다. 고등학교 때처럼 방송반, 스포츠동아리, 연극·영화 동아리 등 특별활동 소모임도 만들고 수학여행, 극기훈련 등을 마련할 계획도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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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대전 충남, 청주 충북, 부산 경남, 대구 경북, 광주 전남, 전주 전북, 강원, 제주 의 총 10개의 지부를 가진 ‘교복입고 텨텨텨!!’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