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사람이라면 충효동이 음기가 세다는 속설을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하다. 그러나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러한 속설이 등장했는지 풍수적 관점에서 충효동의 산줄기 물줄기 특성을 살펴보자.
산줄기가 사방을 둘러싸고 하나의 영역을 형성하면, 그 속의 물줄기들은 여러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지천들이 모여 하나의 본류를 형성해서 영역 밖으로 흘러나가는 형태를 보인다(아래그림).
이것은 물통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된다. 물통을 거꾸로 들면 물통 속 물이 주둥이 부분을 따라 흘러내린다. 이 때, 주둥이 부분이 좁으면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지만, 주둥이가 넓을수록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버린다.
풍수에서는 물통의 주둥이에 해당하는 부분, 즉 영역 내의 여러 지천들이 모인 본류가 영역 밖으로 흘러나가는 출구 지점을 수구(水口)라 칭하여, 터의 길흉을 판단하는 중요 요건으로 따진다.
풍수에서는 수구가 닫혀 있어 내부 영역의 물이 천천히 빠져 나가는 것을 길하게 여기고, 반대로 수구가 열려 있어 물이 급하게 빠져나가거나 물빠짐이 훤히 보이는 것을 흉하게 여긴다. 풍수에서 물은 재물을 뜻하기 때문에, 수구가 열려 있는 것은 내부 영역의 생기와 재물이 모두 빠져나간다고 보아 흉하게 여기는 것이다.
충효동이 바로 수구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위 그림). 충효동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를 보면, 구미산에서 이어져 온 산줄기가 현곡면 상구리 일대에서 갈라진 후, 하나는 옥녀봉과 송화산을 거쳐 충효동의 북쪽을 에워싸고 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선도산으로 이어져 충효동의 남쪽을 감싸고 있다. 이 때 충효동은 위치는 주위 산줄기가 만들어내는 물통(유역)의 주둥이 부분, 즉 수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구는 물줄기 관점에서 영역 내의 여러 지천들이 모인 본류가 영역 밖으로 흘러나가는 출구 지점이지만, 바람의 관점에서는 유일하게 외부의 바람을 영역 내부로 불러들이는 지점이다. 그래서 수구 지점은 바람이 많이 분다. 수구에서 부는 바람은 산곡풍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다.
산곡풍(山谷風)은 골짜기에서 주간과 야간에 방향을 번갈아 가면서 만들어내는 바람이다. 낮 동안에는 골짜기의 축을 따라 계곡 초입부에서 불어 오르는 곡풍이 불고, 밤에는 골짜기의 축을 따라 계곡 안에서 불어 내리는 산풍이 분다(아래 그림).
옛날 기억을 떠올려 보면, 마을 어른들이 저녁밥을 먹은 후 모여서 담소를 나누던 곳은 대부분 마을 어귀 느티나무 숲 아래(풍수의 수구)였다. 그곳은 한 여름 밤의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바람이 잦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곳에서 잠을 청하는 일은 없었다. 산곡풍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감기에 걸리는 등 인체에 해롭기 때문이었다.
풍수에서는 산곡풍을 골바람, 음풍(陰風) 또는 음곡자생풍(陰谷自生風)이라 해서 흉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주택이나 묘소 바로 뒤에 골짜기를 끼고 있는 것을 흉하게 여긴다. 이러한 산곡풍이 부는 곳은 음풍이 부는 곳, 바람 많은 곳 등으로 인식되었고, 이는 곧 음기가 센 곳이라는 속설을 만들어 내었다.
그런데 금장리 일대 또한 수구 지점인 것은 마찬가지다(위 그림). 금장이 자리한 곳이 현곡면 일대 산줄기들이 에워싸고 있는 내부 영역의 물이 소현천을 형성해 형산강으로 빠져나가는 길목인 수구 지점인 것이다. 그래서 금장 또한 충효동 못지않게 바람이 많이 분다.
그런데 왜 유독 충효동에만 음기가 세다는 속설이 생겼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계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