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잠잠하던 서곡이 오늘 아침 길터를 향하는데 내 눈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하룻 밤 사이 벚꽃나무들이 싱글벙글 화알짝 웃고 있네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하얀 목련에 노오란 산수유에 연분홍 벚꽃, 거기에 연둣빛 어린 새순까지. 모질게 추웠던 겨울을 잘 견뎌낸 허기진 맘을 위로하듯 봄빛은 이렇게 감동으로 안겨오네요.
누리는 중국 답사, 별똥별은 서울 답사. 상근 길터길잡이 둘 다 없는 길터에 뜬구름과 모닝이 배움이들과 하루를 엽니다. 처음부터 난관. 커피, 몇몇 배움이들은 차 대신 커피를 마시겠다네요. 잔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걸 오늘만 기분좋게 넘어가자 싶어 그러자고 넘겨줍니다.
영빈이 휴대전화를 걷으려하자 몇몇 배움이들이 오늘만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세차게 요구합니다. 이러다간 오늘 하루 배움이들 땡깡에 말려 헤어나기 어렵겠단 판단에 입술을 꾹 깨물고 눈에 힘을 잔뜩 주고선 길터오계와 규칙과 규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몇번의 실랑이 끝에 어렵사리 휴대전화를 걷었습니다.
이어지는 꽃미남프로젝트 또한 쉽게 넘어가질 않네요. 모두 볼멘소리로 오늘만 건너 뛰자하고. 걸수록 태산. 그건 아니 되겠소이다!! 겨우 다독거려 윗몸일으키기를 시작하려니 바람잡이 민석이 해보지도 않고 오늘은 한 개로 기록하라 합니다. 모두들 기다렸단 듯이 나도 나도!! 아무래도 분위기가 잡히질 않군요. 다시한번 구슬리고 얼러 겨우 제대로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를 마칩니다.
어느새 길잡이방에 오글오글 모여있네요. 길잡이 컴퓨터에 매달려 웹툰을 보는 와중에 진우와 민석이는 휴대전화를 찾느라 여기저기 뒤적거리고 있고. 에휴~ 대체 스마트폰 속에 뭐가 들었길래 이토록 집착을 하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일부 북유럽 나라에서는 일주일에 하루는 기기를 끊고 지내는 '디지털 디톡스'를 한다던데 우리 배움이들을 보면서도 스마트폰의 편리함 뒤에 숨은 폐해를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한참을 컴퓨터에 모여 놀더니 야구를 하겠다며 서홍에게 야구글러브와 배트를 챙겨 나가자고, 신이 난 서홍이 의기양양해서 멋있게 글러브를 끼고 야구공을 들고 나가네요. 원주대학으로 가서 놀다오랬더니 한사코 앞마당에서 놀겠대서 신신당부를 합니다, 앞집 근처엔 얼씬도 말고 찻길도 조심하라고. 아니나 다를까 민석이 달려오더니 앞집어르신께 딱 걸려 혼구녕이 났다고 씩씩거립니다. 얼마전에도 앞마당에서 공놀이를 하다 앞집 간장독 뚜껑을 깨는 바람에 길잡이들과 함께 용서를 빌며 변상해드리겠다는 우리 제안에 그럴 필요까진 없다며 너그럽게 넘어가 주셨는데 이번에는 배움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셨나보네요. 누리와 별똥별 오면 함께 제대로 사과드리러 가기로 하고 다음부턴 번거로워도 운동할땐 꼭 원주대학으로 가서 하기로 합니다.
서홍과 재현이 점심당번인데 오늘 재현이 동생 돕는 일로 바빠 뜬구름과 모닝이 서홍과 함께 닭볶음탕을 준비합니다. 서홍이 익숙한 솜씨로 감자와 당근, 양파를 다듬고 잘라놓고 당면까지 준비해 금세 맛있는 닭볶음탕이 만들어졌네요. 영빈이는 밥 두공기를 먹고 더 먹으려다 꽃미남프로젝트를 생각해 겨우 숟가락을 내립니다. 재현과 서홍이 설겆이까지 끝내고 함께 청소까지 마무리한 다음 서둘러 건강검진을 받으러 버스를 타고 중앙동 의료생협으로 떠납니다.
소변검사, 혈압측정, 키재기, 혈액검사,진찰, x-ray 촬영으로 구성된 건강검진은 예상보다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됐습니다. 혈액검사를 앞두고 지나치게 겁먹었던 민준이가 의젓하게 검사를 잘 마치고, 배움이 중에 키가 가장 큰 영빈이는 혈압이 너무 높게 나와 한 번 더 검사를 하네요. 검사를 기다리면서도 휴대전화로 하는 게임 삼매경에 빠진 몇몇 배움이들은 간호사선생님이 불러도 얼른 가질 않고, 게다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배움이들 거친 말들도 길터 밖에서 들으니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모든 검사를 잘 마친것에 감사하며 병원에서 간단히 하루 닫기를 하고 도운이와 민준이, 민석이는 곧장 집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길터로 돌아가 자전거로 하교하기로 합니다. 많이 욕심 내지 않으려구요, 하루 하루, 조금씩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기다리며 함께,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더 나은 시간이를 기대합니다.
첫댓글 길터는 자유와의 갈등 속에서도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네요.
4월 17일 아닌가요?-.-+
ㅋ 별통별 그러려니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