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문학상 심사평
일관된 주제의식을 튼튼한 이미지로 승화
강은교(시인, 동아대 명예교수)
조창용(시인, 사이펀문학상운영위원장)
7회를 맞는 「사이펀문학상」에는 올해도 많은 분들의 뛰어난 시들이 지난 1년 동안 사이펀에 발표 되었다. 순도 높은 작품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심사자만이 느끼는 즐거움이다. 먼저 추천심의를 통과하여 본심에 오른 분들은 강재남, 강희안, 김명기, 문정영, 박미라, 박승민, 박춘석, 배경희, 배옥주 송창우, 윤이산, 이서화, 이선이, 정한용, 조기현, 조명, 천수호, 홍숙영 등이었다. 이분들의 시는 누구에게나 수상자를 결정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어차피 수상자는 한 명이기에 현대시의 특징과 서정적 어조를 잘 살린 시들에 주안점을 두고 살펴보았다. 그만큼 시적 내밀성에 초점을 둔 시들에 주목하였고 몇몇 분들은 상당한 깊이와 폭을 넓히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정한용, 천수호, 이선이, 노태맹, 박미라, 홍숙영 등 여섯 분의 시들을 두고 고심한 끝에 노태맹의 「황금이 들끓는 용광로에 당신의 어린양이」를 결정했다.
노태맹 시인의 「황금이 들끓는 용광로에 당신의 어린양이」는 시인이 최근 들어 발표하는 주목의 시들인 ‘불의 레퀴엠’ 연작시들로 함께 발표된 「능소화 내 아름다운이여」 또한 잘 조직된 시로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당선작은 일관된 주제의식을 매끄럽고도 자연스러운 이미지들을 이끌어내는 튼실한 기교적 내공이 돋보였다. 시 전체를 관통하는 물 흐르는 듯한 시적 내성은 “불”과 “금속”의 유기적 결합체인 용광로와 “삶”과 “죽음”이라는 자연의 이데아를 신전으로 승화시키는 우주적 생명을 보여주고 있었다. 생성과 소멸의 두 축은 실상은 욕망이 거세당하는 모든 생물의 모태이기에 시인이 추구하는 ‘불의 레퀴엠’은 뜨거운 화염 속으로 떨어진 아이의 생명으로 환생하는 것이리라. 우리는 에밀레종의 어린아이가 크고 웅장한 소리로 되살아난 것을 지금도 보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인간의 모태적 슬픔을 담고는 있지만 그 화염은 새로운 창조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노태맹 시인의 시를 접하는 독자는 생경스러움과 함께 모든 것을 녹아버리는 화염의 뜨거움에 흠칫 놀라게 된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더욱 큰 문학의 여울을 퍼트리기를 빈다. 아울러 본심에 오른 모든 시인들에게도 크나큰 문운을 기원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