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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느님께] 서숙향
#1. 거리(E)
저녁 무렵. 점점 어두워져가는 하늘. 도로를 가득메운 차량들의 불빛이 아름답다.
신호에 걸려 대기중인 효진의 차. 효진의 뒷모습 보인다. 라디오 주파수를 찾는 듯 여기저기 눌러보는 효진.
다른데 눌러보다 탑 오브 더 월드 나오는 채널에서 멈춘다.
음악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신호 바뀌어 차 움직이고 백미러속 효진의 얼굴 얼핏 보이는 듯 싶다가
백미러 아래 달랑이는 하트모형. 털이 북실북실한 붉은색.. 따뜻해보인다.
그 위로 타이틀.. 겨울 하느님께.
#2. 건축사 사무실(토요일 오후/퇴근 분위기)(E)
분주한 모습. 한쪽 구석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돼있고. 라디오에선 카펜터스의 'Top of the world! ' 흘러나오고 있다.
2003년 12월 11일
영호, 노래를 입모양으로 따라부르며 설계도면을 신중하게 그리고 있다.
미진, 종이커피를 나눠주고 있고, 청소하는 아줌마, 쓰레기 봉투에 쓰레기 넣어가며 조용히 사무실 돌아다닌다.
소장, 식식대고 들어온다. 영호자리에 멈춰선다. 미진, 얼른 커피 놔준다.
소장 : (돌돌말은 도면 들고는) 또 퇴짜야!
일하던 사람들 모두 돌아보고.
영호 : ... (쭈뼛 일어선다)
소장 : 그러게 내 뭐랬어? 젊은 사람들이 살 집인데 아파트에 황토방은 무슨. 토굴지어?
영호 : 보기만 좋은 집이 아니라 ..살면서 점점 건강해지는 집인데 .. (긁적긁적. 웃는다) 왜 그걸 이해못하지?
소장 : 클라이언튼 여자랑 똑같다고 말했냐 안했냐. 꼬실땐 환상을 심어주라고. 군밤에도 싹난다고 그럴듯하게 포장하라고.
영호 : .. (양손 내민다. 도면 달라는)
소장 : (되려 도면 뒤로 빼며) 자네 지금 상받나. 상줘? 상이라도 드리까요?
중기 : (뒤에서 작은소리로/고개 흔들며 벌. 벌 한다)
영호 : (벌받는 자세? ..슬그머니 두 팔 위로 올리면)
소장 : 만세라도 부르자 이거야? 기다리던 퇴짜맞았다 야 신난다!?
영호 : ..(슬그머니 손 감추고)
소장, 들고있던 커피 원샷하고는, 확 종이컵을 구긴다. 나가는 아줌마 불러세운다.
소장 : 아줌마-. 여기 쓰레기 남았잖어요.
아줌마 : (? / 다가온다)
소장 : (종이컵 버릴줄 알았지. 보란 듯 영호의 도면 쏙. 쓰레기 봉투 속에)
영호 : !
아줌마, 봉투 들고는 나가고. 소장, 못 마땅한 듯 중얼거려 가며 사라진다.
소장 : 한때 좀 잘 그린다 싶더니..에이..
중기, 눈치봐가며 영호에게 다가온다.
중기 : ..(부러 과장되게) 어이 동지!
영호 : (자리에 앉는다)
중기 : 오늘밤에 우리 기러기 동지들 야간스키장 가기로 했는데..어때? (단위에 홀짝 올라 스노보드 춤 춰보인다)
영호 : (굳은 얼굴로 보다가) ..너나 가. 그리구 한번만 더 거기 올라가면 너,
중기 : (OL) 기분도 풀고. 가자아-
영호의 핸드폰 울린다. 플립 여는 영호.
중기 : (아랑곳 않고) 여자들도 온다는디?
영호 : (천천히 환해지는 얼굴)
중기 : (덩달아 밝아져선) 가는 거지?
영호 : ..여보-
중기 : (입맛 쩍.내려오며) 날샜다.. (자리로 가고)
영호 : (통화하는) 내일? 내일 온다구? 연말이라 표구하기 힘들었을텐데.. (밝게 통화하는 모습에서)
#3. 횡단보도(N)
딸랑딸랑.. 구세군 자선남비 뒤로 보이고.
추운지 발을 동동 구르며 서있지만 얼굴 밝은 영호. 저도 모르게 중기가 추던 춤동작을 해본다. 어설프다.
저도 우스운지 혼자 피식. 신호등 파란불로 바뀌자 씽 달려간다.
#4. 영호원룸(N)
조명으로 정성껏 분위기 잡은 방. 벽에 걸린 십자가(여자의 시선으로 보이는), 흔들흔들 보인다.
한켠에 커다란 여행용가방 놓여있다. 바닥에 흩어져있는 속옷가지들.
장식장위에 미니어처 건축물, 영호, 아내, 민지의 사진들 보이고. 장식장엔 민지의 비됴테잎들.
아내e : 벽에.. 못 보던 거다?
영호e : 헉.. 어.. 전에 살던 사람들이 두고 헉.. 간거..
아내e : 이 집.. 너무 좁다. 몇 평이라 그랬지?
영호e : 괜찮아 난.. 하..
아내e : 먼저 집 정리한 덕분에 민지하고 난 넓은 집으로 옮겼지만. 십오? ..십이? ..열평도 안되겠다..실평순..
영호 : .. 쉿..
아내 : 왜? (소곤) 방음도 안 되는 집야??
-시간경과/
침대위에 나란히 앉은 영호, 아내.
아내 : 민지가 맨날 아빠 찾더니, 이젠 애들이랑 잘 어울려. 여기처럼 장애인이라구 애들이 따돌리지도 않고.
영호 : ..다행이네.
아내 : 어. 힘들어도 가길 잘 한 것 같애. 우리나라도 시설이 그렇게 좀 되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이렇게 우리 이산가족 안되두 되는데.
영호 : (씁쓸하다) ..그러게.
아내 : ..당신 얼굴이 좀 ..(안쓰러운 듯) ..미안해.
영호 : 아냐.. 내가 미안하지. ..당신 처녀때 쫓아다니던 그놈있지.. 빌빌이.. 그 놈.. 주식해서 떼돈 벌었대.
아내 : (그랬구나..)
영호 : 부동산까지 해서 배로 뿔렸대.
아내 : ..(진지하다) 미안할 만 하네. 나한테.
영호 : (본다)
아내 : (본다) .. (히죽 웃어준다)
영호 : (영호도 히죽)
#5. 공항(D)
출국장 앞에 ‘여행용가방’과 ‘쇼핑백들’ 두고 선 영호와 아내.
영호 : (조금 쳐져 서있다).. 들어가.
아내 : ..(보다가 안됬다/ 영호를 바짝 당긴다. 선심쓰듯) 나 몰래 바람도 좀 피구 그래.
영호 : (당황)
아내 : 왜 당신 초등학교 동창 있잖어. 진숙이. 가끔 밥도 먹구, 영화도 보구 그래라. 요즘 안 만나?
영호 : 얼마전에 셋째 낳대.
아내 : .. 돈도 많다.. (쪽 볼에 뽀뽀해준다) 진짜 간다 여보.
영호 : (끄덕)
아내 : (손 흔들어주며 돌아선다)
영호도 손 흔들어 준다. 출국자들 속에 묻혀 들어가는 아내.
게이트로 들어가기 직전 영호, “여보-” 불러보지만 아내, 못들었는지 돌아보지 않고 그냥 게이트로 사라진다.
혼자 남겨진 영호, 아쉬워하며 돌아서간다.
#6. 인서트(D)
비행기 날아간다 .F.O
#7. 영호원룸(E)
-아슬아슬하게 허리까지 걸친채 베란다에 매달려 망원경으로 뭔가를 보려고 애쓰는 영호.
2003년 12월 20일
위험해 보인다. 아래 상가 건물중 한곳... 보일 듯 보일 듯.. 영호, 조금 몸을 앞으로 더 나가다 순간 휘청-.
구석에 놓여있던 베란다 화분, 아래로 떨어진다. 까마득하다.. 놀란 영호, 구석에 앉아 숨고른다.
영호 : 아,아이구 하나님.. 아이구.헉..헉.. (침을 꿀떡) 하마터면 디질뻔 했네.. 후..(눈을 꿈뻑)
안으로 들어와 이미 열려져 있는 서랍이며 선반을 다시 뒤진다. 찾는 것이 없다. 뚱한 얼굴.. 씨..할 수 없다.
#8. 동-복도/로비(E)
-복도에 붙은 스티커등을 쫓아가는 영호. 앨리베이터까지 왔지만 ..열쇠, 컴퓨터AS, 피아노학원등,분식집 등의 스티커만 보인다.
-1층로비 전단지함에도.. 찾는 것은 없다.
#9. 원룸건물 앞(E)
맨발에 반팔 입은채 그냥 나선 영호, 썰렁해보인다. 팔에 돋는 소름.
바닥에 떨어져있는 이쑤시개 상자. 삐죽 이쑤시개 몇 개 나와있다.
영호, 모른채 그냥 밟고 서둘러 지나친다. 일그러지는 ‘홍콩반점’..
#10. 홍콩반점 앞(E)
플랭카드 ‘연말연시 가족모임 특별할인!’ 이라고 써진 중국집앞. 가게 안에 손님들 그득하고 빈자리 없어보인다.
주인, 카운터에서 TV 보며 있다.
건너편에서 가게쪽 보면서 핸드폰 통화하는 영호.
영호 : 여기 **원룸 ***혼데요. 짜장면 하나요. ..(미안한 듯) 고,곱배기로요.
주인, 전화기 내려놓는 모습 보인다. 손님들 무리 카운터로 와서 계산한뒤 나간다.
주인, 보던 TV에 다시 시선. 보며 여유롭게 웃는 모습까지.. 영호시선에 들어온다.
영호, 점점 이빨이 부딪쳐진다.
영호 : 으으..추워 죽겠는데..
#11. 짜장면 집 안(N)
주인, 여전히 TV보고 웃고있는데 ‘딸랑’이는 문소리. 주인, 돌아보면 영호, 추운 듯 발개져 서있다.
주인 : ..?
영호 : 빨리 갔다 주세요. ..(카운터 전화기 톡톡)
주인 : ?!
영호 : (나가려다) ..깍두기도 갔다주시고요.
문 닫고 나가는 영호 모습. 추운지.. 막 뛰어간다.
#12. 영호원룸(N)
바닥엔 영호가 손수 그리기 시작한 영어 그림동화책과 물감, 빠레트등 널려있다.
후르륵. 거실 앉은뱅이 식탁에서 짜장면 맛있게 먹는 영호. TV에선 뉴스가 흘러나온다.
앵커e : 딸들을 뉴질랜드로 유학보내고 뒷바라지를 위해 아내마저 떠나보낸 40대 기러기 아빠가 집에서 숨진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툭 바뀌는 채널. 아까 자장면집 주인이 보던 코미디 프로.. 노브레인 서바이버... “그건 나를 두 번 죽이는.....” )
영호 : (... 짜장면 먹으며 보다 킥킥대며 웃는다..)
-영호. 냉장고 연다. 빨간 플라스틱 김치통, 선식 셋트, 건강보조식품들, 오래된듯한 채소, 과일등 가득하다.
물 꺼내 마시다 거실 둘러본다. ..휑하다..
-신발장위 조그만 화분.. 거의 말라 비틀어져 있다. 분무기로 칙칙 뿌려주는..
그러다 신발장위 거울속에 부스스한 자기 머리 보다 자기머리에도 칙칙..
다시 화분에 칙칙.. 머리에 칙칙.. 화분에 칙칙.. 칙칙.. 칙칙.. F.O
#13. 영호원룸 전경(D)
F.I
(E) 요란하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
#14. 영호원룸 안(D)
-창밖 아직 어둑하다. 일어나기 싫은 영호. 눈 한번 찔금 감고 영호, 벌떡 일어난다.
2003년 12월 22일
-청소하는.
-팅. 전자렌지 다 돌았다. 문 열고 꺼내는 것, 양말이다.
-출근 차림인 영호. 양말 탈탈 털어 한손으로 신으면서, 선식 먹으면서 민지의 비디오테입 보고 있다. (아내가 찍어보낸)
<비디오 속에서: 외국 친구들 신문을 손으로 찢고있는 학생도 있고. 민지, 찰흙으로 동그라미, 별등의 모형 만들고 있다.
아내 : (소리만) 민지야.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민지 : ..(시선 정면을 향하지 않고) 하이 대디. (고개 숙이고 중얼거리듯) 하이대디. 하이대디. 하이대디...
(빠르고 유창한 영어솜씨로) .. I read off a fairy tale book yesterday. The tree was often alone.
Then one day the boy came to the tree and the tree said. E/ "Come, Boy, come and climb up my trunk
and swing from my branches and eat apples and play in my shade and be happy." "I am too big to climb and play,"
said the boy. "I want to buy things and have fun. I want some money. Can you give me some money?" "I'm sorry,"
said the tree, "but I have only leaves and apples. Take my apples, Boy, and sell them in the city.
Then you will have money and you will be happy."
※자페아들의 주교육 형태. -가장 많이 하는 학습이 ‘감각키우기’ 랍니다.
찰흙으로 동그라미,네모등의 모양을 손으로 직접 느껴보게 하는 것.
-신문찢기도 소근육운동으로 자페아들에게 자주 행하게 하는 학습의 일환..
※자페아들의 말하기 수준은 아주 말을 많이 하는 애들도 있고, 한마디도 안하는 애도 있고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애까지 해서 세가지 경우. 영어도 아주 신들린 듯이 내뱉을 수 있답니다.
※딴데를 보면서 약간 수그리고 혼자 중얼중얼 하는 버릇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자페아들의 증상이구요.
그래서 하이대디를 여러번..
영호 : (갈수록.. 뭔소린지? 목이메 피지조각옆 펫트병에 남은 콜라 들이킨다) ...? (밍밍하다) ..에이 씨..
(화면 보고 그저 배시시 웃으며) 하이..대디..고 ..회사. (그러다 유창하게) SEE YOU LATER!
툭 꺼지는 화면.
#15. 영호 몽타주
-1.영어학원/ 새벽반(D)
영호, 젊은이들 속에 묻혀 열심히 영어 회화 배운다.
영어선생 : be proud of 자랑스럽다. be proud of 따라해보세요. 에브리바디.
학생들 : be proud of
영어선생 : 오케이 미스타 서..
벌떡 일어나는.
영호 : I am proud of 민지. (E) 굳. (...씩)
-2.건축설계사/(D)
휴식시간인 듯... 컴퓨터로 캐나다 환율체크하고 있는..
-3.모델하우스/(D)
공사장에서 너무 꼼꼼이 체크하는 영호.
인부1 : (못마땅하다).. 참 모델하우슨데.
철가방 들어온다.
영호 : 점심 드시구 하세요.
모이는 인부들. 철가방 통 열어 음식 내놓는데 줄줄이 짜장면만 나온다.
인부 : 뭐야 짜장면 밖에 없어?
영호, 태연하게 그중 제일 많은 곱빼기 비벼 먹으며.
영호e : (아주 간단한 영어지만 유창하게) Daddy works so hard.
-4.헬스장/(N)
헉헉 거리며 런닝머신 달린다. 중기, 옆자리의 여자 힐끗거리며 달리다 스탭 엉키고.
영호, 점점 쳐지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속도 올려 달리는..
영호e : And I excercise every night. I run about 20km. No problem. Don't worry. I am ... too busy.
영호 : (땀에 흠뻑 젖어있다)...
#16. 영호원룸(N)
컴컴하다. 문 열리는 소리. 불켜진다. 들어오는 영호.
-냉장고문 열고 물 꺼내 마시는..
-신발장위 화분에 자기가 마시던 물 쪼로로 조금 따라주는.. F.O.
#17. 건축사 사무실(E)
퇴근 분위기. 소장 캐롤 흥얼거리며 책상아래 있던 쇼핑백들 선물보따리 책상위에 올려놓고.
영호, 책상위 흩어진 서류, 설계도면등 반듯하게 정리하고 있다.
2003년 12월 24일
미진, 설레는 표정으로 크리스마스 카드 보고 있는데 바바리코트 걸쳐입던 중기, 뺏어든다.
중기 : 캬- 러브 크리스마스 미진!!
미진 : 아이 참 왜그러세요.
카드 뺏으려 달려들고, 안주려 들고..즐거운 실갱이.
영호 : ..(중기본다)
#18. 건축사 사무소 건물앞(E)
나오는 사람들. 메리크리스마스! 메리크리스마스! 손 흔들며 바삐 제갈길로 가는..
중기, 바바리 깃 멋있게 다시 세운다. 가려는데.. 누가 막아선다.
중기 : ? (왠일인가 싶다)
영호 : .. (멋쩍은 듯) 어디.. 가냐?
#19. 단란주점(N)
-테이블 위 빈 맥주병이 사정없이 돌아가고 있다.
여자들은 모두 루돌프 사슴마냥 빨간색 초미니원피스에 하얀 꼬리, 사슴뿔 머리띠. 남자들 머리엔 모두 빨간 산타 모자.
중기 등 들뜬 분위기 속에 둥그렇게 둘러선 남녀 십여명.
영호, 어울리지 못하고 어색하게 껴있다. 술 몇잔 들어간듯..
영호 파트너, 제일 뚱뚱한 루돌프다. 영호의 산타모자를 애교섞어 제대로 씌어준다.
-테이블 위 빙그르르 돌아가던 빈맥주병이 서서히 멈춰간다. 누굴까 누굴까..
루돌프1을 향해 멈춘다 싶자 중기, 진동으로 울리는 자기 핸드폰 테이블위에. 나머지 사람 몇도 진동 핸드폰 하나씩 내려놓는다.
부르르르. 주둥이 마침내 영호를 향한다.
-내려놓는 빈 벌주잔. 영호, 취한 듯 발그레 미소짓다가, 이내 속이 아파 찡그린다.
중기 : (그모습을 봤다) 짜식. 고거 먹고.. 엄살은.
결국 배를 움켜쥐고 자리를 뜨는 영호. 루돌프들, 산타모자들 아랑곳 않고 더욱 신나게 놀기시작하는 모습에서.
#20. 동-밖(N)
음악소리 희미하게 밖에까지 들린다. 산타모자 쓴채 혼자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영호. 하늘엔 하나, 둘.. 눈이 날린다.
영호, 하늘본다. 빈 하늘... 걸어가는 영호 뒷모습. 나뭇가지위에 덩그러니 걸린 영호의 산타 모자..
#21. 지하철안(N)
사람이 많다. 입 꾹 다물고 조용한 편인 대부분의 승객들.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온다. ---> M: 추억의 팝송 ***
자리에 앉아있던 영호, 왠 팝송인가 싶다. 고개 내밀고 보려는데, 자기 앞에 서있는 연인들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웅성거리던 재잘거림, 소음등도 줄어들고 가벼운 리듬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미소짓는 사람들..
지하철 안을 서서히 채워가는 음악.. 영호, 빙그레 웃으며 듣는다.
앞에 서있던 연인들 조금 자세 바꿔 서자
영호, 어디서 음악이 흘러나오는가.. 다시 고개 내밀어 보다 앞에 앉은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한눈에 봐도 매력적인 그녀.
그녀역시 음악 들으며 빙그레 웃다..영호를 본다.
영호 : !
효진 : ...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큰 여행가방위에 오디오를 올려논 씨디장수 목소리 들린다.
씨디장수 : 추억의 팝송입니다. 한 곡만 더 들려드리께요. ("Top of the world" 전주 나온다) 여기까진 꽁짭니다.
--> M: Such a feelin's comin' over me .... (노래 계속 나오고)
마침내 그녀가 일어선다. 영호 앞으로 믿기지 않는 듯 다가와서는.
효진 : 세상에.. 오빠- (반가워 눈물이 글썽하기까지)
영호 : ! (어설푼 미소..)
효진 : (영호 앞에 구부리고 앉는다) 이 노래 생각나? 탑 오브더 월드. 내 생일파티 때마다 오빠가 불러줬잖아.
세상 꼭대기에 오른 것처럼 꼭 행복하길 바란다면서.
영호 : !! (그걸 기억해주다니!)
효진 :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 우연이라도 어디서 마주치지 않을까 맨날 상상만 했었는데.
영호 : 그,그래..? (좋으면서도 주위 눈치보는 표정)
효진 : 이븟날 이런 꿈같은 일이 벌어지다니..
영호 : (효진이 무릅 구부리고 있는 것이 맘에 걸린다) 이,일어나.
효진 : 오빠 내 얼굴 꼬집어봐. 꿈인가? 진짠가? 얼른- (볼을 내민다)
영호, 발개진 그녀의 볼을 본다. 조심스레 내밀어지는 영호의 손. 잡히는 듯 싶더니.. 허공을 젓는다.
그녀, 맞은편 의자에 앉아있다.
영호 : (상상에서 깨어나/속으로) 라고,
효진 :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민 영호를 본다)..
영호 : ..(어색해 내민 손을 거둔다/속으로) 라고, 먼저 반가와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순간, 놀랍게도 그녀가 일어선다. 영호에게로 다가온다.
영호 : (긴장해서는) !
효진 : (영호 앞에 멈춰선다)
영호 : (헉.)
#22. 역 구내(N)
전철은 떠나가고 플랫홈에 남은 두사람.
효진 : 한 8년 만인가? 난 오빠가 죽은줄 알았다.
영호 : .. 안 죽었는데.
효진 : (이마에 손 대보고) 열도 없고 (의사처럼 아래 눈까풀 내려본다) 눈도 이상 없고. (배도 들춰보다 흠칫) 음. 아무튼.
영호 : (공연히 죄진 사람모냥)
효진 : 아무 문제 없구만 어디 숨었었어 대체? 왜 피해다닌거야?
영호 : 피하긴..누가... 너 유학간 뒤론.. 연락처도 모르고.. 결혼도 하구.. 애.. ..뭐 그러다.. (쭈뼛쭈뻣)
효진 : ... (빤히 영호의 하는 양을 보더니) 오빠.
영호 : ..?
효진 : 반갑다.
영호 : !
효진 : (그제사 웃는다) 씨.. 오빤 옛날보다 더 멋있어 졌는데?
영호 : (쑥쓰럽다) 무슨.. 유학간것두 나,나중에 알았어.
효진 : 급하게 가게되서.. 외로워 죽는줄 알았다. (웃는다)
영호 : ? ..호, 혼자 갔어.
효진 : 그럼 누구랑 가?
영호 : ..진수 (꺼내려다 입다무는)...! .. ..겨,결혼은?
효진 : 아직.
영호 : 왜?
효진 : 왜? (넌지시 본다) 글쎄.. 왜 못했을까?
영호 : !
때마침 다음 지하철 온다.
영호 : ..(멋쩍은 미소만) 그럼.. 추운데 빨랑 들어가.
효진 : ...알았어. (가려다 돌아서는) .. 내 명함이야.
영호 : (받아들고, 자기도 지갑뒤진다. 사람들 몰려들고. 차는 떠날라 그러는 것 같고, 정신없다.) ..어 내 명함 다 떠,떨어졌나?..
어 차,차 떠난다 담에 줄게 가.가께. (얼결에 지하철에 올라탄다)
효진 : !
#23. 지하철 안(N)
영호, 지하철 탔다. 자동문 유리로 효진, 영호를 보며 양손 허리에 올리고 황당해 서있는게 보인다.
영호, 놓치지 않으려는 듯 끝까지 본다. 더 이상 효진 안보이자 돌아선다. 혼자 중얼거린다.
영호 : 다음 거 타면 되지. 바보아니냐 너?
#24. 건축사무사 (D)
전경
#25. 건축사 사무소(D)
‘소아과 의사 고효진’ .. 명함을 들여다 보는 영호. 중기, 미진 등 점심먹고 들어온다.
2003년 12월 26일
미진 : 점심 드셨어요?
중기 : (이쑤시개로 이쑤시며) 너 또 혼자 짜장면 시켜먹었지?
영호, 대답없이 톡톡 명함만 두드리고 있다가 갑자기 배가 아픈 듯..신음.
놀라는 사람들. 중기, 얼른 영호께로 다가온다.
중기 : (걱정하면서도) 그러길래 가끔 복음밥도 시켜먹으랬잖냐!
#26. 소아과 대기복도(D)
아이들과 조금 떨어져 혼자 앉아있는 영호. 보험카드 보고있다가 고개들면 호기심어린 아이들의 시선, 모두 영호를 향해있다.
아이1 : 아저씨도 애야?
아이1모 : (미안한 듯 자제시키며) 아프면 다 애되는 거야.
아이1 : 아.. (끄덕인다)
간호사 : (진찰실 열고 나와 차트보며) 서 영호님-
영호 : 에..
간호사 : (이상하게 본다) 들어가세요.
영호 : (괜히 주눅들어 들어간다)
#27. 동-안(D)
영호, 안으로 들어서면 놀라는 효진.
영호 : 어.. 이 근처 지나다가.. 그냥..
효진 : ..그냥 모?
영호 : .. 배도 아프고 해서.. 겸.사겸사..
효진 : (풋 -웃는다)
청진기 대고 진찰하는 효진. 구멍난 메리야스 올리고 있는 영호.
효진 : 소화 잘 안되구...다른덴?
영호 : ....뭐 ..별로..
효진 : 언제부터야?
영호 : 어. 한 석달쯤..
효진 : ...
영호 : ..
효진 : 어지러워?
영호 : ..? 어 ..가끔.
효진 : (청진기 거두며) 위염증세가 있으니까 일단 약 처방해줄게. 식사 제때에 하구..
영호 옷 제대로 추스린다. 메리야스 구멍 나있다.
효진 : (진료서 작성하며) 그리구 여긴 소아과야. 소화 안된다고 오는데가 아냐. (얼핏 구멍난 메리야스를 본다)
검사 한번 받고싶으면 얘기해. . 내가 아는 선배가 이 근처 큰 병원에 있는데.. (인심쓰듯) 소개해주까?
영호 : ..어.. 그래. (아쉬운 듯 일어나 엉거주춤 섰는데)
효진의 핸드폰 문자 울린다. 효진, 핸드폰 열어 문자 확인한다. “저녁에 주례선생님 못 만나뵙겠다. 미안. 사랑해! 승준.”
효진. 확인하면서 입 쭉 내민다. 아직 서있는 영호를 보고.
효진 : 오빠.
영호 : ..
효진 : ..저녁, 같이 할래?
영호 : ! (좋은거 참는다)
#28. 짜장면집(N)
유산슬과 고량주 앞에 놓고 마주 앉은 두사람. 작은 잔을 탁 부딪고는 각자 마시는데
효진이 크- 입속에 넣고는, 순간! 입에 불이나는지 ‘재미난 표정’으로 인상쓴다.
영호, 빤히 본다. 귀엽다 그녀가..
-짜장면 나오자 열심히 비비는 영호, 효진. 영호, 서툰 젓가락질. 튄다. 이마에 척.
효진 : 으이그 참.. (보다 냅킨 물에 적셔 닦아준다)
영호 : ....!
효진 : (닦아주며) 똑같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래서 사람은 안 변한다구 하나봐..
영호 : 안변하니까 좋지 뭐. ..너도 그대로구.
효진 : ...(씩 웃어준다)
영호 : 아직도 크리스마스 카드 많이 받어?
효진 : 당근이지. 꼬마환자들 한테서도 받는다.
영호 : 오..
효진 : 이번 크리스마스엔 누구한테 카드보냈어?
영호 : 뭐 따,딸한테... 생일이 담달이라 내가 그림동화도 만들고 있다.
효진 : 맞어.. 오빠 그림 잘 그렸잖아.
영호 : 근데 영어로 써야해.
효진 : (저런!) 오마이가앗..
영호 : ..
효진 : ...
영호 : 옛날에 너한테 카드 보낸적 있었는데..
효진 : ..
영호 : 크리스마스에 누군가한테 카들 보내고 싶은데 너가 알게되면 .. 외려 니가 무안할까봐 이름도 안쓰고.
너 어렸을때부터 인기 많았잖어. .. 그때 니가 받은 그 많은 카드중엔 내가 보낸 이름없는 카드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씰도 두장 껴넣었는데.. (다 지난일이다) 몰랐지?
효진 : ... 알았어.
영호 : ..어?
효진 : 그 촌스런 트리 그림 맞지?
영호 : (맞다) ?
효진 : 크리스마스씰이 예뻐서 모으고 있다는거, 나 오빠한테 밖에 얘기 안했거든.
영호 : ... (조금 놀랍지만)
효진 : 그때 오빠가 카드 안에다 뭐라고 썼는지 기억나?
영호 : ?
효진 : 참 나.. 문구가 너무 노숙해서 난 첨에 왠 뒷집 아저씨가 옆집아줌마한테 보낸게 잘못온줄 알았어.
영호 : (무안하다) ......
효진 : 그 카드. 아직 내 서랍속에 있다.
영호 : ! (속으로 무지 놀라고 있다)
#29. 영호원룸(N)
서랍 안쪽. 사진 꺼낸다. 크리스마스 씰도 잔뜩 딸려나온다. ‘진수.효진.영호’ 셋이 찍은 사진..
(효진 충무여자고등학교 교복차림에 졸업장, 꽃다발 들고 진수, 효진의 어깨위에 다정하게 팔을 얹어놓고 활짝 웃고있다.
효진의 시선, 왠지 영호를 신경쓰는 듯 보인다.. 웃는건지 우는건지 애매했던 사진속 영호모습.. 그위로)
효진e : 글쎄.. 왜 못했을까?
효진e : 그 카드. 아직 내 서랍속에 있다.
영호, 자신을 내려다 보고있는 십자가를 올려다본다.
영호 : 왜 이러십니까 저한테.. 아무리 그러셔도 안 넘어갑니다. (흔들리는 얼굴)
보란 듯 사진, 탁 집어넣고. 그림동화집 꺼내 그리기 시작한다.
황토로 지은 집 앞에 너른 풀밭이 펼쳐져 있고. 풀에 매달린 이슬, 메뚜기, 잠자리 등이 보이는 그림.. 그림그리는데 열중해 본다.
영호 : 메뚜기가 영어로 뭐더라? (옆에놓인 사전 펼쳐본다) 아.. 그래스호퍼..음 그래스호퍼. 풀위에서 뛰는놈이라는 뜻이군.
하긴 뭐 메뚜기 뛰어봤자 풀밭이지. 잠자린?.. 씨 아는게 없네. (옆에 놓인 사전 펼쳐본다) 드.래.곤.플라이?
드래곤은 용이고 플라이는 파린데. (생각하다).. 뭐야그럼 용파리? 이름한번 거창하네.. (고개들고 외우듯) 드래곤플라이,
그래스호퍼. 드래곤플라이. 그래스호퍼. (하다가...) ... (안되겠다. 다시 서랍 열어본다. 효진의 얼굴, 보는데서)
#30. 효진방(N)
서랍 열면 동화와 비슷한 분위기의 그림. 트리가 그려진 크리스마스카드..
효진, 펼쳐본다. 빙그레 웃는다.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1991. 12. 24.’ ... F.O
#31. 소아과 외경(D)
효진차 보인다. 2003년 12월 31일.
#32. 소아과(D)
효진, 씩씩하게 아이 진료중이다.
효진 : 춥다고 방안에서 겜만 하지 말굼마. 밖에나가서 막 뛰어놀아. 알았어?
아이 : 치.
효진 : 어쭈.
간호사 : (문 열고는) 선생님 전환데.
효진 : 누구요?
간호사 : 세종병원 김박사님요.
효진 : 어. 내가 금방 한다고 해주세요.
간호사 : 네. (문 닫고)
효진 : (차트 작성하며) 겨울이라구 옷 너무 두껍게 입히지 마세요. 면역력 약해져서 애들 되려 감기 잘 걸리거든요.
(아이에게) 한 살 더 먹고 보자. (볼 톡톡)
아이, 아이모 나간다. 효진, 전화기 든다.
효진 : 여보세요. 어 김선배. .. 그래. 누구? 서영호? .. 아... ..(머뭇) 아는 선배.. 왜? ....
#33. 건축사 사무소(D)
영호, 살짝 미소지은채 창밖 바라보고 섰는데.. 살금살금 뒤에서 중기, 고양이마냥 영호 놀래키려 몰래 다가오는게 다 보인다.
영호, 픽 웃음이 나면서도, 모른척
중기 : (뒤에서 놀래킨다)
영호 : (웃으면서 돌아선다) 왜 또오?
중기 : 쭈.. 이제 놀라지도 않는다 이거지. 이래도? (흰봉투 내민다)
영호 : (돈이다) ?
중기 : 새로 낸 호평지구아파트 설계도, 건설주가 오케이해서 당장 모델하우스 만들기로 했다.
다른 직원들, 와-
중기 : 연말 특별 비밀성과급이랍니다 여러분. (하나씩 신나게 돌려가며) (미진에게) 미쓰오 오늘 뭐해?
영호, 봉투속 들여다보는데 꽤 두툼하다.. 얼굴 밝아진다.
#34. 은행(D)
12.31. 달력의 마지막 숫자 보인다.
영호, 은행 창구서 돌아서면 핸드폰 들고 번호누른다.
영호 : 어 여보-
아내f : 당신 뭐 기분 좋은 일 있어?
영호 : 오늘 붙였어. 2000불.
아내f : 정말? 돈 없을텐데 고마워.
영호 : (뿌듯하다)
아내f : 오늘 마지막날인데 뭐해 당신? 망년회?
영호 : 뭐 그냥..
아내f : 혼자 너무 심심하면 영화도 보구 그래. 같이 갈 사람 없어? 왜 있잖어 당신.
영호 : ..?
아내f : 진숙이 말야.
영호 : 걔 아직 친정에 있어.
아내f : ... 애 낳으면 빨랑빨랑 일어나야지 뭐야 셋씩이나 낳으면서 남보기 민망하지도 않나..
영호 : ...
#35. 은행앞(D)
영호, 호주머니에 손 넣고 걸어나온다. 휑해 보이는 거리.. 잠시 섰는데 핸드폰 울린다.
효진f : 오빠, 영화 하나 보여줄까? 보고싶은 영화가 있는데 혼자 보기 뭐해서..
영호 : ? (좋으면서도 망설여진다) ..오늘같은 날 너 남자 하나 없어?
효진f : 나같이 예쁜애가 왜 없겠어. 낼 모래까지 수술 스케쥴 꽉찼대.
영호 : ..(마지못한듯) 어 그럼..
효진f : 내가 예매했으니까 이따 봐. (끊는다)
영호 : ... 영.화는 마누라도 보라그랬으니까.. 아.. (하늘 본다. 중얼) 시험에 들게하지 말라니까.. 참 그분..
#36. 영화관(N)
파하하하하... 제일 크게 웃는 영호. 옆에 효진. 관객들 표정, 모두 따뜻하고 재미있어 한다.
러브 액추얼리.. 여자가 옷 벗고 호수로 뛰어드는.. 남자가 종이위 글씨로 사랑고백하는..
#37. 영화관입구(N)
영화 끝나고 흐믓한 얼굴로 나오는 두사람.
#38. 전자대리점 앞(N)
대형 TV로 보신각 타종식을 보고 있는 사람들 두사람 막 지나가는 순간 마지막 카운트다운 소리 들린다.
E/ “삼-이-일-제로” 기다렸다는 듯 터지는 축포들. ...
놀라 주춤 서있다가, 두사람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하늘을 본다. 별처럼 축포가 쏟아진다. 해가 바뀐 것.
효진 : (고개들고) 이쁘다..
영호 : (고개들고)..어...(그러다 옆에 효진을 본다. 날리는 머리칼. 추워보인다)
영호, 자기 목도리를 풀러.. 망설이다 효진의 목에 턱 놓아준다.
효진 : ! (가만히 있다가..) 뭐야.. 이왕이면 제대로 둘러 주든지!
영호 : !
영호가 어설프게 목도리를 둘러주는 사이..
주위풍경. 여기저기서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옆에 연인들, 키쓰도 하고. 가족들은 꼬옥 안아주기도 하고..
웃으며 서있는 두사람.
#39. 야식중국집(N)
곱빼기 먹는 영호. 보통 먹는 효진.
2004년 1월 1일
효진 : 오빠 맨날 짜장면만 먹는거 아냐?
영호 : (웃으며) 와 맛있다. 새해 첫날 내가 이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음식을 먹다니.. 올핸 행복하겠는데..
효진 : (가만히 보다가 치. 웃는다) 그러니까 위가 탈이 나지. 밀가루 음식 좀 줄이고.. 사람이 혼자 살면 수명이 몇 년은 짧아진대.
영호 : !
효진 : (짜장면에 고개박고) 운동 열심히 해. 배좀 넣고..
영호 : !
효진 : 왜 말 안했어?
영호 : 어?
효진 : ..민지랑.. 외국에 가 있다며.
영호 : 어..어떻게 알았어?
효진 : 얼마나 됬어?
영호 : ..어 4년..
#40. 거리(N)
한적한 정류장. 택시 안 잡힌다. 춥다.. 여관 ‘목욕탕’ 불빛이 유난히 따뜻하게 보인다.
영호, 그 불빛을 보다 문득, 그런 자신을 보고있는 효진의 시선을 느낀다. 머쓱하다.
효진 : ..으.. 오빠 춥겠다. (옆에서 영호를 확 껴안는다)
영호 : ...! (얼어 붙어 가만있는)
그러고 얼마가 지났을까. 시간경과...
영호 : 아,안되겠다.
효진 : .. ?
영호 : 가자. 여기 이러고 있을수 없잖아.
효진 : ?
영호 : 좀 장소가 그렇긴 하지만..
효진 : (긴장한 얼굴)
영호 : 몸만 좀 녹이고.. 새벽에 살짝 나오면 되니까..
효진 : ..
영호 : (망설이는 듯 보이는 효진을 잡아끈다)
효진, 어렵게 몇발자국 따라 나서다 어렵게
효진 : ..여.관..은 저,저쪽..이쟎아?
영호 : ! (돌아본다)
정말, 가던 반대방향에 그 따뜻해뵈던 목욕탕 표시 보인다.
영호 : !!
#41. 모델하우스 앞(N)
두사람 멈춰선다. 여관이 아닌 분양중인 모델하우스 건물앞.
영호 : 전에 내가 설계한 건데..밤엔 비었을거야. (긁적긁적..)
효진 : .. (무안해진다)
#42. 동-로비(N)
깜깜해 잘 보이지 않는다. 효진, 들어오다 뭔가에 걸려 넘어질 뻔. 아픈 신음..
영호 : 괜찮아?
효진 : (꾹 참는다) 어..
영호 : ..나 잡을래?
효진 : ..응.
영호 : 스위치가.. 아 여깄다.
탁. 하고 스위치 올리는 소리.
#43. 민박집(N)
환하게 불이 들어온다. 허름한 방.. 어색하게 문가에선 효진과 영호. 영호, 군복 차림이다.
효진 : 미안해.. 오빠.
영호 : ..괜찮아 난..
효진 : 분명 오늘 내가 면회온다 그랬는데.. 아무 말 없었거든.
영호 : ..진수가 아침에 갑자기 지원나가게 돼서.. (싫지않다) 하필..
영호. 어색하게 서있자 효진,
효진 : .. 앉어.
영호 : ..아니 난 그냥 밖에
효진 : 밖에서 뭐할라구?
영호 : ..뭐 오,오줌도 누고..(씨 이순간에 그런말을..)
효진 : 나 무서워. 시골이라 그런가 너무 조용하고 깜깜하고 그렇다. 이렇게 먼덴지 몰랐어.
영호 : .. 그래.
효진 : (빤히 본다)
영호 : ..(어정쩡..)
효진 : 빨리 누고와.
영호 : 어? ..어..그,그래. (죄없는 군모자만 움켜쥔다. 돌아서 나가다 효진본다)
효진 : ...
영호 : ..저기..
효진 : 왜..휴지없어?
영호 : ..아(니).. 어.
효진 : .. (배낭 뒤진다. 찾아 내민다) 자.
영호 : (받는다) 고마워. (돌아선다. 바보같은 눔)
#44. 동-밖(N)
하얗게 눈이 쌓인 시골 정경. 영호, 눈위에 휘갈겨 오줌 눈 자국. 방 쪽을 보며 서있다가.. 다시 돌아선다.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웃통 벗고는 눈을 팔뚝이며, 등뒤며 뭉쳐서 넣고 비비는 영호. 으 차거. 차거... 소리가 절로 나온다.
부르르.. 정신이 좀 든다싶다. 이때 뒤에서 들리는.
효진 : (칫솔 들고, 마당 수도옆에 서서는) 오빠. 수도가 얼었나봐. 물이 안 나와.
영호 : (휙 놀래 돌아본다) !
-수돗가 일각/ 영호, 효진에게 소금을 건낸다.
효진 : 이만 닦고 자야겠다.
영호 : ..그러게..
효진 : (소금을 입속에 넣는다. 손 넣어서 오물오물..) 이렇게?
영호 : 응. (자기도 한다)
잠시후 효진, 양손에 눈을 담아 입속에 넣는다. 효진, 으..(이 시려운지 재미난 표정으로 찡그린다)
영호, 그 모습을 본다. 큭. 자기도 눈 먹는다. 정말 이 엄청 시리다.
영호 : (눈 주며) 한번 더 해봐.
효진 : (받아들고는 다시 입속에 넣고) 으.. (또 예의 그 재미난 표정!)
영호 : 큭. (또봐도 귀엽다)
효진 : ...(입가가 추위로 벌개져있다)
영호 : ...(마찬가지)
잠시 그렇게 마주보고 선 두사람. 영호, 꿀떡 침 한번 삼킨다. 이때 뒤에서 들리는 물소리.
효진 : (돌아보며) 무,물 나온다 이제.
영호 : (어색하다) ..그,그래.
#45. 모델하우스-*평형(N)
부엌 수돗물이 콸콸 나온다. 렌지위에 주전자 올려놓는 영호.
-효진, 둘러본다. 안방이며 화장실.. 아이들방. 거실등.. 사람사는 집처럼 모두 갖춰져 있다.
영호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공간구조들..
-영호, 김이 모락 나는 커피 만들고 있다. 능숙하다. 효진, 영호쪽으로. 식탁에 앉는다. 커피 건내는 영호.
효진 : (커피 향 맡는다)..꼭 그때 민박집..생각난다.
영호 : !
효진 : ..
영호 : ..미안한 질문하나 해도 돼?
효진 : 뭐든.
영호 : ..진수랑은 왜..헤어졌어?
효진 : ! .. 면회갔던날 그날말야 ...진수오빠.. 없는거 알고 갔어.
영호 : ! ..(멋쩍은 듯/ 대수롭지 않게) 그래? (한 모금 마신다. 후르륵 꼴깍 넘기는 소리가 왜이리 큰가? 저도 놀란다) !
영호,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둘. 어색한 분위기. 영호, 일어선다.
효진 : 어디가?
영호 : 어.. 화,화장실에..
#46. 동-화장실(N)
거울보며 놀래 서있는 영호. 충격 먹은 얼굴이다. 혼자 진정하는 모습..
#47. 동-*평형(N)
얼굴 하얘져 나오는 영호. 효진, 걱정스레 본다.
효진 : 괜찮아?
영호 : ..(끄덕끄덕/ 안괜찮다) 그만.. 갈까? (급하게 혼자 일어서 나오다.. 몰래 밝아지는 얼굴)
효진 : (따라 일어서려는데)
영호 : (돌아선다. 조금 상기되선) ..너 차.. 지금 어딨지?
효진 : ?
#48. 서해고속도로(새벽)
효진차 달리고 있다. 영호, 눈을 부릅뜨고 운전하고 있고. 옆자리에 효진.
효진 : 일출보러 가자면서?
영호 : ..어..
효진 : ? (이해가 안되는 표정)
둘의 차 지나가는 뒤로 진입로 표지판 보이는데.. ‘서해안 고속도로’ 다.
#49. 외목마을 몽타주(새벽)
-일출 장관 직전/ 해변가에 서 기다리는 두사람.
효진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서핸데 어떻게 해가 뜨지?
영호 : (큰소리) 서해라구 지는해만 있으란 법 있어? 뜨는해도 있어야지!
효진 : .. 왜 화를 내?
영호 : (무안..)
드디어 벌겋게 떠오르는 해.
효진 : (믿기지 않는다)..진짜 뜨네.
영호 : (거보란 듯 의기양양)
-새해맞이 공짜로 떡국을 나눠주는 곳./아침 모락모락 김나는 떡국 사발. 줄서서 기다려 두그릇 받아들고 효진께로 가는 영호.
둘 맛있게 먹는다.
-외목마을 일각/(D) 어시장이며 돌아보다 일각에 가판대. 뽕작 메들리가 신나게 나온다. 영호, 가판대쪽에 시선 주는데서.
#50. 동-다리. (D)
차안. 영호, 방금전에 산 테잎을 조심스럽게 집어넣는다. 서해 바다를 끼고 다리로 들어서는 영호의 차.
영호, 자기 옆자리에서 부스스 눈을 뜨는 효진과 아침햇살과.. 바다와.. 음악과.. 행복하다.. 창도 내리고..
Top of the world 나온다.
효진 : .. 난 뽕짝 사는줄 알았더니? (피식 웃는다)
영호 : 난 이 노래 들으면 행복해져. 나두 내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이 노래처럼.
효진 : ..
영호 : 너 소원 하나만 말해봐.
효진 : ?
영호 : (기분이 업되서는) 뭐든 들어주께. 뭐든지. 죽으라믄 죽으께. 살라믄 살구! 저기 갯벌에서 조개를 캐오라믄, 헤헤 것두 좋아.
뭐든지 말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구 뭐든지!
효진 : ..(빤히 영호를 본다) 오빠 좋아보인다.
영호 : 얼른. 이 다리 건너가면 무효야. 얼른 말해.
효진 : ... (선뜻 말하지 못하고 아련하게 영호를 본다)
영호 : (신나서) 니가 죽으라믄 죽는다니까-
효진 : (고개를 돌린다)..
영호 : 어우 야 다리 다 지나갔다. 에이..
효진 : .. (화낸다) 다리 길이 겨우 *키로 넘는데서, 차로 달리면서, 갑자기 소원 말하라 그럼, 그게 그냥하는 소리지,
첨부터 들어줄 맘이나 있는 소리야?!
영호, 차 세운다.
영호 : .. 진짠데..
효진 : 오빠가 들어줄 수 없는거면?
영호 : .. 아냐. 다 들어줄수 있어. 들어주고 싶어.
효진 : ...
영호 : 한번 더 다리 지나갈까.
효진 : 됬어.
영호 : 괜찮아. 턴해서 다시 가자. 이번엔 천천히 운전할께.
효진 : ..(대답 안한다)
#51. 해변도로(D)
진입해 들어가며 표지판. 총 **키로 라고 써있다.
영호 : 와 여긴 **키로나 된단다. 충분하겠다 이번엔.. (효진 보면)
효진 : (내내 뚱해 앉아있다)
영호 : (뭐가 좋은지 그냥 허허허허 웃는다)
멀어지는 차 F.O.
#52. 건축사 사무소 로비/앨리베이터(D)
문 닫히려는 앨리베이터. 로비로 들어오던 영호, 잠깐만요. 하면서 달려온다.
2004년 1월 2일
닫히던 문 다시 열리고. 미안한 듯 밝은 얼굴로 타는 영호. 몇몇 직원들 ‘등’만 보인다.
영호 : (한가운데 서며) 고맙습니다.. 그리구
직원들 : ? (다들 올라가는 층수만 보고있지만)
영호 : 새해 복 많이 받읍시다 우리.
직원들 : .. (여전히 층수 보며 미소..)
#53. 건축사사무실(D)
영호, 활기찬 모습으로 들어서는데 중기, 앞에 서류 놓고 식식대고 있다. 미진, 소장까지도 중기 눈치보며 있다.
중기 : 이 여편네가 뼈빠지게 돈벌어서 보내줬더니.
영호 : ? (눈치 못채고 중기 앞 서류를 들어 보는데..이혼 청구서류다)
중기 : 바, 바람을 펴야??
돌아서서 미진과 속닥이는 소장..
소장 : 이혼서륜 중기가 보낼줄 알았더니 마누라가 보냈네?
미진 : 것두 호주 원주민이랑 바람이 났대요.
소장 : (절레절레) 그 부메랑 던지는..?
미진 : (끄덕끄덕)
영호자리 전화 울린다. 서류놓고. 자리로 와 전화받는 영호.
영호 : 여보세요.
여F : 병원인데요. 검사결과 나왔거든요. 월요일날 보러오세요.
영호 : ..네..
#54. 병원 내과 진료실(D)
영호, 혼자 앉아 기다린다. 뷰박스에는 영호의 위사진 꽂혀있고. 일각.
김선배, 레지던트등과 작은소리로 의견주고 받는다.
레지던트e : 개스트릭 뮤코스 멤브레인에 얼써증세가 심하구요. 말리그넌트 튜머도 의심 됩니다.
김선배, 이내 영호쪽으로 돌아나오며
김선배 : 좀더 검사를 해봐야겠습니다. (책상에 일정표 보며) 다 다음주 월요일 괜찮으십니까?
영호 : (아이처럼../ 끄덕)
#55. 동-밖(D)
조용히 문 닫고 나오는데 간호사, 따라온다.
간호사 : 김영호씨.
영호 : (선다) ?
간호사 : 다음엔 혼자 오지 마세요.
영호 : ...(멍하니) 왜요?
#56. 비디오점(N)
집으로 가는길. 불켜진 비됴가게앞. 멈춰서는 영호.
#57. 동-안(N)
앞 뒤로 빼곡이 채워진 비됴책장 숲. 남자아이 하나만이 높은 비됴책장 앞에 서서 이것저것 고른다.
영호, 열심히 고르다 하나 꺼내든다.
소년e : 재미없는데 그거.
영호, 돌아본다. 뒤에 꼬마 서있다.
영호 : (다른거 꺼내든다) .. 이거 재밌냐?
소년 : 별루에요. 것두.
영호 : ...
소년 : (하나 꺼내들고) 이거 웃기다가 되게 감동적인데.
영호 : ..그런거 말구. (히죽) .. 감동적인 거 말구. .. 그냥 막 웃기는거, 재밌는거.. (의지하듯 소년을 빤히 보면)
소년 : (삐죽 입 한번 내밀고는 열심히 골라준다. 고르면서 영호를 힐끔.. 이상한 아저씨다)
영호 : ..
#58. 영호원룸 전경(D)
F.I 따뜻한 느낌
#59. 영호원룸(D)
출근 차림으로 서서 민지 비디오를 보던 영호. 빠르고 유창한 민지의 영어.
영호, 보다가... 앉는다. 리모콘 들고 천천히 돌려본다. 천천히 보여지는 민지의 영어. 끄덕이며 웃는 영호의 모습.
영호 : .. 민지야. 아빠 회사 갔다오께. 열심히 일하고 오께..
영호, 나가며 화분에도 물 한번 칙칙..
#60. 몽타주
-도로/(D)
영호. 운전하고 가는데 삐뽀삐뽀 요란한 소리내며 비켜 달리는 병원응급차.
-모델하우스 공사장/(D)
인부들과 둘러앉아 짜장면 먹는다. 열심히 먹는다.
-헬쓰클럽/(N)
20대 청년 쉬엄쉬엄 운동하고 있는데 옆에 영호, 열심히 운동한다. 땀 뻘뻘 흘리는.. 지쳐 헉헉거리다 주저앉는...
#61. *병원(D)
정밀검사 받는다. 누워있는 영호.
2004년 1월 19일
김선배. 효진이 지켜본다..
#62. 영호원룸(N)
물감들이 거의 말라깽이다. 그림동화책도 거의 완성단계..
옷이며 얼굴에 물감이 묻은 영호. 녹색물감, 젖먹던 힘까지 다해 팔레트에 짜고있다 .. 얼굴이 벌개질만큼 짠다..
#63. 영호원룸앞(N)
입구에 멈춰서는 차, 효진의 차다. 시동끄고 잠시 망설이다 핸드폰 꺼내드는 효진.
효진 : 나야. 오빠 . 집앞인데.. 차 한잔 주면 안되?
#64. 영호원룸(N)
영호 : (핸드폰 들고) !
정신없이 컵라면 용기들. 옷가지들. 빈그릇들.. 치우는데 초인종 울린다.
영호, 문 열어준다. 효진, 들어온다. 치운다고 치웠지만 여전히 눈에 들어오는 컵라면용기들 등..
영호 : ..들어와. 집이 좀..
효진 : (신발 벗고 들어온다)
영호 : (부엌쪽으로) 잠깐 기다려. (물 올려논다)
효진, 그리고있던 동화책, 물감.. 가족사진 본다.
효진 : (아내 얼굴 본다) 미인이네.
영호 : (거실쪽으로 나온다. 자기도 사진 보면서) ..처녀때는 남자들이 하도 이꽃 저꽃 닮았다 그래서 별명이 꽃밭이었는데,
나 만나 고생하면서 이젠 풀밭도 안된대. 자기말로는.
효진 : (풋. 웃는다)
영호 : 얘는 메뚜기. 풀밭에 노는 메뚜기.
효진 : (민지도 본다) 그럼 오빤 뭐야?
영호 : 어? 나? .. 나는.. 이슬. 풀밭에 내리는 이슬.
효진 : ..메뚜기가 먹는 이슬?
영호 : 어. (웃는다)
효진 : ..오빠 너무 주기만 하는거 아냐? 오빠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두 행복한거야.
영호 : ..글쎄.. ...덕분에 내가 행복한 거 아니구?
효진 : !
영호 : 뭘 살까? 뭘주면 기뻐할까? 선물 고르고 준비할때가 덮썩, 선물 받을때보다.. 더 좋다 이제. (진심이다)
영호, 부엌쪽으로. 효진도 따라간다.
효진 : 내가 하께.
영호 : 아냐.
효진 : (웃으며) 내가 한다니까. (커피 만든다)
영호 : ... (가만히 효진의 하는양을 보다가)
효진 : (커피 건낸다)
영호 : (받아든다.) ... 고마워.
효진 : ..?
영호 : 난 ..나만 좋아한 줄 알았었는데.
효진 : ...(보다가) 치.. 누가 할소리..
영호 : .. (웃는다)
효진 : .. (웃는다. 하얀 봉투 내민다)
영호 : (펴보면.. 효진의 청첩장) !
효진 : 오빠다음으로 듬직하고 괜찮은 남자야. 오빠만큼 순수하기도 하고, 오빠이상으로 바보같기도 한.
영호 : ... 괜찮은 놈이네. 그놈.
효진 : ..(웃어준다)
영호 : ..(웃는다)
#65. 건축사 사무소(D)
텅 빈 사무실. 영호, 책상 정리하고 있는데 청소도구함 끌고 아줌마 나타난다.
아줌마 : 소장님은 분리수거 한번도 안 해보신 모양에요. 이건 재활용 쓰레긴데.. (도면 건넨다)
영호 : ? (받아든다)
아줌마 :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
영호 : .. (펼쳐보면 황토방 설계도)
아줌마 : 보니께 그런집서 식구들이랑 꼭 한번 같이 살아보고 싶두만. (청소 도구함 끌고 가려면)
영호 : 보완해서 제가 언젠가.. 꼭 만들께요.
아줌마 : 언제요?
영호 : ..나, 나중에..
아줌마 : 그래요. 나중에 꼭. (웃어주곤 간다)
영호 : ..
#66. 병원(D)
-김박사랑 얘기하는 영호. 뒷모습.. 듣고있다.
-힘없이 병원복도 걸어나오는 영호.
2004년 2월 2일
영호 : ...
김박사E : 3기라도 요즘은 수술만 잘 돼면 크게 걱정 안해도 되지만... 다른부위까지 얼마나 전이됬는지는 일단 열어봐야 ....
#67. 마포갈비집(N)
중기와 소주한잔 놓고 마주앉은 영호. 둘 적당히 취한듯..
영호 : 야 오늘 나랑 같이 자자.
중기 : (빤히 본다) 싫어.
영호 : (부둥켜 안으며) 같이 자자아-
중기 : 아 싫다니까 짜식이. 생전 안하던 짓을 하구 나 불쌍해서 그러냐? 나 동정해 지금?
영호 : ..(배시시) 어. 불쌍한 눔..
중기 : 미친눔. 그럴꺼없어. 나 오늘 휴가계 냈다. 호주가서 와이프 잘 설득해 봐야지.
영호 : ..
중기 : 내가 제대로 송금도 안하고 맨날 술에 여자에 정신없는거 듣고 겁주자일거야. 바람은 무슨.
설사 그렇다쳐도.. 그사람두 외롭고 힘들어서 실수 할 수 있는거잖아. 내가 잘못했다고 빌고, 내탓이 더 크다고 말할거야...
영호 : .....
중기 : 바람은 무슨. 설사 그렇다쳐도.. 그사람두 외롭고 힘들어서 실수할 수 있는거잖아. 애교육도 좋지만 이러고 사는거..
다시 생각해볼꺼야. 현금인출기처럼 돈만 뽑아 보낸다구 다가 아니잖아? 이게 무슨 가족이냐.
아버지노릇 제대로 하고있는 거야? 그래 우리?
영호 : ..좋겠다.
중기 : ?
영호 : 그래.. 니힘으로 되는건 ..뭐든지 해. (큰소리) 아냐 김중기. 니힘으로 안되는것도 다 해! 무조건 해!!
중기 : 어쭈..(고마운듯)
영호 : 그러니까 오늘 (장난스레 엉긴다) 나랑 자자아-
중기 : (웃으며) 아우 비켜 이 징그러운 놈아..(밀치다 그만)
영호 :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쿵. 머리 부딪쳤다)..
중기 : (놀래) 괜찮아?
영호 : (웃으며) 어. 하나도 안 아퍼. 정말이야. 안아퍼. 헤헤.
중기 : 허. (맨날 엄살인 놈이 벨일이네..표정)
영호 : ...
#68. 영호원룸(N)
컴컴한 거실. 불켜지고 술취한 영호 들어온다. 초점이 흐려지는 듯 보이는 영호시선..
민지 그림도 슬쩍 보다가.. 휑한 거실도 슬쩍 보다가.. 십자가께로 간다.
성난 눈빛으로 한동안 노려보더니 십자가 떼내려 잡아당긴다. 못 머리에 걸려 안 빠지는 십자가.
죽을뚱 살뚱, 어떻게든 십자가 빼보려고 발버둥치는 영호. 식식.. 절대로 안 빠지는 십자가.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울지 않는다.
영호 : 내가 뭘..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대체.. (식식)
하는데 울리는 전화벨. 식식대고 앉은 영호. 선뜻 받지 못한다. 계속 울려대는 전화벨. 영호. 수화기 든다.
아내f : (밝게) 당신이야?
영호 : (마음 추스린다) 어..
아내f : 잤어?
영호 : .. 아니.
아내f : 이번에 예술제 한다고 이것저것 들어간 돈이 장난이 아니야. 합주반이라 악기까지 사래지,
남들 다 사는데 민지만 안 사주기도 그렇고. 왔다갔다 몸살이 다 났다니까. (그래도 좋은지) 그래두 민지가 점점
나아지는게 보이구, 영어로 지 생각두 조금씩 표현해주니까 살맛나. 민지 얼굴두 많이 밝아졌구. .. 여보 듣고있어?
영호 : ..어, 그래.. 민지가 좋아해?
※실제로 예술제 행사도 자페아 학습의 중요한 한가지로 행해진답니다.
뭔가 손으로 그려주고, 악기등을 연주해 주는게 감각키우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정신지체는 ‘지능’장애고, 자페아는 ‘정서’장애이기 때문에 자페아 교육엔 손으로 만지는 감각교육이 우선..
아내f : 그럼. 여보 다음달 민지 생일날 갈게. 요즘 민지가 부쩍 당신보고 싶다구 조르네.
영호 : .. 그래.. 여보.. 너무 민지만 챙기지 말구 당신두 챙겨. 당신 인생두 생각해.
아내f : (웃으며) 왜그래 오늘? 별일이네? 술마셨어?
영호 : ..여보.
아내f : .. 말해.
영호 : ..저기.. 실은 ..
아내f : 왜에?
영호 : (머뭇머뭇) ... 당신 ..행복해?
아내f : ..음.. 당신 덕분에.
영호 : ... 고마워. ... (가만히 수화기 들고있는 모습에서)
#69. 영호 원룸 전경(아침)
#70. 영호 원룸(D)
영호 가방에 옷가지 넣고 있다.
2004년 2월 9일
단정하게 입고 현관으로 가는 영호. 나가기 전 신발장위 마른 화분에 물 준다. 거울본다. 지친 듯 보이는 자기 얼굴.
영호 : .. 김영호.. (씨익..) 늘.. 배고파 죽을 뻔하고.. 놀래 죽을뻔하고.. 웃겨 죽을뻔 했어도 한번도 안 죽었잖암마..
죽을 뻔 했지 죽었던건 아니잖아. 죽는건 쉬운주 아냐? .. 아마 어려울걸. 힘내! ..힘..
애써 한번 웃어주고는 .. 나간다. 문닫힌다. 빈 거실.. 깔끔하게 정돈되있다.
#71. 병원-입원실(D)
입원해 있는 영호. 김선배, 레지던트 몇과 들어온다.
김선배 : 기분 어때요?
영호 : .. (웃는다)
김선배 : (혼잔거 보고) 가족은..안보이네요?
영호 : 어차피 다음달에 오기로 했거든요.
김선배 : ..
영호 : (아무렇지 않은 듯) 수술 끝나고 보죠 뭐.
김선배 : (할말이 없다)..
#72. 동-입원실 복도(D)
효진, 밖에서 그런 영호를 보며 서있다.
#73. 소아과 진료실(N)
불꺼진 진료실. 효진 혼자 서있다. 망설여지지만 .. 수화기 든다. 신호 가는 소리.
효진 : 여보세요. ..네 전..영호선배 후밴데요. ... 예 좀 아파요.
아내f : (놀래) 어디요? (울먹) 어디가요? ..그이가 ..어쩐지 이상하더라니까요.. (막 운다) 엉 엉..여보..여보..
(옆에 민지까지) 아빠 아빠아..(따라 운다) 아빠아..
효진 : ..(말을 못하겠는) .. 수술 해야되요. 낼 ..오후거든요.
수화기속에선 계속 우는 소리..
#74. 입원실(N)
다른 환자들 잠들어 있고. 잠이 안오는 듯 말똥 앉아있는 영호. 효진, 들어온다.
영호 : 어떻게 이시간에 왔어?
효진 : ..심심해 죽을까봐..
영호 : ..(피식)
효진 : ..혼자 ..이게 모냐?
영호 : .. 좀 무섭다..(히죽) 김선배라는 사람 잘 하는 사람이야? 실수하고 그러는 사람 아니지?
수전증 뭐 그런거 있는 사람 아니지?
효진 : (웃는다) 없어.
영호 : 그래. 의사를 믿어야지. ..떠.떨린다 좀.. 아니 마,많이. (씨익-)
효진 : (영호 이불 여며주며) ..오빤 하나도 안 변했어.
영호 : .. 니가 해줘 그런가.. 듣기좋다. .. 재미없는 사람이지 뭐..(미소)
효진 : .. 잘. 자..
영호 : ..응.
효진 : (가려다가) 오빠..
영호 : ?
효진 : ..언니한테 전화했어.
영호 : ..! 그래.. 고마워.
효진 : (돌아선다)
영호 : ..참,
효진 : ..?
영호 : 이거 우리 민지한테 줘.
효진 : .!
영호 : 꼭 줘..
효진 : (그림동화책. 받는다. 비장해진다) !!
#74-1. 병원외경(D)
눈나린다.
#75. 병원 복도(D)
천천히 수술실로 옮겨지는 영호의 침대.
2004년 2월 13일
#76. 수술실 앞(D)
효진 서있다. 영호 침대 다가와 멈춘다.
효진 : ...
영호 : ...
효진 : 나..다리에서 소원 빌었어.
영호 : ..
효진 : 그 짧은 순간인데도 금방, 한번에 떠올랐거든..
영호 : ..
효진 : 다..(울먹) 들어줄 수 있댔지? 뭐든 다 들.어.준댔지?
영호 : (끄덕.. )
효진 : (웃으며.. 손 한번 잡아준다.) 약속 지켜야 돼..
영호 : (웃으며.. 그 손을 놓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영호...)
시간경과..
-막 정신없이 들어서는 아내. 민지, 엄마손에 이끌려 바닥을 보며 부지런히 따라온다.
효진 : (사진에서 본).. 지금 막 들어갔어요.
아내 : (어쩔줄 몰라하며 수술실 문께로).. 여보..
남겨진 민지. 고개들어 수술실 문쪽을 본다. 눈물 그렁해 서있다.
효진, 민지높이로 앉는다. 효진 보지않고, 여전히 수술실 문께만 응시하고 있는 민지.
효진 : 니가 민지니?
민지 : (여전히..)
효진 : 예쁘게 생겼네.. 이거.. 아빠가 민지오면 주라구. (민지 품에 안겨준다)
민지 : (선물 안는다. 툭! 눈물이)
효진 : ..아빠 괜찮을거야..
애써 웃어주며 일어나는 효진. 걸어나온다.
#77. 병원 복도(D)
수술실 앞에 아내, 초조한 듯 서성이는데 저만치 조용한 복도 끝.. 의자. 민지 혼자 발그네타며 앉아있다.
무릅위에 놓인 그림동화책. 영어제목 ‘Top of the world! ’
민지 : (표지 보고는) 탑 오브 더 월드..
옆에 간호사 앉는다.
간호사 : 멋진 그림책이네.. 무슨 뜻이야?
민지 : (넘겨본다. 영호가 직접 그린 그림들.)
M: 처음엔 영호가 부르는 ‘Top of the world!’ 나오면서.
#78. 엔딩 몽타주
동화책 펼치면
-구름을 타고있는 영호와 민지. 비를 뿌리면 그 아래 아내, 우산들고 영호와 민지를 본다.
-황토로 지은 집. 그앞에 풀밭이 펼쳐져 있다. 메뚜기.이슬도 보인다.
-영호, 민지 사이좋게 건축조형 퍼즐 쌓고있는
-영호, 민지, 아내 나란히 앉아 짜장면 먹는 모습. 약속이나 한 듯 토인처럼 입가에 짜장면 왕창 묻은 세사람.
-민지가 태어나던날. 좋아하는 영호.
-민지가 영호와 걸음마 연습한다..
-공항. 아내와 민지를 떠나보내는 영호..
-민지 테잎 보고 인사하며 출근하는 모습..
-지갑속 민지사진 미진등에게 보여주며 자랑하는 영호.
-영어동화 마지막장 그리는 영호 모습.
-꽃이 핀 화분 그림.
#79. 영호원룸(D)
텅빈 어두운 거실. 조용하다. 순간 부채살처럼 햇살이 내리쬔다. 화분에 빨간색 꽃봉우리... 피어있다... 끝.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