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케라톱스
2015년 봄날에, 손자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 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옛날이야기 책을 하나 만들어 선물하기로 했지요.
우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그림 그리는 것을 배우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동물이나 꽃들을 삽화로 그렸습니다.
집에서 출력하고 제본한 이야기책은 아들과 며느리에게 건네졌고
아이들은 ‘예담’이라는 이름으로 태중에 있는 손자에게
태교용으로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 녀석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뱃속에서 반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욕심이 생겨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주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래서 어설픈 연필화보다는
나의 영원한 벗이자 그림 한 컷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재주를 지닌
을평할아범의 사랑이 담긴 삽화가 어우러진 이야기로 재편집 하였습니다.
이야기는 2015년 8월 25일부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여
이 블로그를 통해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출산 예정일을 일주일 앞둔 11월 5일에 쉰 개의 이야기로 마무리 됐는데
놀랍게도 그 다음날 이 녀석이 태어났습니다.
녀석은 이제 만 세 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제 나들이를 하고 할미 하찌 집에서 잠을 자게 된 지오 녀석이
공룡 책을 들고 내게 와서 읽어 달라 했습니다.
책을 펼치고 글을 읽어주려 하니 대뜸 공룡의 이름을 말했습니다.
신기해서 다음 페이지를 여니 또,
다음 페이지의 공룡 이름도 또....
공룡의 이름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머리에 숨통이 있다느니 꼬리에 가시가 있다느니 특징까지 말해서
놀라서 그림 옆의 설명을 읽어보니까 그 내용이 다 있지 뭡니까?
하하하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공룡 그림 하나를 가리키며 ‘하찌 공룡’이라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녀석이 쪼르르 달려가 뭔가를 가져오는데
바로 ‘할아버지 옛날이야기’ 책 이었습니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겨 그 공룡, ‘트리케라톱스’를 손가락으로 짚었습니다.
하찌가 그린 공룡이라는 것이었지요.
그 이야기 끝머리에는 이렇게 제가 이야기 하고 있더군요.
‘우리 아가가 세 살 때쯤이면 공룡을 참 좋아할 거에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하. 하. 하. 사내아이들 대부분이 그래요.
너도 이렇게 어려운 공룡이름을, 그림을 보면서 척척 말해서
엄마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을 할아버지는 알고 있어요.
아빠도 그랬냐고요?
아니, 아빠는 자동차 이름을 기가 막히게 알아냈어요. 글자도 모르면서^^‘
손자 지오는 콩나물 자라듯 자라고
하찌는 조금 많이 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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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동물들이 어떻게 알에서 깨어나 자라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