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가 끝날 무렵, 지오는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걱정하는 어른들과 달리 이 녀석은 푹 자고 일어난 아침,
할머니에게 ‘지오의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지오가 변신(變身)하는 이야기였는데
참 기가 막힌 꿈 이야기를 전하는 할머니의 카톡 메시지에
온 식구가 한참을 웃었지요.
녀석의 그 꿈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봅니다.
지오의 꿈 이야기 (1) 헬로 지오! 방구 똥!
지오는 어린이집에 가기 전, 아침 마다 똥을 누어요.
어린이 집 친구들 앞에서 똥을 누는 것은 창피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어떤 날은 저녁때도 화장실에 갈 때가 있어요.
그런 날은 엄마 아빠가 쳐다보는 것도 못하게 하지요.
문을 닫으면 무서우니까 열어 놓고 일을 보지만
냄새가 나는 건 부끄럽잖아요.
똥이 빨리 나오지 않을 때는 책을 읽어요.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엄마가 말씀하지만
그래도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일을 다 보고 엄마가 뒤를 닦아주고 물을 내릴 때면
지오 뱃속에서 나온 똥을 쳐다보는데
와~ 어떤 때는 '카봇'이 합체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어요.
어느 날 지오는 똥으로 변신하는 꿈을 꾸었어요.
똥이 된 지오는 양들과 소들이 있는 목장엘 갔어요.
온 가족이 함께 갔던 그 목장이었어요.
지오는 사람들에게 냄새를 풍길 까봐, 사람들 몸에 묻힐 까봐
조심조심 소들이 있는 곳으로 갔어요.
소들은 언덕에서 맛있게 풀을 먹고 있었어요.
그런데 음메~음메~ 울던 아빠소가 그만 방귀를 뀌는 거예요.
얼마나 그 소리가 큰 지 아기 소가 깜짝 놀라 피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깔깔 웃던 지오도 갑자기 방귀로 변했어요.
방귀가 된 지오는 목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언덕 여기저기엔 소똥이 많았어요.
그래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데 어? 조그만 벌레가 보였어요.
아빠 손톱보다 조금 큰 벌레였는데 꼭 풍뎅이처럼 생겼어요.
벌레는 소똥 위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몸에 비해 큰 이빨로 소똥을 자르고 다리로 굴리며
동그랗게 공처럼 만드는 거예요.
그러더니 그걸 굴리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어디선가 나타난 도마뱀이 그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어요.
지오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어요.
“안 돼!”
그 소리엔 놀란 도마뱀은 얼른 도망을 갔고
벌레는 다행히 동그란 소똥을 집으로 가져갔어요.
벌레의 집에는 엄마 벌레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빠 벌레는 멈추지 않고 이번엔
이빨과 발로 동그란 소똥에 굴을 파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엄마벌레에게 주었어요.
그러자 엄마 벌레는 그 속으로 들어가 알을 낳았어요.
방귀로 변신한 지오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지오야! 일어나. 어린이 집 가야지”
그 순간 다시 지오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지오는 꿈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려주었어요.
엄마는 지오의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말 했어요.
“와~ 우리 지오가 똥하고 방귀로 변신했었어?
네가 본 벌레는 아마 쇠똥구리였던 것 같아.
쇠똥구리는 소똥이나 말똥을 동그랗게 뭉치는 기술을 가졌단다.
그런데 자기 몸무게보다 천 배가 넘는 쇠똥을 굴려가는 엄청난 힘을 가졌대.”
엄마의 말씀을 들은 지오는 ‘헬로카봇’이 떠올랐어요.
‘헬로카봇’ 속 ‘크루’들은 몸은 작지만 엄청난 힘을 가졌거든요.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가던 지오는 걸으며 생각했어요.
다음엔 어떤 꿈을 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