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0월 14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014수] 의료계 존엄사 지침 진지한 후속 논의를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무의미한 연명(延命)치료를 중지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침이 발표됐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 제정 특별위원회'가 구체화한 지침은 앞으로 종교계와 사회단체 등의 의견을 첨삭하여 하나의 사회적 지침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회적으로 통합된 지침은 향후 입법 논의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의 지침은 5월에 서울대병원이 스스로 연명치료 중단의 사례를 공개하면서 이를 사실상 시행하고 있다고 했던 발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한 개인의 경우에 한정된 것이지만 대법원이 환자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고 판결한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으로 '삶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인정될 경우, 환자의'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끝까지 지켜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침의 핵심은 연명치료 중지 대상자를 구체화하여 의료진의 자의적 판단을 제약하고, 사전의료 지시서나 유서 등을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엄정하게 확인한다는 것이다. 연명치료를 시행하고, 또 중단할 수 있는 주체로서 의학계가 허용범위와 판정의 기준에 대해 내부적 합의를 밝힌 만큼 그 결정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의료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행해지고 있었으면서도 모른 척 외면했던 문제가 객관화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연명치료 중지는 헌법에서 규정한 인간의 존엄성보다 환자의 생명권을 당연히 존중해오던 과거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다. 상반된 인식이 엄존할 것이며 앞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의학계도 "의료환경과 사회적 인식에 따라 지침은 수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입법과 제도화를 위한 논의를 제안한다는 의미다. 의료계의 지침을 존중하지만 그 대상과 자기결정권을 확인하는 전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연명치료 중지가 오ㆍ남용되는 여지를 없애야 하며, 의료진의 오판과 오진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014수] 신관치경제의 상징 ‘미소재단’
정부가 오는 12월 설립을 추진중인 ‘미소금융재단’이 출범도 하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엊그제 국정감사에서는 미소재단 재원을 대기업에서 갹출하는 게 관치금융 아니냐는 비판에서부터 미소재단 직원들이 거액을 받는다는 질타 등이 쏟아졌다. 미소금융 비판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이다. 미소재단의 재원은 금융권 1조원(휴면예금 7000억원 포함), 대기업 1조원 등 2조원으로 돼 있다. 삼성·현대 등 6개 대기업은 어제 각각 500억~3000억원을 미소금융사업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해야 할 서민지원을 재정 한 푼 안 들이고 대기업과 금융권 돈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부금액 할당에 정부의 강제성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애초 7000억원(휴면예금)이던 재원을 2조원으로 확대함에 따라 예상되는 폐해도 심각하다. 금융권이나 대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거액을 미소재단에 기부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돈이 어디서 새로 나오는 게 아니다. 기존에 각종 사회공헌사업 등에 기부하던 돈의 일부를 이쪽으로 돌리게 될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던 민간부문의 서민소액대출사업 등이 설 자리를 잃고, 그 자리를 관제화한 ‘공룡 미소재단’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미소재단 조직이 거대화함으로써 그로 말미암은 운영비 과다지출과 비전문적 운영도 우려된다. 벌써 미소금융중앙재단 임직원의 1인당 평균 인건비가 연 7000여만원으로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에 설치하기로 한 20~30곳의 지점 선정도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전문성 없는 친정부 단체가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등의 지적은 앞으로 미소재단의 파행 운영을 예고한다.
이런 모든 문제는 미소재단의 재원을 2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소재단을 친서민 정책의 대표 상품으로 포장하고자 그 규모를 늘렸겠지만 서민소액대출사업을 정부가 이렇게 대규모로 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정부는 민간분야에서 다양한 서민소액대출사업이 이뤄지도록 그 기반을 조성하고,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감독·지도하는 데 그쳐야 한다. 애초 휴면예금 7000억원을 종잣돈으로 한 서민소액대출사업이 올바른 방향이었다.
[동아일보 사설-20091014수] 유엔 표현자유 특별報告官과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
국내 인권단체 초청으로 그제 방한한 프랑크 레위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좌파 사람들만 만나고 있다. 레위 특별보고관은 4박 5일의 체류기간에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한겨레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전국언론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노총,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언론소비자주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와 ‘미네르바’ 박대성 씨를 만난다고 한다.
그는 법무부의 면담 요청은 거절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해야 할 유엔 보고관이 현지 정부의 설명에는 귀를 닫은 채 편향된 목소리만 듣는 것은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가 좌파 이념에 입각해 민주질서를 흔드는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하거나 옹호한 사람들의 얘기만 듣고 대한민국의 인권상황을 세계에 전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우리는 유엔 특별보고관으로서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
1948년 유엔이 채택한 인권선언문 제19조는 ‘모든 사람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1975년 헬싱키협정은 공산 치하 동유럽권 국가들에도 이 같은 인권 개념의 적용을 요구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에선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기보다는 과잉이 문제가 될 정도다. 아무데서나 대통령을 향해 상스러운 욕설을 하고 공공연히 정권 타도를 선동해도 잡혀가지 않는 나라다. 어제도 서울 청계천 부근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악담으로 매도하며 “탄핵하라”고 주장하는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긴밀하게 상호 연결돼 있는 과격 좌파의 말만 듣고 표현의 자유에 관한 실상을 왜곡한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노마 강 무이코 국제사면위원회(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은 지난해 7월 방한해 인권상황을 조사한 뒤 편향된 시각의 보고서를 내 논란을 빚었다. 망치와 쇠파이프로 경찰버스를 부수고 죽창으로 경찰의 눈을 찔러 실명위기에 빠뜨린 시위대의 폭력성은 언급하지 않고 ‘경찰의 과도한 무력행사’만 문제 삼았다. 경찰의 수면 부족까지 폭력시위대의 야간시위 탓이 아닌 ‘억압적 환경’ 탓으로 기술했다. 보편성에 입각해야 할 국제 인권단체가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행사하는 공권력 집행에만 확대경을 들이댄 것은 스스로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편향이었다.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균형감각을 상실한 소리만을 전하면서 대한민국을 인권후진국으로 낙인찍으려는 세력은 세계 앞에서 우리 국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추락시키는 반(反)국민 집단이다. 레위 보고관이 달려가야 할 곳은 ‘표현의 자유’라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인권지옥 북한 땅이다. 다수 대한민국 국민은 1948년 건국 이후 우리가 이뤄낸 산업화 민주화의 성취를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사실 왜곡에 당당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091014수] 학부모 속여온 평준화의 실상
추첨으로 신입생을 배정하는 평준화 고교들은 학생들 성적이 비슷비슷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딴판이었다. 본지가 보도한 전국 7대 도시 520개 평준화 고교의 지난해 수능 3개 영역(언어·수리·외국어) 평균 점수를 보면 330~340점대 학교가 있는가 하면 250점을 겨우 넘는 학교들도 있었다. 서울만 따져도 수능 1등 학교(평균 326점)와 꼴찌 학교(200점) 점수 차가 126점이나 났다. 부산, 대구, 인천도 구·군별 평균 점수 격차가 56~70점이나 됐다.
야당과 좌파(左派) 언론, 전교조는 이 보도를 놓고 "학교를 성적순으로 줄 세운다" "평준화를 흔들려는 의도 아니냐" "교육 경쟁이 강화되고 대학의 고교등급제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위선(僞善)의 냄새가 풀풀 나는 주장이다. 좌파와 전교조는 같은 평준화 학교인데도 어떤 학교 평균 성적이 다른 학교보다 수십 점이나 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추첨으로 그 학교에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을 감당할 수가 없으니 진실을 그냥 묻어두고 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지금의 위장된 고교 평준화제도를 그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평준화 고교 간 실력 격차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학군(學群) 간 격차인데, 예를 들어 서울의 서초·강남구 평균 점수는 311점인 반면 최하위 구는 247점이었다. 여기엔 사교육(私敎育) 격차가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건 대한민국 교육의 부인할 수 없는 환부이고 극복해야 할 과제다. 곪은 부위는 고칠 방법을 강구해 고쳐 나가야 하는 것이지 덮어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사립고와 공립고의 차이다. 평균 점수 상위 30개 학교에 광주지역 학교가 9군데나 들어갔는데 모두 사립고였다. 광주는 2002년 고교 배정 때부터 선지원·후추첨 제도를 도입했고 그후 사립학교 간 선의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광주의 사립고들은 대부분 밤 11시 이후까지 방과 후 수업을 한다. 전국 10등 안에 든 학교 가운데 개성고와 대덕고를 제외하면 모두 사립고다. 개성고는 부산상고에서 일반고로 바뀌면서 2006~2007년 일시적으로 내신 전형이 허용됐고 대덕고는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학교다. 사립학교 교사는 5년 주기로 학교를 옮기는 공립과 달리 자기 학교라는 인식이 뚜렷한 반면 공립학교엔 전교조가 강하다. 학생들은 공·사립 구분 없이 추첨으로 입학하는 데도 공립이 사립에 비해 학습능력이 뒤처진다면 그 원인을 밝혀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
평준화제도의 무엇이 어떻게 잘못돼 있기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지를 알아야 그걸 고칠 방법을 강구할 수가 있다. 학교 간 성적 격차를 무슨 기밀(機密)이라도 되는 것처럼 학부모 모르게 쉬쉬하고 감춰서라도 평준화를 계속 끌고 가자는 사람들은 겉으론 평등론자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그 속을 캐보면 위선적 비(非)평등론자일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014수] 의료ㆍ회의 등 특화관광산업 적극 육성해볼만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2010~2012년 한국방문의 해' 마케팅을 본격화하고,의료관광 및 마이스(MICE · 회의 인센티브관광 컨벤션 전시)산업을 육성하며,새만금을 대규모 국제관광단지로 개발하는 것 등을 중점추진 과제로 잡았다. 이와 함께 입국에서부터 숙박 쇼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니 외국관광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만성적인 관광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 관광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된 의료관광 육성방안이다. 우리는 의료관광의 후발주자이지만 성장 잠재력은 어느 나라보다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외과 치과 진단검사 분야에서 선진국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데다 상대적으로 의료비도 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와 관광을 연계하는 상품 개발,해외 관광 에이전트와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 · 팸투어 시행,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양성 등 다양한 방안들을 통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인다. 다만 더 큰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여행사들과 연계된 언어장벽 해소,의료사고 관련 법제도 정비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올 1~5월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환자는 1만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으나 언어소통의 어려움이 걸림돌로 제기된 실정이고 보면 의학용어에 익숙한 전문인력 양성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와 함께 2013년까지 국제회의 개최 건수에서 세계 10위에 진입하도록 마이스산업을 키운다는 방안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회의나 전시에 참가하는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보다 소비규모가 1.9배,고용창출효과가 2.3배에 이를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그렇다.
관광은 특성상 한번 방문하면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지만,첫 방문에서 실망할 경우 나빠진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만큼 일반 관광이든 의료관광이든 심한 가격 경쟁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91014수] `텅 빈 고속도로` 더 이상 안 나오게 하려면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 자료에서 2001년 이후 개통한 9개 신설 고속도로 교통량이 예측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조원 이상 엄청난 사업비를 쏟아 부었지만 `텅 빈` 고속도로가 돼 버린 것은 한마디로 엉터리 수요 예측과 부정확한 타당성 조사 때문이다. 도로공사가 제시한 자료에서는 9개 고속도로의 `경제적 타당성(BC)` 수치가 모두 기준점인 1을 넘었다. 하지만 타당성 수치가 3.86으로 가장 높았던 현풍~김천 노선은 실제 이용률이 37%에 그쳤고, 타당성 수치가 2.22였던 익산~장수 노선 이용률은 15%로 꼴찌였다. 도로 건설 투자는 장래 수요를 보고 하는 것이라지만 도대체 뭘 보고 산출했기에 이런 엉터리 예측을 했단 말인가.
민간제안 사업은 2006년부터 최소 운영수입 보장제도를 폐지해 교통수요 과다 예측 소지를 획기적으로 제거했다. 문제는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재정 사업이다. 전국 주요 지역 간 통행량 자료나 국가교통 데이터베이스가 부실해 주먹구구식으로 예측이 이뤄지다 보니 과다 예측이 빈발하고 있다.
일본이 90년대 경제 불황을 타개한다고 지방에 과도하게 도로를 건설해 결과적으로 `토끼만 뛰어노는` 도로를 양산했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통수요 예측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투자 결정에 정치적 요소나 로비 등이 가미돼선 안될 일이다. 정치적으로 투자가 결정된 지방 공항 대부분이 `개점 휴업` 상태인 것을 볼 때 도로가 이 꼴이 돼선 곤란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수행하고 있는 교통량 예측과 예비 타당성 조사에 대해서도 재검증 작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나치게 빗나간 수요 예측에 대한 사후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2007년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을 만들어 부실 교통수요 예측 기관과 용역 수행자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했다. 법 시행 이후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피해보상까지 받아내는 행정력을 국민 앞에 증명하기 바란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예영준(정치부문 차장)-20091014수] 노벨상 스캔들
“죽음의 상인 알프레드 노벨 숨지다.” 1888년 유럽의 한 신문에 게재된 부음 기사의 제목이다. 실은 어이없는 오보(誤報)였다. 실제로 숨진 사람은 다이너마이트 왕 노벨이 아니라 그의 형 루드비그였다. 하지만 이 오보가 노벨상을 낳았다. 자신을 ‘죽음의 상인’으로 묘사한 데서 충격을 받은 노벨이 오명을 씻는 노력의 일환으로 인류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을 만들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다.
인간 만사가 그렇듯 노벨상 선정을 놓고서도 심심찮게 오류(誤謬)라거나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26년 생물학상을 받은 요하네스 피비게르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암의 원인은 기생충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만약 그의 연구가 옳았다면 인류는 이미 암을 정복했을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가스를 개발한 프리츠 하버에게 화학상을 준 건 명백히 노벨의 뜻에 반하는 선정이었다. 독일의 저술가 하인리히 찬클은 『노벨상 스캔들』이란 책에서 노벨상에 얽힌 논란 사례 50가지를 열거했다.
과학 분야에 비해 평화상에는 더욱더 시빗거리가 많다. 2001년 평화상 위원회가 펴낸 책자 『노벨 평화상, 평화에의 100년』은 사토 에이사쿠 전 일본 총리의 수상(1974년)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토의 공적은 “핵무기는 만들지도, 갖지도,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일본의 국책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훗날 공개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사토는 핵무기를 실은 미군 함정의 일본 기항을 용인했고, 일본의 핵무장을 검토하기도 했다. 재임 중인 1906년에 평화상을 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러일전쟁 종전을 중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힘의 외교’를 펼친 그가 과연 평화상에 값하는 평화주의자였느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루스벨트 재임 시절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보장해 주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내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을 놓고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업적’보다 ‘비전’에 노벨상의 권위를 걸었다고 하니 상을 받는 오바마도 얼마나 부담이 되겠는가. 노벨이 자신의 부음 기사를 읽고 남은 인생의 반면교사로 삼았다면, 오바마는 자신의 수상 공적을 거울삼아 실천에 매진해야 할 것 같다. 훗날 사가들이 노벨상 스캔들의 51번째 사례로 오바마의 이름을 올리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091014수] 멧돼지 흉몽
돼지꿈을 꾸면 복권이라도 사야겠다고들 말한다. 재물운을 암시하는 길몽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꿈에서 멧돼지를 보았다면 복권을 사야 할까. 아마 꿈풀이하는 이들은 사라고 할 것이다. 멧돼지를 길들인 것이 집돼지이고, 꿈이라는 상징언어의 세계에서는 그 의미 차이가 거의 없다. 사나운 멧돼지는 더욱 간절한 소원 성취를 뜻한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다산(多産)에 잘 먹고 잘 크는 돼지의 번식력은 부와 번영의 상징으로 통한다.
신화나 설화에서도 돼지는 대체로 복의 징조이다. 전라도 지방에 전해지는 이야기다. 어느 날 주인의 눈에만 보이는 돼지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왔다. 몇년 만에 그 집은 갑부가 됐다. 그런데 하루는 돼지가 새끼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는 게 아닌가. “이제는 망하겠구나.” 주인이 탄식을 하는데 돼지들이 엽총 사냥꾼들을 뒤에 달고 돌아왔다. 날이 저물어 엽총꾼들을 하룻밤 묵게 했는데 마침 그날 밤에 떼강도가 쳐들어왔다. 강도들을 물리치고 재산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엽총꾼들, 아니 돼지 덕이었다고 한다.
복돼지는 때로 길을 이끌기도 한다. 고구려와 고려는 돼지를 쫓다가 도읍지를 찾았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유리왕 21년의 기록이다. 하늘에 제물로 바치려고 기르던 돼지가 달아나니 왕이 신하를 시켜 뒤쫓게 했다. 신하는 국내성 위내암에서 돼지를 붙잡은 뒤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 “그곳은 산수가 깊고 험하며, 오곡을 심기에 알맞고 물고기 등이 풍부합니다. 국도를 옮기면 좋겠습니다.” 왕은 직접 가서 지세를 살펴본 뒤 도읍을 옮겼다. <고려사>에도 태조의 할아버지가 용왕에게 돼지를 얻었는데, 우리에 넣으려 했으나 들어가지 않고 송악의 남쪽 기슭으로 가서 누웠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려는 뒷날 돼지가 누운 곳으로 도읍지를 옮기게 된다.
멧돼지가 도심에 출몰했다는 보도가 잦다. 지난 10일 경북 상주에서는 야외 수영장에 빠진 멧돼지들을 사살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길 잃은 멧돼지들의 비극이다. 나라의 도읍지로 사람들을 이끈 것은 아득한 옛날 얘기인가. 사람은 멧돼지의 길을 끊고, 멧돼지는 사람의 길을 헤매고 있다. 꿈에서 뛰쳐나온 멧돼지는 도시의 부랑아일 뿐이다. 현대인들에게 멧돼지꿈은 이제 흉몽으로 변하고 있다. 멧돼지에게도 사람은 흉몽일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발언대/박흥일(LG CNS 엔트루컨설팅사업부문 총괄컨설턴트)-20091014수] 녹색경영,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필요
"녹색경영 덕분에 요즘 회사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뭐 하나 하려 해도 이 부서 저 부서에 하나씩 업무협조를 요청하지 않으면 안 되니 너무 힘들어요."
최근 국내 모 제조기업의 환경부서 실무자가 하소연하는 말이다. 제조기업의 예를 보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생산방식으로 혁신해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녹색기술을 적용해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탄소배출권 확보를 통한 신규 사업모델을 검토하는 등 녹색경영을 위한 다양한 업무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업무 특성상 환경부서 담당자가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고 감축가능성 평가를 위해 각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해 생산 및 물류 부서 등과 협업해야 한다. 제품의 친환경성을 높이려면 각종 글로벌 제품환경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나 연구개발 부서와 제품에 포함돼 있는 물질 정보나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공유해야 하며 협력사를 통해 원ㆍ부자재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려면 구매부서와 협의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탄소배출권을 이용한 신규사업을 검토하는 경우 전략기획 부서를 지원해야 하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준비하려면 홍보부서 담당자까지 만나야 한다. 이처럼 환경부서 담당자가 각 부서별로 업무협조 요청을 통해 하나씩 진행한다면 해당 제조기업의 녹색경영 성과와 스피드는 환경 담당자의 커뮤니케이션 의지와 능력에 달려있는 셈이다.
녹색경영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 부서별로 수행해야 할 업무내용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각 업무내용을 진행하기 위해 각 부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부서 간 협업을 통한 업무진행을 감안할 때 앞서 정의된 업무흐름 정의 위에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진행 및 관리절차 체계를 포함해야 한다. 이는 업무의 진행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부서 간 힘겨루기나 성과 이기주의로 녹색경영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 위험을 제거해준다.
많은 국내기업들이 녹색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혹시 우리 회사의 녹색경영은 상위개념의 전략 그림만 있는지, 경영층의 지원과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부서 간 협업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추진의 힘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곧 기업의 녹색경영 역량이기 때문이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