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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에 불을 때는데
안쪽에서부터 뭔가 검은 액체가 밀려오고 있다.
며칠 전부터 조짐이 보이긴 했는데 조치를 미리 해놓지 않은 거다.
밖으로 나가 연결된 뒤쪽을 봤더니
옛날 집 마루 위로 검고 끈적한 액체가 길게 흘러나와 있다.
외삼촌이 그걸 보고 있다.
- 50대 직장인 여성-
#아궁이꿈 #검은액체꿈 #마루꿈 #소통 #감정정서 #소명꿈
저희의 상상으로 꿈을 펼쳐 보겠습니다.
이 꿈이미지로부터 알 수 있거나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내가 아궁이에서 불을 때고 있다는 것.
둘째, 오랫동안 아궁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 같고, 이 집에 머무는 이가 없었겠다..하는 점.
셋째, 검은 액체가 밀려나오면서 아궁이 속 불을 꺼뜨릴 수도 있겠다 하는 것.
이 세 가지를 근거로 삼아서 꿈투사를 전개하고자 한다.
먼저
꿈은 왜 아궁이 이미지를 가져왔을까?
굳이 아궁이 이미지를 가져와야만 설명되는 것이 있을까?
아궁이 이미지는 내 안의 어떤 측면을 설명하기에 용이한 것일까?
아궁이 이미지가 꼭 필요한 이유와 거기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질문이다.
적어도 40대 이상에서는, 어린 시절에 아궁이를 본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아궁이에 불이 지펴져서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하면, 그 열기는 집안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집안이 데워지고 가족을 위해 식사를 챙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어느 집 아궁이 속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면,
그 집에 대한 가장 확실한 정보 하나가 저 멀리까지 전해진다.
“저 집에는 따듯함이 흐르고 있구나..” 하는 점이다.
지붕 위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그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궁이는 이제 역사극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 뿐인데, 꿈은 굳이 아궁이 이미지를 가져왔다. 이유는 한 집이 따듯한 가정으로서 잘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자아가 자신의 그 능력을 의심하기 때문에 그 의심을 불식시킬 필요에서 창조된 이미지인 것이다. 보일러 스위치를 누르는 이미지보다는 아궁이 이미지가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의심하고 있는가? 자아 자신이다. 집안을 따듯하게 잘 건사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이 있는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면 그 의심을 떨쳐내라고 하는 것만 같다.
아궁이 이미지는 삶에 임해온 나의 태도와 방식을 은유한다. 아궁이에 열심히 불을 때면 그 열기는 각각의 방을 데우게 되고, 식사 준비가 가능해진다. 가마솥에서 데워진 물은 가족들을 위해 유용하게 쓰인다. 아궁이에 불을 열심히 땔수록 우리 집에 온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은 외부로 알려지게 된다. 자아가 자신의 그 능력을 신뢰하고 있어야 한다.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은 전혀 번잡하지 않다.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로 주변에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명확하지만 조용하게 퍼져나가는 것이다. 길 가던 누구라도 흘끗 보고서 ‘아 저 집은 되게 따듯하겠다. 집안에 온기가 가득할거야...’ 라고 확신할 것이다.
여기에서 내 특성을 읽어낼 수 있다. 나는 외부에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 외부와 관계하는 데에 주력하기보다는,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며 차분하게 내실을 다져온 사람 같다. 따듯한 기운이 내면 전체로 두루 퍼져나가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다는 뜻이다. 겉으로 떠벌리기보다 조용하게 살아왔으나 나의 힘과 따듯함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세상에 퍼져나간다. 이때 내 힘이 뜻하는 바는, 자아가 건강하게 기능하도록 돌보고 챙기는 힘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 방면에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 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본 누군가는, 내 집에 들러 잠시라도 머물고 싶은 바램을 가질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자신의 공간을 따듯하게 데펴 줄 것을 부탁하고 싶을 수도 있다.
지금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는 이 집은 말하자면 내가 새롭게 부임한 집 같다. 이 집 전체에 따듯한 기운이 흐르도록 만들 책임이 내게 있는데 말하자면 내가 책임자인 셈이다.이 집은 오랫동안 비워져 있었고, 아궁이 역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며칠에 걸쳐 아궁이에 집중적으로 불을 땠던 것 같다. 집의 건강은 아궁이의 기능 여부에서 나오기 때문에 아궁이 체크에 들어간 것이다. 아궁이가 제대로 기능할 때 비로소 집안의 다른 일들을 챙길 여유를 가지게 된다. 아궁이의 기능이 멈추면 집에서의 활동 자체가 정지되는 것과 같다.
아궁이 안쪽에서 나오는 검은 액체, 이로써 오랜 세월 아궁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되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외부의 불순물이 아궁이 안으로 들어가고 아궁이 안에 습기도 차면서 얼어버렸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다시 불을 때면서 내부에 굳어있던 것들은 녹아내리기 시작해 검은 액체로 나오고 있다.
따라서, 검은 액체는 섬뜩한 느낌을 주는 한편, 아궁이가 스스로 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될 만하다. 아궁이 내부를 차지하던 불순물이 밀려 나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계속 불을 땐 결과로 아궁이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원인을 밝혀냈고 해결의 전망은 밝아졌다. 아궁이 속 검고 진득한 액체가 각 방으로 향하는 통로를 막고 있었던 모양이다. 각 방으로 전해지는 온기는 지나치게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아궁이 전문가가 왔음에도 방의 온기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불만과 불평이 나올 수도 있다. 비난은 아궁이를 책임지고 있는 내게로 향하게 될 수도 있다. 다소간 억울함이 있겠으나 책임자가 떠안아야 할 짐인 것이다. 을 걷어붙이고 문제 해결에 달려든 결과 변화가 일고 있으니,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내가 열심히 땐 불로 인해, 통로를 막았던 검은 액체를 떼어낸 것이다.
아궁이에서 밀려 나오는 검은 액체로 인해 아궁이 속 불은 꺼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낙담할 이유는 없다. 검은 액체를 밀어내는 이유는 아궁이로서의 제 기능과 역할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불이 꺼지고 나면 아궁이 저 안쪽을 살펴 남아 있는 검은 액체를 박박 긁어내야 한다. 아궁이 안 그리고 각 방으로 향하는 통로를 말끔하게 정리한 뒤, 아궁이 속 불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집안 전체가 따듯하게 데워지는 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궁이에 불을 때는 나, 이는, 이 집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은유하는 이미지이다. 나는 아궁이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집 전체를 데우기 위해 수고롭게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 수고로움이 만들어낸 결과는 각 방이 골고루 누려야 하는 것이다.
아궁이 속 검은 액체, 아궁이와 검은 액체를 결합시킴으로써 강한 대비적 효과를 냈다. 강렬한 빨강색과 차갑고 어두운 검은색의 대비는 한 차원 따듯함과 냉랭함의 대비라 하겠다. 아궁이 속 검은 액체, 그로써 그 집이 얼마나 춥고 냉한 상태로 있었는지, 구구하게 설명할 이유는 싹 사라졌다. 설명보다 더 강력한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미지 하나는 때로 책 한 권 분량의 힘까지 발휘할 수 있다.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미지이다.
다시 꿈으로 오면, 나는 아주 냉하고 추운 집에 들어갔는데, 집이 냉랭한 원인과 이유를 밝혀내 해결할 책임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내 소명과 상관이 있겠다 싶은데, 고생이 예견되는 어려운 임무를 부여받은 것 같다.
집이란 상징적으로 자아가 머무는 공간이라 했다. 온기라곤 전혀 느낄 수 없는 춥고 냉한 집이란 자아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 집에 머무는 자아의 상태란 아주 각박하고 역기능적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궁이에 불을 때 줌으로써 온기가 존재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궁이에 불을 땐다.’ 하는 것은, 따듯함을 일으키고 그 온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 존재 안에 깃든 냉기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온기를 제공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검고 찐득한 액체가 나오고 있다. 검고 진뜩한 액체가 전부 다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시간이 걸릴 것이 뻔한데 조급함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 할 것이다. 검고 찐득한 액체가 전부 빠져나오기까지, 꽤 긴 시간을 요할 테고 액체가 지나간 자리마다 강한 흔적을 남길 것이다. 그 흔적까지 지워내자면 시간과 에너지는 더 소모될 것이다.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다려야 한다.
아궁이가 그 지경인 집은, 끼니도 시원찮았을 것이고, 청소 상태 등 집안에서의 모든 활동이 심각한 지경으로 위축되었을 것이다. 혹독한 냉기로 인한 상처가 깊게 자리할 수밖에 없다. 단번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라는 뜻이다.
검고 진득한 액체가 소통의 장인 마루로 올라온 이상, 더 이상 감추거나 은폐할 수만은 없다. 이제는 검고 찐득한 액체를 봐줘야 하는 때이고, 그것의 안전한 처리를 위해 소통해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냉기가 흐르는 집에서 살아가는 동안 겪은 고통에 대해 자세히 봐줘야 하는 때가 왔다는 뜻이다.
다만, 검고 찐득한 액체에 압도되지 말아야 하고, 냉기를 몰아내는 데 급급해 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꿈이 보면, 검고 찐득한 액체는 스스로 길을 내면서 갈 곳으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서두르거나 재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냉기가 흐르는 이 집에서 내가 맡은 소임을 다하자면 검고 찐득한 액체에 압도당한 채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 꿈은 내게 그 당부를 하고 있다.
검고 찐득한 액체가 그 집을 빠져나가려는 중에 있다. 길을 터 주면 된다. 검고 찐득한 액체가 길게 흘러나온다고 하는 대목에서, 한 차원 뱀을 연상하게 된다. 뱀은 진로 방해를 받지 않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 검고 찐득한 액체도 마찬가지이다. 소통의 장인 마루로 흘러 나오는 현장을, 내가 목격하고 있다. 겁먹을 일이 아니라 주변을 다독이면서 섣불리 진로를 방해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함부로 막아섰다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것이다.
마루는 집안 사람들과 외부 사람들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검고 찐득한 액체’란 아궁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집에서 살아온 이들이 내·외적 소통방식에 악영향을 끼친다. 상징적 차원에서 액체는 감정 정서와 상관이 있다. 그들은 대개 어둡고 무거운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왔을 터, 감정을 다루는데 미숙하고 그로 인한 마찰을 다루는 데도 미숙할 것이다. 또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으니 내·외적 관계에 미치는 타격도 크다하겠다.
찐득하다. 한 마디로 조절이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며 역기능적 상태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한번 밀착되면 분리가 어렵기 때문에 분리 과정은 파괴적이고고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검고 찐득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장소는 내·외적 소통이 이루어지는 마루이다. 검고 찐득한 액체로 인한 상처는 보기 흉한 흔적을 남긴다. 검고 찐득한 액체와 마루가 결합된 이미지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식으로 분리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경험한 바도 없거니와 배운 적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부임한 이 집에서는 검고 찐득한 액체가 아궁이 속 불의 화력을 거의 꺼뜨리는 수준까지 몰아가고 있었다. 나는 당장에 불을 땠다. 바로 효과를 내서 방마다 온기가 흐르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단지 아궁이 내부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아궁이 내부의 문제를 마루로 올린 것으로 보아도 무방해 보인다. 이를테면 공론의 장으로 밀어올린 것이다. 그 집의 거주자들 전부를 마루로 모으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 해결에 모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고 찐득한 액체의 이미지는 섬뜩한 것이 사실이지만, 함께 협력한다면 압도되지 않은 채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상은 내가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이다. 꿈 전반에서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집에서 아궁이는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따듯한 집만이 삶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관점을 선물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궁이가 기능을 못해서 냉기만 흐르는 집, 누구에게도 매력이 없다. 모두는 발길을 끊는다. 외롭고 쓸쓸한 인생이 되어가는 것이다. 내가 이 집으로 부임해 온 이유와 목적은 그것을 막는 데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검고 찐득한 액체, 그 이미지가 전하는 섬뜩함만큼이나 문제 해결의 과정은 가시밭길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아궁이에 불 때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 집의 거주자들이 온기에 젖어들도록 함으로써, 조절과 통제 범위 너머로 가버린 찐득하고 격렬한 감정은 빠져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페달의 소감-
얼마전에 ‘세 자매’ 라는 영화를 봤는데,
제가 그 영화 보면서 되게 공감했던 게, 세 자매들이 서로 소통이 잘 안되요.
왜냐하면 진짜 속에 있는 얘기...진짜 자기 감정을 잘 안 드러내고 살거든요.
그걸 보면서 제가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방식을 좀 느꼈어요.
그 영화에서도 진짜 소통이 시작될려고 할 때...검은 액체가 흐르는 그게 보이거든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소통이 안됐던 이유는....
그들 사이에 냉기가 흘렀던 이유는,
다 자기 안에 말 못 할..다루기 너무 힘든 이슈...
찐득한 검은 액체 같은 이슈가 다들 있기 때문에..
그거를 수면 위로 띄울 수가 없었던거에요.
근데 그게 나중에 띄워지면서 서로의 갈등이 만나고...
감정이 확 폭발하는 순간이 나와요. 소통이라고 하는 거를,
서로 막 좋은 얘기를 해주고...지지해주고..이런 것만 소통이고 그게 가족이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내가 어디에서 이 깝깝함이 오는지를 잘 모르다가 그 영화 보면서 좀 느꼈고,
이 얘기하면서 그 영화가 떠올랐고,
저한테 오는게 이 검은 액체를 마루 위로 올리는거,
그거 자체가 소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선생님이 어떤 꿈에서 하수구가 머리카락으로 꽉 막혔는데 그게 한 번에 쑥 빠지는게 되게 이상하다고 말씀하신게 생각이 나는거에요.
여기서도 보면 어떤 이슈가 있는데,
그것이 정말 아궁이에 불 한번 땐다고 확 날라가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불 때고 나면 나오고...또 지켜보고..다시 고민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진짜다...라고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거 같애요.
이 꿈을 통해서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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