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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4월 6일은 성금요일이다. 예수가 십자가를 진 날이다.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에서도 두 명의 예수가 십자가를 졌다. 한 사람은 송강호 전도사님이고 다른 한 사람은 문정현 신부님이다. 송강호 전도사님은 지난 일요일(4월 1일) 구럼비를 무참하게 깨뜨리는 대림과 삼성의 만행을 보다 못해 철조망을 넘어가 항의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셨다. 연행되는 과정에서 경찰들은 폭행을 자행했다. 경찰들은 날카롭게 깨어져 있는 구럼비 바위 위에 놓인 전도사님의 두 발을 밟았고 사지를 들고 마구잡이로 옮기다가 머리를 여기저기 바위에 찧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해군의 지프차에서 경찰의 호송차로 옮기는 과정에서 연행에 항의하던 전도사님의 머리가 차체 밑으로 들어갔는데도 경찰들은 이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대여섯 명이 발을 잡고 끄는 바람에 머리가 아스팔트와 차체 사이에 끼었고 머리가 몸으로부터 이탈되는 듯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머리가 끼었다고 호소하는 전도사님을 비웃으며 팔과 다리 그리고 성기마저 잡아당겼다.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앞니가 부서졌고 어금니 하나는 깨져 버렸다. 그리고 왼쪽 턱 아래는 찢어져 나중에 병원으로 옮겼을 때에는 두세 바늘을 꿰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두터운 수영 수트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있어서 그 정도로 끝났지 맨살로 그 폭력을 당했다면 왼편 머리 한 쪽은 아마 쓸려 나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간신히 힘을 다해 빠져나와 녹초가 된 전도사님을 경찰들은 차에 실었다. 그러나 차 안에서마저 복부를 가격하고 손가락을 귀에 집어넣고 아프게 후비는 등 골고다로 오르는 길이 이천 년 전 예수의 그 길만큼이나 험했다. 그리고 제주의 슬픈 역사의 당일인 4월 3일에 구속이 결정되었고 오늘 성금요일 제주 교도소로 이감되셨다. 강정의 평화를 기원하며 매일 드리고 있는 미사를 금요일에는 조금 특별하게 드리기로 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기 전까지의 의미 있는 14개 장소를 뽑는 것처럼 구럼비를 둘러싸고 있는 14 장소에서 함께 기도를 드리기로 한 것이다. 마을의 제사를 올리는 멧부리 해안, 강정천 옆 해군기지 사업단 입구, 공사장 정문, 구럼비로 가는 (지금은 막혀 버린) 길목 삼거리, 멧부리부터 강정포구까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만하게 서 있는 높은 펜스, 강정 포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럼비. 멧부리에서 강정포구 그리고 구럼비까지 열네 군데를 뽑아 우리는 그곳에서 기도를 올리기로 했다.
나는 불법 공사 해양 감시단의 컨테이너 앞에서 기도문을 낭독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교도소로 이감되기 전 전도사님을 면회하기 위해 오전 시간을 써 버리는 바람에 강정에는 12시가 훨씬 넘어서야 부랴부랴 돌아오게 되었고 결국 뒤늦게 마지막 강정포구 서남 방파제에서 기도하는 무리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방파제로 오르는 비스듬한 면을 지나 잠시 멈춰 기도하던 무리들은 방파제의 끝자락, 구럼비가 가장 잘 보이는 그곳으로 마지막 기도를 올리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늦게 도착해 미안한 마음으로 두리번거리다가 잠시 문 신부님과 눈이 마주쳤다. 하얀 사제복을 입은 신부님은 기도하는 적은 무리를 늘 그렇듯, 이끌고 계셨다. 기도가 끝나자 갑자기 활동가 한 명이 삼발이 위로 뛰어 가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오리발을 들고 이미 수영 수트는 입고 있었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경찰 한 사람이 뒤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경찰관이 나타났다. 문 신부님은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법이냐?” 그런데 아주 짧은 순간, 뒤따라오던 경찰과 같은 삼발이 위에 서는가 싶더니 문 신부님이 삼발이 사이로 추락하셨다. 정말 순간이었다. 아무도 붙잡아 주거나 손을 쓸 틈이 없이 문 신부님의 하얀 사제복은 삼발이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구럼비에서 기도를 드리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던 활동가도 돌아왔고 우리는 일제히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요, 강요한 것은 더욱 아니었다. 마치 십자가에 달린 예수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터뜨렸을 법한 그런 울음을 우리는 함께 토해내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아래 떨어져 누워 있는 일흔이 넘은 또 다른 예수의 몸을 우리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울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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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 3월 8일 강정마을에 내려왔다. 재작년 12월 해군기지 사업단 가건물이 확보되고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마을 분들과 함께 있어 드리지 못한 것이 몹시 죄송스럽던 차에 공동체(개척자들)에서 강정 문제를 깊게 공부한 이후 팀을 짜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에서 직접적인 국내 평화 문제에 응답하기는 강정이 처음이라 결정하기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난 현장에 적합한 인물도 아니었고 처음에는 강정을 지원하지도 않았다. 그 전에 동티모르에서 책임자로서 1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돌아와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터라 더욱이 선뜻 가겠다고 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먼저 강정으로 갈 것을 결정한 전도사님과 또 다른 간사는 팀을 이룰 또 한 사람을 찾았다.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지만, 강정마을 분들과 함께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면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 용기를 내어 가겠다고 결정을 했다. 그때부터 3개월씩 계약을 연장하며 강정에서 살아 온 것이 벌써 만 13개월을 넘기고 있다.
그러나 나는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존재로서 평화를 드러내고 나누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영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을.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강정의 해군기지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송강호 전도사님은 강정마을에 내려와서 아침마다 구럼비에서 기도했고 문정현 신부님은 매일 11시에 미사를 드렸다. 이 두 분은 구럼비가 깨어지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안타까워했고 괴로워했고 최근에는 무참히 깨어지는 구럼비를 두고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셨다. 어쩌면 하나님이 이 두 분을 쉬게 하려고 데리고 가셨는지도 모르겠다. 재판을 받고 부러진 척추의 돌기뼈가 붙으려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릴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제주 해군기지 문제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코앞에 닥친 선거도 흥미롭고 점점 다양한 사람들이 강정에 찾아와 함께하는 것도 큰 변화의 가능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온 몸으로 강정에서 특별한 공생애를 보냈던 두 명의 예수는 강정마을의 대로 양쪽 가득 꽃을 피워내고 있는 벚나무가 그 화려한 꽃잎을 다 털어내고 푸르른 잎들이 하늘을 향해 힘껏 흔들거릴 여름날 다시 부활해 강정마을에 입성할 것이다. 그 날이 해군기지 백지화가 선포되는 날이 되기를 희망해 보는 것은 너무 큰 착각일까? 그 날 나도 진실한 삶의 존재감으로 국가 폭력과 맘몬과 군사주의에 맞서 저항하는 법을 제대로 배워 돌아오게 되길 함께 소망해 본다.
한정애 평화활동가 hanjungae75@gmail.com
송강호 전도사는 아침마다 구럼비 바위 위에서 기도를 했다. 구럼비 바위로 가는 길이 펜스로 막힌 후에는 수영을 하거나 카약을 타고 가서라도 아침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송 전도사가 구속된 후 한정애 활동가는 그의 방을 정리하다가 미완의 기도문을 발견했다. |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하여 기도드리나이다. 하나님, 해군은 사악한 분열의 영으로 이 마을에 들어와 마을 주민들을 분쟁과 갈등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부모와 자신이 싸우고 형제와 자매가 싸우며 친구들과 친척들이 서로 찬반으로 나뉘어 갈라져 버렸습니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 우리 강정 마을을 불쌍히 여기사 서로 내외하고 반목하는 이 마을 주민들이 서로 용서하게 해주시고 다시금 화해와 상생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끊임없이 이간질하며 마을을 분열시키는 해군의 파당 만들기 공작을 절단 내 주시고 외압이나 선동 없이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나 수십 번, 수백 번이라도 논의하고 대화하여 주민들 스스로 자기 마을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게 해 주옵소서. 하나님, 해군기지 건설 공사는 처음부터 거짓과 사기, 매수와 공작으로 시작된 비민주적이고 불법적인 범죄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을 주민 대다수의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와 해군은 주민을 설득시키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하려고 해도 설득시킬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정당한 요구나 반대 의사에 대해서 물리력과 강제력으로 선량하고 무고한 주민들과 정의로운 시민들을 감금, 투옥, 처벌해 가면서 억지로 무모한 공사를 강행하고 있나이다. 주님 이 무법하고 부당한 불법 공사를 지금 즉시 중단시켜 주옵소서. 불의에 의해 압살당한 정의를 일으켜 세우소서. 경찰의 무력에 짓눌리고 정권의 시녀가 되어 버린 법관들에 의해 사사건건 범죄자로 처벌당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주민들을 불쌍히 여겨주소서. 이들의 좌절과 낙심, 오랜 세월의 투쟁의 지친 과로로 인한 신음과 침묵을 권력자들에 대한 동의요 평화라고 선전하는 이들의 오만을 심판하소서!
하나님 낙담과 절망 속에 지쳐 쓰러져 있는 강정 주민들에게 힘을 주시고 정의로운 분노로 충만케 하소서! 결단코 자신의 자존심과 정의로운 투쟁을 포기하지 말게 해 주옵소서! 하나님 파괴되어 가는 구럼비를 지켜주옵소서. 천혜의 지질 공원 구럼비를 깨부수고 폭파시키며 이를 시멘트 콘크리트로 매장하려는 이 미치광이 같은 발상을 한 자와 그를 시행하는 자 모두를 징벌하여 주시고 이 살아 있는 바위 지대가 영성과 명상, 기도의 터로 존속될 수 있도록 지켜 보호하소서! 이 구럼비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희귀 동식물들이 전멸의 위기에 처해 있나이다. 주님, 이 작은 미물들의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곧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사오니 주여 이 살아 있는 구럼비 생태계를 지켜 보호해 주소서!
하나님 아버지, 이 구럼비 앞 중덕 바다 숱한 어종이 서식하고 돌고래가 춤추는 아름다운 바다입니다. 여기에는 연산호, 나팔고동, 금빛 나팔 산호 등 수다한 희귀 해양 생물들까지 서식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이 모든 생물들이 해군기지 공사로 인하여 몰살의 위기에 처해 있나이다.
하나님, 우리 인류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도 전부터 이 땅과 이 바다의 주인으로 살아온 생물들을 우리 인간들이 무슨 권한으로 대량 학살할 수 있으며 … | |
지금 송강호 박사와 문정현 신부는…
4월 9일, 제주지방법원이 구속된 송강호 박사의 구속적부심을 최종 기각했다. 송 박사가 구속적부심 진술서에서 “불의한 사업 현장으로부터 도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상을 당하고도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송 박사를 위로하고 힘을 더해 주기 위해 아래 주소로 편지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한편, 허리와 손가락 골절 등의 부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문정현 신부는 다행히 4월 19일, 퇴원했다. 그는 퇴원 후 가장 먼저 송강호 박사가 수감돼 있는 제주교도소로 향했다.
제주도 제주시 제주우체국 사서함 161호 제주 교도소 611번 송강호 (우 : 690-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