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양자얽힘’ 연구가 계속되는 이유
계속해서 발견되는 양자얽힘의 미스터리
최근 공개되고 있는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톱 쿼크에서의 얽힘을 확인함으로써 매우 높은 에너지가 관련된 상황에서 양자 행동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중력이 양자역학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거대한 미스터리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NOON 양자얽힘’이 새로운 형태로 구현되면서, 의학, 자율주행, 통신 등 산업 분야의 해상도 및 안전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원거리의 기묘한 작용’
아인슈타인이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라고 예측하면서 ‘원거리의 기묘한 작용’이라고 불렸던 톱쿼크와 반물질 쿼크 간 원거리를 말하는 ‘양자얽힘’이 최근 최초로 입증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소형 뮤온 솔레노이드(CMS) 협력단은 불안정한 톱 쿼크와 그 반물질 쿼크사이에서 양자얽힘이 빛의 속도 통신 범위를 넘어서는 거리에서도 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쿼크는 우주 빅뱅 당시 생성된 것으로 알려진 기본입자 6종을 말하며, 톱 쿼크는 이 중에서 질량이 가장 무거운 입자다. 원거리의 기묘한 작용은 두 입자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한 입자 상태를 측정할 경우, 거리와 상관없이 다른 입자 상태가 마치 서로 통신한 듯 즉각 다른 상태가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먼저 연구팀은 대형 강입자 가속기(LHC)의 CMS를 이용해 17마일 길이의 지하 트랙에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고에너지 입자를 가속했으며, 이때 연구팀이 장거리 및 고속에서 지속되는 상부 쿼크와 상부 반물질 쿼크 사이에서 양자얽힘 현상을 관찰하게 됐다.
사실 두 입자 간 거리가 아주 짧은 경우에는 양자 얽힘 현상인지, 아니면 한 입자의 상태 정보가 다른 입자에게 광속(1초에 30만㎞)으로 전달돼 마치 얽힘과 유사한 현상으로 보이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양자얽힘 현상이 관찰되는 시간에 광속으로도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먼 거리에서 실험을 진행해야만 양자얽힘 현상이 입증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이번 발견은 빛의 속도 통신 범위를 넘어서는 거리에서도 입자 행동을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에너지 양자역학이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톱 쿼크에서의 얽힘을 확인함으로써 매우 높은 에너지가 관련된 상황에서 양자 행동을 연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미시 세계에서 제한적으로 설명됐던 양자역학의 핵심 이론인 양자얽힘이 중력과 상호작용하는 현상이 실험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물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얽힌 광자를 이용해 지구의 자전 속도를 측정하고 연구결과를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광자는 빛의 입자로 두 개 이상의 광자가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얽힌 상태’에 있는 경우도 있으며, 얽혀있는 입자들은 서로 다른 상태가 중첩돼 입자들의 전체 상태만 알 수 있고 개별 입자의 상태는 측정할 때까지 결정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거대한 코일에 2km 길이의 광섬유를 감아 얽힌 광자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얽힌 광자쌍의 각 광자는 광섬유를 시계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각각 통과했다.
광섬유를 따라 이동하는 광자들은 지구의 자전속도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에 따라 감겨진 광섬유를 빠져나올 때 시간차가 생기고 이동거리가 달라지며 그 결과, 얽힌 두 광자는 상태가 달라져 양자 간섭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연구팀은 지구의 자전 때문에 발생한 양자 간섭 현상을 분석해 지구의 회전속도를 계산한 결과 기존에 알려졌던 지구의 회전 속도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양자 현상으로 지구 자전과 같은 거대한 물리현상을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다음 단계의 대규모 실험을 위한 프로토타입으로 앞으로 중력이 양자역학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거대한 미스터리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형태의 ‘NOON 양자얽힘’
양자 과학 분야 핵심기술인 ‘NOON 양자얽힘’이 새로운 형태로 구현되면서, 의학, 자율주행, 통신 등 산업 분야의 해상도 및 안전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스텍은 기존에 알려진 NOON 양자얽힘과 다른 형태를 구현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라이트: 사이언스 & 애플리케이션’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했다.
양자얽힘 현상 중 NOON 양자얽힘은 두 경로를 갖는 간섭계에서 하나의 경로에 광자가 N개 있고 나머지 경로에는 광자가 없는 상태와 그 반대 상태가 중첩된 현상으로, 두 상태가 섞이면서 광자들이 두 경로로 동시에 이동해 해상도가 N배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NOON 양자얽힘은 양자 이미징과 센싱, 컴퓨팅 분야에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특히 양자 센싱에서 초해상도와 초민감도를 이룰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NOON 양자얽힘 현상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NOON 양자얽힘을 구현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광자의 주파수를 바꾸는 주파수 광분할기를 사용해 하나의 단일모드 광섬유에 두 가지 주파수(236.45테라헤르츠(THz), 235.85THz )를 가진 광자가 중첩되도록 했으며, 이 방식으로 양자얽힘을 구현하자 기존의 단일 광자 실험보다 해상도가 2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러 광자가 동일한 경로로 이동해 훨씬 안정적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의학, 자율주행차 레이더, 통신 등의 분야에서 고해상도 센싱과 안전한 통신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양자얽힘 상태 찾아내는 알고리즘
양자얽힘 상태를 찾아내는 알고리즘도 개발됐다. 국내 연구팀이 아날로그 양자 시뮬레이터의 오류를 정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최초로 개발하면서 원거리 양자얽힘 관측에 나섰다. KAIST 물리학과 연구팀과 포스텍 연구팀 등 공동연구팀은 중성원자 양자 시뮬레이터의 오류 정정 알고리즘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X’에 최근 공개했다.
중성원자 광격자 양자 시뮬레이터는 특정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아내는 특수목적형 양자 컴퓨터의 한 종류로, 고온 초전도물질과 같은 복잡한 양자 다체문제에 대한 물리법칙 이해 등이 주요 연구 목표다.
광격자는 레이저 파동을 반사시켜 만들어지는 정상파를 뜻하며, 극저온으로 냉각된 양자 상태의 원자들은 정상파에 의해 형성되는 포텐셜을 느끼게 되면서 고체 물질에서 행동하는 전자들의 양자역학적 움직임을 흉내 내게 된다. 이를 통해 개별 원자들의 양자 상태를 직접적으로 관측하고 시공간적 물리량의 변화를 직접 관측하는 원리로 파악된다.
그러나 양자 시뮬레이터에는 관측 과정 및 양자 상태 준비 과정에서 원자 손실과 같은 결함이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으며, 이 결함은 위상 물질의 특성을 규정짓는 ‘비국소 질서 변수’를 측정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국소적 질서 변수는 밀도를 가진 어떤 물질의 상태를 임의의 한 지점에서 관측하고 물질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을 말하며, 밀도가 높으면 고체, 낮으면 기체로 분류한다.
위상 물질은 기존 액체나 고체처럼 특정한 질서 변수를 국소적으로 기술하기 어렵다. 이는 위상 물질의 원자들은 자연적으로 양자 얽힘 상태로 존재하기에 양자 얽힘과 같은 질서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다. 또 2차원, 3차원 위상 물질의 경우 실험에서 발생하는 노이즈에 의해 신호가 급격하게 약해져 실험적 관측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팀은 양자 시뮬레이터에서 비국소 질서 변수까지 측정 가능하며 실험적 결함도 함께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시뮬레이터에서 위상 물질의 물성 측정 과정에서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결점을 제거했다. 측정된 원자들 가운데 어떤 원자들이 서로 양자얽힘 상태인지 알고리즘이 스스로 판단하게 되며, 이를 통해 측정 과정에서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노이즈에 의한 신호 방해도 해결됐다. 알고리즘을 통해 위상 물질의 질서 변수를 측정할 수 있는 신호가 100배 이상 증가하면서 실험적 관측이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여러 가지 중성원자 양자 시뮬레이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자 스핀 액상과 같은 2차원 위상 물질의 물성을 규정하는 데 적용 가능하며 고온 초전도체 물질을 흉내 내는 양자 시뮬레이터에도 해당 기법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