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잔 마주치며 부부회담
부부는 요즘 주말 밤을 책임진다. 김지영은 저녁 7시에, 남성진은 밤 10시에 시청자들을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각각 서울과 경주에서 촬영하다 보니 얼굴 볼 시간이 거의 없다.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다. 최근엔 그녀가 남편을 보러 촬영장에 다녀왔다.
“옥수수, 자두에 수박화채랑 쿠기를 좀 만들어서 촬영장에 갔다 왔는데 마음이 안 좋아요. 너무 불쌍해서요. 땡볕에 좀비들처럼 앉아 있는 겁니다. 산중턱이라 햇볕을 가릴 데가 없어요. 하필이면 남편은 똥 푸고 있었어요. 포로수용소에서요. 아이가 아빠를 못 알아보는 겁니다. ‘아빠예요. 아빠예요’ 하는 목소리를 듣더니 한참 뒤에야 ‘아빠’ 그래요. 서운했나봐.”
촬영장엔 자주 갑니까
“드라마 들어가면 한 번씩은 가요. 대부분 몰래 갔어요. 세트 뒤로 가서 떡이나 음료수 주고 선배님들께만 인사드리고 와요. 어머니 촬영장에도 그렇게 가요. 지난번엔 제주도도 한 번 다녀왔어요. 어머니가 아이를 너무 보고 싶어해서요. 전 촬영 들어가기 전이었고 남편도 이틀이 비었어요. 그래서 바로 비행기 예약하고 떡 맞춰서 들곤 제주도로 갔죠.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요즘도 전화하실 때마다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면서 그 힘으로 버틴다고 하셔요.”
떨어져 지내니 전화비가 꽤나 나오겠는데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시시각각 대화하죠. 남편이 요새 ‘우리 너무 대화를 못했어요’ 하는 문자를 보내요. 지난번엔 밤 10시쯤에 집에 올 것 같다고 문자가 왔어요. 다음 날 촬영이 오후에 있어 잠시 짬이 났다면서요. 제 촬영이 아침이었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술 한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고 답을 했죠. 아기 재워놓고 일해주시는 아주머니께 봐달라고 부탁한 뒤에 남편이랑 나가서 둘이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야기하다 들어왔어요.”
술을 자주 함께 마시나요
“둘 다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살이 쪄요(웃음). 술 한잔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갖는 거죠. 그런데 이런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안 하면 가정이 유지될 수 없지 않을까요. 저희는 불같이 연애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 10년간 워낙 친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서로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결혼하게 됐거든요. 그래서인지 연애감정은 오히려 결혼하고 나서 더 생겼어요. 결혼하고 나서 더 떨리고 특히 신혼 때 그런 감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드라마 끝나면 늘 같이 여행 다니곤 했어요. 사실 배우로서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하려면 운동도 정해놓고 해야 하고 스킨케어도 받아야 하는데 하나도 못해요. 아이가 생기니까 이제 그런 건 못하겠어요. 왜냐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 아이에게 시간을 내는데 그 시간마저 다른 일에 투자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날 하루만큼은 아이에게 제 공력을 다 쏟거든요.”
연기하랴 아이 키우랴 힘들 것 같은데요
“힘들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요. 예를 들어 아이를 재울 땐 꼭 제가 재워요. <두 아내> 끝나곤 6개월 정도 쉬면서 아이랑 함께 있었는데 문화강좌, 전시관 찾아다니면서 아이에게 집중했죠.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못하지만 다행히 지방촬영이 없어 새벽에 나와도 인사를 나눌 수 있고 중간중간 집에 들를 수 있어요.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남의 손에 맡길 수 있는데 아직은 어려서요. 게다가 제가 매일 데리고 자던 버릇이 있어 아이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엄마가 없으면 자다가도 엄마를 찾아요. 그게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아이 키우며 모성이 위대하다는 걸 실감해요. 예전엔 힘들면 중간에 1박 2일이라도 시간을 내서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지금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보면 에너지가 재충전이 돼요.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시간은 다시 올 수 없잖아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아쉽잖아요.”
부부간에 존댓말을 쓰는 것으로 아는데 언제부터 썼죠
“결혼하면서부터 그렇게 됐어요. 오빠가 저보다 다섯 살이 많은데도 결혼 전에는 격의 없이 친하게 지내다 보니 막말도 하고 그랬어요. 결혼할 무렵부터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입에 익었어요. 존댓말도 일부러 하자 해서 하게 된 게 아니라 남편의 애교 덕분에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연애할 때 남편이 ‘지영, 그랬어요’, ‘아, 너무 힘들어요’ 하면서 아기처럼 굴어요. 제가 좀 무뚝뚝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왜 이래’ 하다가 안 받아주니까 머쓱해하더라고요. 나중엔 같이 맞장구를 쳐줬지요. 그러다가 그 말투가 일상화된 거예요. 아이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하는데 좋은 것 같아요. 서로 존중하면서 사는 기분이에요. 싸우더라도 ‘됐어’에서 끝나요. 그 말이면 진짜 화난 거예요. 말이 더 이상 세게 나가지 않더라고요. 남편에게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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