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날들을 저는 지내고 있습니다.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트레스에 맞서는 순간 몸에서 전에 없던 에너지가 샘솟는 궁극의 쾌락의 경지를 맛보기도 합니다.
편안하세요? 너무 스트레스나 자극이 없어도 좋은 일은 아닐 겁니다.
오늘도 인적 없는 서숙회에서 혼자 놀기로 주말 저녁의 저에게 에너지를 주입하려 합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저는 뇌과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뇌과학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하죠^^ 그냥 이런 저런 뇌과학 관련 에세이를 읽어보았는데, 꽤 많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뇌 발달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지요. 아이고 철없는 것! 나이 50이 넘어 이제서야 쯧쯧...
어떻게 하면 나의 뇌를 좀더 활성화 하고 발달 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저는 몰입하곤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뇌의 가소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현대 뇌과학자들의 의견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참으로 힘을 주는 소식입니다.
자, 횡설수설 시작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결심한다고 해서 그 결심대로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은 흘러가지 않습니다. 난 역시 안 돼, 라고 무조건 낙담만 하지 말고 생각이란 걸 한번 해봅시다.
이유는 뇌가 그리 세팅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그러한 맥락입니다. 중언부언합니다. 뇌를 세팅하지 못하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지 못합니다. 강한 결심만으로는 안 돼요.
무의식의 영역에 어떤 내용물을 적재해 놓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활동들은 뉴런들 간의 새로운 연결을 발생합니다. 우리의 뇌가 변화하는 것이죠.
무의식 영역에 좋은 컨텐츠들을 꾸준히 적재해 놓아야만 우리는 하고자 하는 일을 하다가 난관에 부닥쳤을 때 반짝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창의성은 무의식의 영역에서 발원되는 무엇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무의식의 영역은 뇌의 어딘가에 속한 것임이 분명하고, 그러한 뇌를 긍적적으로 세팅할 수 있다면 우리가 무언가 이루기 위해 하는 노력은 고통이 아닌 쾌락을 동반한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숙련된 마라토너가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우리는 화폐경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교환이 불가능한 것들은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소중한 것은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내면이 그러하죠. 내가 한때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소설가 김영하는 인간의 내면이란 크레페 케이크 같은 것이라 말한 적 있습니다.
인간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얻는 것은 고유한 헤맴,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이라는 것이죠. 이것은 교환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 하나의 얇은 세계가 우리 내면에 겹쳐집니다.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한 세계 위에 독서와 같은 정신적 경험들이 차곡차곡 겹을 이루며 쌓이면서 개개인마다 고유한 내면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크레페케이크를 닮은 우리의 작은 우주는 우리의 직접, 간적 경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것들이 조용히 우리 안에서 빛날 때, 우리는 인간을 자본으로 환원하려는 세계와 맞설 존엄성과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네 탓이 아니라 뇌 탓이야>라는 책이 있습니다.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고 저자가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책 제목만큼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사람의 운명에 대한 통찰이 집적된 절묘한 제목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 싶어서 점술가를 찾아가나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싶으면 뇌 전문가를 찾아가세요. 자신의 뇌가 운명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술을 잔뜩 마시고 숙취에 정신을 못차린 날이 있었습니다. 힘겹게 일어나 무심히 TV를 켰는데 어떤 프로그램에서 솔리드 출신의 가수 김조한이 나와서 인터뷰를 하고 있더군요. 그는 자신이 생각은 영어로 하고, 그 생각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노래 가사를 쓴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말에 뒤통수에 도끼가 꽂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나는 한국어로 생각하고 미국사람은 영어로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 좋은 생각을 하려면? 그 물음까지 나아갔을 때 나는 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몰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이가 들어도 뇌는 가소성이 있어서 우리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뇌는 변화합니다. 여기서 무엇무엇을 해야 뇌가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은 자신이 찾으면 되지요. 다만 저는 한국어로 생각하는 동물인 것을 항상 생각하고 나의 뇌는 내 사지의 모든 근육과 연결되어 있음을 항상 생각합니다. 제가 자주 하는 긍정적 뇌세팅 활동의 발화점입니다.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게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혁명을 위한 활동을 기꺼이, 즐겁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라는 무시무시한 말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발화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뇌가 그리 세팅된 것이죠. 우리의 관심과 행동, 정서와 쾌락은 모두 뇌에서 발원합니다. 나는 뇌입니다.
나는 뇌인데, 나는 몸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내 몸 전체가 뇌, 인 것입니다. 몸 전체로 생각하고 몸 전체로 삶을 살아내는...
혹시 살면서 자기 자신이 싫을 때가 있지 않은가요? 저는 자주 그러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자기 혁명을 시도하지만 쉽지 않아요. 다만 그 혁명의 활동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제가 아주 비루한 인간이란 걸 깨달았을 때 무참했습니다. 그 생각을 극한으로 밀어부쳤을 때 내가 비루하게 태어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라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책임 회피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더 밀어부쳤을 때 태어난 건 내 잘못이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나의 가소성의 영역을 잘 일궈나가지 못하는 것은 전적인 내 책임일 것이라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자기 혁명이 필요했고, 그 혁명은 즐거운 것이어야 지속가능할 것이었습니다.
즐거운 혁명을 위해 자주 복용하는 시가 있습니다.
서숙인 여러분 오늘 저와 함께(?) 시 한 편 같이 읽어볼까요? ^^~~
제대로 된 혁명 / D.H. 로렌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 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것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는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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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위정자들은 대부분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가 굴러가는 방향만 쳐다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과 수레를 뒤엎고, 밥상을 뒤엎는 짓거리가 혁명이 아닙니다. 혁명은 혁명적인 것을 읽어 깨닫고 그것을 내면화하고 육화하여 표출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은 궁극의 쾌락을 동반합니다. 어찌 혁명이 즐겁지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혁명할 준비 되었습니까.
온몸에 숨어 있던 수많은 날개들을 활짝 펴고 골대를 향해 스스로 날아갈 준비가 되었습니까.
대답이 작습니다. ~~~~~ !
첫댓글 사진 멋지네~ 디카시 우수상 수상자의 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