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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필로 그린 경수필 집필 방향(1부)
-들어가기 전에 본고는 예비 수필작가 지망생들을 위해 만든 교재임을 밝혀둡니다. *적절치 않은 부분에 대한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
(1)한 해가 저물어가는 어느 겨울 저녁. 몇몇 친구와 함께 용산역 부근의 모 지하 민속주점에서 막걸리를 나누었던 생각이 난다. 허름한 민속주점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막걸리 주발을 부딪치며 피우는 이야기 꽃. 이 보다 더 향기로운 안주가 어디에 있으랴. 그 중에서 향기가 오래가는 꽃은 아마도 군대 이야기리라.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도 그러하고, 갓 전역한 젊은이들도 그러하지 않은가. 군대 이야기가 공감이 가는 이유는 집을 떠나 수년간에 걸친 집단생활을 하는 가운데 나름대로의 값진 추억을 쌓았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분단 시대의 숙명을 떨치고파 다시 총대를 잡고 싶은 거룩하고 숭고한 심정의 발로일 수도 있겠다. 육․해․공군별, 계급별․주특기별 군복무 환경이 죄다 다르기 때문에 주고받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공통 화제로서 서로 긍정적으로 조응할 수밖에 없는 군 시절 이야기. 그러한 자리에 부대쪽을 보고는 오줌도 안 누겠다던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앉아있음을 종종 훔쳐본다. 초임병 또는 초급 간부 시절에 어려웠던 이야기, 내무 생활 체험 또는 지도 이야기, 훈련 도중에 생긴 에피소드, 까다로운 상급자에게 성공적으로 결재 받는 요령 등,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겪어보지 않았던 내용들을 접하다보면 신선하고 참신하기만하다(신변잡기의 본령). 또한 그러한 이야기들은 나를 자욱하게 흥분시킨다. 다시 군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이든지 완벽하게 소화해 낼것 같은 자신감이 들 정도로 말이다.
*신변잡기(身邊雜記) : 자기(自己) 한 몸이 처해 있는 주위(周圍)에서 일상(日常)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적은 수필체(隨筆體)의 글(한자사전). 신변잡기를 신변의 일을 적은 잡다한 기록으로 이해하면 안됩니다. *책 첫장에서 독자들을 유인할 수 있도록, 만인이 공감하는 부분들을 작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어 의미를 심화 시켜주는게 좋을 듯 합니다. *이하 펼쳐지는 본문에서는 그때그때 빨간 글자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했습니다.
(2)얼마전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K는 안주도 나오기전에 막걸리 두 주발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러면서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서리처럼 하얀 입술을 슬그머니 떼기 시작했다. 이때 찌그러진 한되 짜리 노란 주전자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다른 두 친구의 시선도 내 얼굴을 거쳐 검게 그을린 K의 얼굴로 옮겨졌다.
K가 초임 소대장 시절, 1주간의 당직근무를 설때의 일이다. 한번은 술을 먹고 중대 행정반 책상위에서 잠을 잤단다(진솔성). 곯아 떨어진 K 의 책상 옆에서 전역 얼마 안남은 중대 보급 담당 L병장이 후임 보급병을 군기 잡는다는 명목으로 몇 차례 때렸단다. 결국 그 일로 군복차림의 헌병대 수사관 하나가 부대로 들어와 가해자인 L병장의 손목에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수사관이 전 중대원을 막사 앞에 세워놓고 정신교육을 하는 사이, K는 헌병대 지프 뒷자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앉아있는 L병장에게 다가갔다. K는 지프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같이 술 먹은 것 절대 이야기 하지 마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말이 목 젓에서 맴맴 돌았단다. K는 L병장의 닭똥 같은 눈물을 보고서야 꾹 참고 마음 푸근히 먹으라는 말만 해줬다.
다음날, K는 자기를 조사 나온 헌병대 사복 수사관한테, 자기 과오라며 주저 없이 술 먹은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다. 이번 불미스런 일로 모시고 있는 중대장<대위>와 대대장<중령>에게 누를 끼쳐 죄송할 뿐이라며,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단다. 그러자 수사관은 깜짝 놀라며 담배를 권했다고한다. 며칠 후 대대장은 K를 불러 ‘요즈음 일이 손에 잘 안 잡히지? 내가 연대장님한테 강력하게 건의 드려서 너는 처벌에서 제외되었으니 원리 원칙대로 임무수행 잘해!’ 하면서 뜨거운 꿀차를 건네주었단다. 얼마 후 비무장지대를 감시하는 초소인 지피<GP>로 투입되었는데, K의 지피를 순시한 연대장(대령)도 , ‘소대장, 그때 그 사건 알지? 내가 사단장(2성)님한테 강력하게 건의 드려서 아무 탈 없이 만들어 준거야. 눈 크게 뜨고 한 건 올려서 빛 갚아야해.’ 똑같은 격려를 두번이나 들은 K. 내 덕이 아니라 상급지휘관에게 덕을 돌리는 두 지휘관들의 순수한 모습이 가슴속 깊게 각인되는 순간, 군대도 사람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처음 느껴봤다는 K. 그의 눈망울은 그믐을 지키는 등대보다 더 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의미 부여).
K가 어찌나 생생하게 들려주던지, 메모를 안 해도 머리에 쏙쏙 입력이 된다. 내 업이 먹물 직업인지라, K의 말 중에 거짓이 들어갔나를 잠시 생각해봤다(독자에게 신뢰를 주는 중요한 요소).
①K가 술을 먹은 증거 사진도 없기에 오리발을 내밀면, 당직근무자가 잠을 잔 근무태만 부분과 구타 사고에 관한 문책만 받으면 될 터인데, 가중 처벌 요소인 음주 사실을 왜 굳이 이실직고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게다.(독자 입장에서 당연한 궁금증). ..................잠깐만........................................................................................... *①문장은 글자수가 무려 90자가 넘는다. 한 문장의 길이는 보통 30~50자 내외가 좋다. 한문장의 길이가 200자 원고지 3줄을 초과하면 독자들의 호흡이 막히고 문장이 뒤죽박죽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굳이 길게 쓰고 싶으면 쉼표를 적절한 곳에 찍어줘야 좋다. 위 문장은 아래와 같이 두 문장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①K가 술을 먹은 증거 사진도 없기에 오리발을 내밀면, 당직근무자가 잠을 잔 근무태만 부분과 구타 사고에 관한 문책만 받으면 될 터인데, 가중 처벌 요소인 음주 사실을 왜 굳이 이실직고했을까.②그러한 의문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
물론 헌병대에서 L병장을 다그칠 경우, 동반 음주사실을 털어 놓으리라는 것을 예견하고 그리했거나, 인간으로서 마음에 찍힌 양심이라는 사진을 지울 수 없어 순순히 털어 놓지 않았을까.(어느 현상에 대한 자기 느낌). K가, 구차하다 생각하여 일부러 이야기를 안했거나 놓쳤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듯 궁금한 부분을 청자인 내가 유추하고픈 생각이 들 정도로 K의 이야기에 빠져들었으니, 그의 고백론<?>은 성공한 셈이 아닐까.
생각을 대충 마치고, 막걸리 주발을 드는데, 옆에 있던 J가 낮은 목소리로, 헌병대로 들어간 L병장의 뒷일을 묻는다(관련된 인물의 거취 궁금). K가 말하기를, L병장은 사단 영창 생활을 마치고 인접 사단으로 전출 가서 바로 전역했단다. 당직근무자가 술을 왜 먹었느냐는 J의 말(사건이 일어난 핵심 배경)에 K는 벌컥 술 주발을 들이킨 후, 안주 집어 먹을 틈도 없이 다시 입술을 열어젖힌다. 그날이 3․1절이라 중대장, 대대장이 연대 3․1절 행사에 참석하는 동안 부대를 지휘하던 부대대장<소령>이 각 중대의 당직사관들을 대대 지휘소로 호출했단다.
K는 부대대장 성격이 별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후다닥 뛰어가고 싶었지만, 3․1절 공휴일인지라, 면회 온 병사들을 일일이 정신교육 시키고 다음 날 있을 공용화기 사격 준비하느라 10분 늦게 대대 지휘소에 도착했단다. 다른 중대 일직사관들은 미리 와서 꽂꽂한 자세로 서있었단다. K가 들어가자마자 부대대장은, 새파란 신임소대장이 10분이나 늦었다며 대뜸 전투화 발로 정강이를 두어 번 걷어찼단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단다.
이때 J가 몸통이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를 들어 K의 빈 주발에 막걸리를 채운다. 그러면서, “맞아요. 상급지휘관이라고 해서 예하부대 운용을 모르고 함부로 당직근무자들을 집합시켜서는 안되지. 참 좋은 이야기 들었소.”(작가의 경험을 듣고, 독자 스스로 인식하는 과정. 따라서 작가가 자신이 의미부여를 지나치게 도배하면 글이 자칫 건조해질 수 있다. 독자들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J가 따라준 술을 한 모금 마신 K는 다시 입을 열었다. K는 그날 자정 무렵, 하도 울적해서 동향 후배인 L병장과 중대 행정반에서 술을 나누었단다. 해서 그런 일이 터졌고. L병장이 퇴창후 다른 부대에서 전역하자마자 중대 행정반으로 전화를 걸어 K의 안부를 제일 먼저 물었다고 한다.
전방으로 투입되기 전에 부대대장은 후방으로 빠졌고 다른 부대대장이 그 자리를 메웠단다. 기실 K는 헌병대 수사관한테는 부대대장과의 일을 이야기 않고, 직속상관인 중대장한테만 보고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래 그렇게 된 거로구나 라는 생각이 살랑 스쳐 지나간다. K는 깊은 강물에 빠지면서 결코 남을 끌어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 부분에서 상급지휘관들이 K를 건져주었고, 솔직성이나 자기 책임 감수태도 등을 참작하여 전방까지 데려 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영관장교인 부대대장을 후방으로 뺄 정도인데, 술을 먹고 잠을 잔 당직근무자를 어떻게 비무장지대 근무를 시켰으랴(독자 스스로 의미 자각. 작가가 쓸 경우 자찬 요소는 가급적 제외. 꼭 작가가 쓰고 싶으면 ‘들려오는 말을 듣고는 나는 피식 웃었다.’ 식으로 겸손하게 표현).
이번엔 내가 K에게, 헌병대에서 어떻게 알고 들이닥쳤냐고 물었다(직접 체험한 요소들은 궁금증이 없도록 언급). K가 주저하자, 그동안 아무 말 없이 술잔만 기울이던 병장 출신 H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흐흐. 현역 장군님, 예비역 대령님, 문학협회 회장님 계신 자리에 감히 병장 출신인 제가 한 말씀 올릴테니 잘 들어보소. 어떻게 패서 어딜 다쳤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정도 상황이면 골 때렸을거야. 아마 의무 계통으로 흘러 들어갔겠지. 내무반 그림은 육군하고도 야전포병 병장 출신이 꽉 잡고 있지. 아무렴.”
K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 자리의 미남형 J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한 마디 던진다. “그래요. 내 모처럼 밖에 나와서 자료수집 톡톡히 하고 가오. 기실 사회든 군대든 다른 사람들의 경험사례를 통해서 자기화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지. 책이 그러하고, 매스컴이 그러한 것 아니겠소. 내가 예하 지휘관들 한테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게 바로 그거요. 원론적인 정신교육보다 사례인용을 통한 입체적인 정신교육 말이오. 그래야 쏙쏙 박히지. 아니 그렇소, Y형?”
갑자기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줬다. J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 오늘 책 한권 잘 읽다 먼저 갑니다. 계산은 미리 해놨어요.” J가 자리를 뜨고 난후, 막걸리 두어 주전자를 더 비우고 나서야 셋은 생맥주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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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알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건필 하십시요.
두어 시간 동안 수정하고 있는중에 들리셨군요. 감사합니다.
카페지기선생님, 수필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물 흐르듯이 전개를 해 나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지금처럼 쓰시면 됩니다. 잘 쓰시고 계십니다. 본 게시글은 강의 목적상 만든 교재이기에 잘못된 부분도 넣었습니다. 빨간 글자만 보셔도 작은 도움이 되리라봅니다. 늘 아름다운 필력 충만하십시오. 내방 감사합니다.
수필 강의를 이제야 읽고 있습니다. 좋은 수필..정말 감상 잘하고 갑니다. 선생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제 작은 마음에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건필을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