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돌잔치든 집들이든 집에서 하는 곳이 드물다. 그나마 밖에서 식사후 차 한잔 대접하러 들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호사다.
동네마다 찻집이 들어나는 이유도 이와 관련있을 것이다. 옛날 시골동네야 옆집 살림이 내것인냥 익숙해서 밥 한끼도 수저 하나만 더 놓으면 가능했다. 쌀이 부족해 감자 옥수수 넣어 불리더라도~
아파트에서도 집집이 모여 점심을 해먹고 새로운 반찬이라도 생기면 니누던게 그리 멀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요즘은 함부러 집을 찾아가는건 고사하고 벨 조차 맘대로 누르면 안된다. 누구인지 확인도 필요치 않다. 인터폰을 통해 문을 열지 말지 인기척조차 숨길지는 선택사항도 아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 교육도 그렇게 시킨다. 몇해 알고지낸 인연이라던가 괜한 인심에 불현듯 열었던 대문에 칼부림이 났던 뉴스가 한두번이 아닐테니 튼튼하게 걸어잠구는게 만사튼튼이다.
부모자식간에도 결혼후 맘대로 드나들면 안된다. 서로가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편하다. 솜씨탓이 아니래도 집에서 식사한다는던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몇 날을 고민하며 준비하거나 전문가를 불러야 가능할까…쉽사리 일을 만들수가 없다. 그래서인가 당연한 방문이 자연스런 초대가 가능한 지키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며 자꾸 미루는 집이 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외갓집은 언제든 밥 한그릇은 준비되어 있는것 같다. 솜씨좋은 요리가 아니어도 빛깔좋은 그릇이 아니어도 아직은 수저 한벌이면 충분히 넉넉할 것 같다. 차라리 배 부르다고 손사레 치는 일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나이의 할마니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걸까. 손주를 데리고 외출해도 늦둥인냥 예쁘고 젊은 할머니는 이젠 나도 내 인생을 찾겠노라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야박해진 할머니 인심탓인가? 하지만 모든 일들이 할머니끼리의 비교일까? 할아버지들은 지금까지 무얼하고 있었을까?……..
외할머니의 숟가락 / 손택수
외갓집은 찾아오는 이는 누구나
숟가락부터 우선 쥐여주고 본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없을 때도, 집을 찾아온 이는 누구나
밥부터 먼저 먹이고 봐야 한다는 게
고집 센 외할머니의 신조다
외할머니는 그래서 대문을 잠글 때 아직도
숟가락을 쓰는가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꽂고 마실을 가는가
들은 바는 없지만, 그 지엄하신 신도대로라면
변변찮은 살림살이에도 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한 그릇의 따순 공기밥이어야 한다
그것도 꾹꾹 눌러 퍼담은 고봉밥이어야 한다
빈털터리가 되어 십년 만에 찾은 외갓집
상보처럼 덮여 있는 양철대문 앞에 서니
시장기부터 먼저 몰려온다 나도
먼길 오시느라 얼마나 출출하겠는가
마실 간 주인 대신 집이
쥐여주는 숟가락을 들고 문을 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