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이미지는 어쩐지 좀 그로테스크하다. 그의 비비꼬인 추상적인 문장과 그래서 더욱 난해한 그의 철학이 그렇고, 무엇보다 (최소한 내게는) 그의 초상화가 그렇다. 그러한 이미지가 얼마나 그의 철학과 부합한지, 혹은 얼마나 그의 철학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커리캐처 속의 헤겔은 제법 샤프해 보인다.
헤겔은 괴테 이후 독일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 받는 횔더를린, 그 민감한 감수성 때문인지 정신분열증에 빠져 수십 년을 고통받다 쓸쓸히 죽은 바로 그 횔더를린, 괴테나 실러도 곤란한 인물이라며 꺼려했던 횔더를린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물론 헤겔이라는 인간은 별로 매력이 없는 위인이었고, 그의 삶은 단조로운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정적인 청년기를 보낸 그의 저서 곳곳에는 뜻밖에도 도도한 시정(詩情)이 넘쳐흐른다 : "이 정신왕국의 축배에는/절대정신의 영원성의 거품이 끓어 넘친다."(<정신현상학>),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만 날개를 편다."(<법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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