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추 (혹은 푸코의 진자)는 워낙 유명한 소설이다보니까 읽어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솔직히 전 이책을 지금 3번째로 통독하는 중인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에코의 다른 책들처럼 논리학, 오컬트 및 기독교, 유대교, 역사, 문화에 대한 지식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난해하기 짝이 없습니다.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하자면 성당기사단에 대해서 연구해온 주인공이 어떤 인물로부터 비밀을 감춘듯한 난해한 문서를 얻습니다. 이 정체가 불확실한 인물에 따르면 그 문서는 성당기사단 뿐만 아니라 역사상의 거의 모든 비밀 단체들과 지식인들이 찾고 있는 힘을 얻기위한 음모에 대해서 중요한 열쇠가 되는 힌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주인공 및 그와 함께 일하는 출판사 직원들은 그 말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다만 그 문서를 바탕으로 심심풀이삼아 음모론적인 시각에서 세계의 역사를 다시쓰는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다만 장난으로 여겼던 일들이 점점 사실이 되어가기 시작하지요.
하여간 그러한 플롯을 위주로 굉장히 복잡한 인물들, 그리고 역사적 사건들을 그야말로 완전히 재해석하는 이론들이 등장하지요. 읽다보면 에코의 과거와 현대에 걸친 문화, 역사, 문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찌보면 컬트적인 크툴루에 대한 언급이 나올 정도니까요). 거기다가 에코가 끊임없이 제시하는 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생각하게되지요. 이런저런 면들을 다 보았을 때, 푸코의 추는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스타일에서도 포스트모던 문학의 극치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에 출판된 바우돌리노는 가벼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물론 여기서도 진실(특히 역사적인 면에 있어서)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요. 하지만 푸코의 추보다는 덜 심각하고 더 역사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푸코의 추에 비해읽는 이가 갖게 하는 숨막히는 긴장이 좀 모자른 글이어서 가끔 지루할 때도 있더군요.
전체적인 플롯은 신성로마 제국의 황제 프레드릭 바바로사가 이탈리아를 공략하던 중에 입양한 바우돌리노라는 사람의 인생, 특히 성배를 찾기 위해 프레스터 존의 왕국을 향해 떠나는 모험이 중심입니다. 당시 벌어지던 교황과 황제의 권위에 대한 논쟁을 미리 이해한 다음 읽으니까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욱 쉬워지더군요. 뿐만 아니라 푸코의 추에서처럼 역사적 사실들을 새롭게 써나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바바로사의 십자군에 참여하기 위해 진군하다가 중도에서 익사한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새롭게 설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지요.
하여간 두 책 모두 시간 때우기 보다는 정신적, 혹은 논리적 유희를 즐기기 위한 책으로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아 그리고 장미의 이름을 읽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특히 번역되지 않은 라틴어 문구 및 여러 가톨릭 종교에 대한 세부설명)들을 Adele J. Haft가 엮은 Key to the Name of the Rose라는 책도 있더군요. 관심있는 분들은 아마존에서 한번 찾아보세요. 저는 얼른 크리스마스가 와서 친구에게 선물로 사달라고 협박(?) 할 수 있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첫댓글 저도 장미의 이름을 읽은 후에 푸코의 추도 샀는데,,이책 또한 역시 해설서가 필요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