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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사적저널 14, 15 - 9. 11 다음날의 썰렁한 분위기, 화려한 외출
사진은 도미누스 플라비트 경당의 제대위 창문으로 본 구예루살렘과 통곡의 벽입니다.
제목: 썰렁한 분위기
날짜: Wed, 12 Sep 2001 20:29:38 -0400
2001. 9. 12
어제와 오늘 비유에 대한 수업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 분위기가 그런 수업을 하면서도 집중하기가 어렵네요. 역사의 예수에 대한 작업을 해나가면서,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애석하게도 나누기가 좀 뭣하네요. 나중에 다시 한번 기회가 되면 전하지요.
어제 오후에 전해진 뉴스로 어제 밤부터 오늘까지 분위기가 흉흉합니다. 어제 오전에 수업이 끝난 후 시내에 나갔다가 택시를 타고 베타니아의 거처로 돌아오는데, 택시기사가(아랍인) 저에게 못하는 영어로 미국인들이 벌을 받았다고 그러는거에요. 뭐라고 많이 말을하시는데 잘 알아듣지는 못하겠고.. 그저 무슨일이 있었나보다 했지요. 거처로 돌아와보니 분위기가 뒤숭숭한게 영 아니더라구요. 오후 늦게 CNN과 BBC 가 연결이 되어 뉴스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뉴스라면 역시 BBC 가 믿을만 합니다. 한번 세계를 경영했던 가닥이 있어서 그런지 CNN 같이 호들갑스럽지를 않거든요. 반 이상이 미국인들이라서 집에 전화들 하느라고 한바탕 난리를 치뤘습니다. 물론 통화가 될 리가 없지요. 미국내에서도 저희들끼리 지인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북새통일텐데요, 국제전화가 될 리가 없겠지요. 더구나 이스라엘, 거기서도 통신시설이 좋지않은 아랍지역 베타니아에 있으니까요!
미국이 정보가 철저하고 그런줄 알았는데,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허술한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네요. 한국같으면 청와대 상공 근처에만 와도 발칸포가 작열해서, 유탄으로 애꿎은 시민이 죽곤 하는데... WTC(세계무역센터)는 그렇다고 해도 펜타곤이라는 곳이 그렇게 허술한줄 몰랐네요.
너무 많은 무고한 시민이 죽었고, 그 가족들은 또 어떤 심정일지. 어제 밤에 CNN으로 WTC 건물에 비행기가 부딪히는 장면을 보았는데,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단말마가 들리는 듯 소름이 끼치더군요. 많은 미국사람들은 눈물까지 글썽거리고.
미국쪽 뉴스를 들으면 외국에 나가있는 단체나, 여행자들을 소개시키는 것 같아요. 저희는 반 이상이 미국국적의 국제 학생단이지만, 아직 스케줄의 변경은 없습니다. 다만 미국대사관측과 긴밀한 연락관계를 갖는 것 같더군요.
시나이나 이짚트에는 못가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기회가 닿으면 개인적으로 다녀 오고 싶습니다. 저는 미국국적이 아니니까. 서양 사람은 미국인인지, 뉴질랜드인 인지 구별이 안가서 테러를 할지도 모르지만, 동양 사람은 확연히 표가 나니까요. 아직 생각중입니다. 이곳에만 계속 머물러야 한다면, 혼자라도 갈 생각이지요.
아직 교수들도 결정은 안했구요.
아침 저녁엔 긴팔이 생갈날 정도로 날이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오늘은 오랫만에 저 남동쪽 멀리 네겝의 사막과 산들이 보이는군요.
참 원래는 내일 13일 텔 아비브를 거쳐 자파(유명한 지중해의 항구도시입니다) 에 가서 수영을 할 계획이었는데, 연기되었어요. 그래 학생들 대부분은 그냥 집에서 쉬기보다는 수업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요. 필요한 학점을 미리 하고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수영을 하러 갈수 있을테니까요.
이곳에 있는 미국사람들이 이런 농담을 하는군요. 자기네들이 이스라엘에 간다고 하니까 친지들이 걱정을 하고, 기도하겠다고 했는데, 이젠 거꾸로 이곳이 미국보다 더 안전하고, 본토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기도해야 하겠다구요. 듣고 웃으면서도 서로 썰렁하더군요. 저도 시카고에서 떠나기 전에 한 미국신부님을 만났었는데, 이스라엘에 간다고 하니까 미쳤다고 하시면서 꼭 고백성사를 보고 가라고 하시던게 생각났어요.
제목: 화려한 외출
날짜: Sat, 15 Sep 2001 20:50:09 -0400
2001. 9. 15
오늘은 본래 수업 일정이 잡혀있었는데, 지난번 쉬는 날에 학생들이 요구해서 수업을 했더니, 이번에는 교수가 힘들어 못해먹겠다고 해서 쉬는 날로 잡았지요.
엘러지 때문에 이틀을 굶고 아침 식사에 나갔다가, 한 식탁에 앉은 사람들과 작당을 해서 외출을 하기로 했습니다. 으흠! 제가 대장이 되어서!
잘나서가 아니라 미국인이 아니기때문에! 그래 네 명이서 아침 열시에 집을 떠나 올리브 동산을 넘어 빠뗄 노스뗄(주의 기도 교회) 교회로 향했구요. 이 성당의 정원에는 각 나라말로 된 주의 기도가 다 모여져 있습니다.
지난번에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서 길을 찾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이곳은 올리브동산의 능선에 있습니다.
봉쇄수녀님들이 성물을 만들고 그곳 기념품점에서 판매를 하지요. 우스운일 하나. 우리 일행이 성당 참배를 마치고 성물가게에 들어섰는데, 아마 제가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수녀님이 생각했나봐요. 사람들이 성물들을 사고 밖으로 나가는데, 그 수녀님이 저를 부르더니 선물을 주시더군요. 저는 물론 아무것도 안 사지요. 얼떨결에 무슨 가이더가 되어 그곳 수베니어(기념품) 가게와 거래가 있는 것 같은 관계가 되어버렸답니다.
능선을 넘어 예루살렘 old city 의 전경을 다 볼 수 있는 파노라마를 거쳐 Dominus Flevit (주님의 눈물, 탄식)경당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루까복음 19:41의 말씀에 근거해서 세워진 것이지요.
Lament for Jerusalem
AS he drew near and came in sight of the city he shed tears over it. 42 and said, "if you too had only reconized on that day the way to peace! But in fact it is hidden from your eyes! 43 Yes, a time is coming wher your enemies will raise fortifications all roun you, when they will cncircle you and hem you in every side,
44 " they will dash you and the children inside your walls to the ground; they will leave not one stone standing on another within you, because you did not recognise th moment of your visitation".
41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42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43 그때가 너에게 닥쳐올 것이다. 그러면 너의 원수들이 네 둘레에 공격 축대를 쌓은 다음, 너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조여들 것이다.
44 그리하여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마태오복음서 23:37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들을 죽이고 자기에게 파견된 이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는 너!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
루카복음서 13:34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들을 죽이고 자기에게 파견된 이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는 너!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
그런데 오늘 아주 재미있는 발견을 했어요. 우리일행은 저를 포함해서 프랜시스(미국인), 로잘린(미국인), 쟈넷(미국인) 이었는데, 쟈넷이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Dominus Flevit 경당에 제대가 있는데, 제대의 받침대 정면에 닭과 병아리가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쟈넷은 그 닭이 암닭(Hen)이 아니라 수닭(rooster) 이라는 것을 발견했어요. 벼슬이 있었거든요. 성서의 말과는 다른 모습이지요. 그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예술가는 무의식적으로(남성이 지배하는 사회문화의 영향으로) 수닭을 연상하고 그려넣었을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지요. 암닭은 벼슬이 없는데, 거기에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있는 닭은 벼슬도 있고 발의 모양도 수닭이었어요.
쟈넷은 다음번 페이퍼의 주제로 이것을 선택할거라고 하더군요.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맞은편 언덕인 올리브동산 기슭에는 여러 기념성당들이 있습니다. 최정상에는 예수승천경당, 그리고 우리가 방문했던 주의 기도 성당, 좀 내려와서 예수가 눈물을 흘리는 곳에 서있는 Dominus Flevit, 더밑으로 아름다운 돔을 가진 러시아 정교회성당, 프란치스칸의 겟세마니 성당 등이 있습니다. 차례로 모두 방문하고 기도하고, 우리는 키드론 골짜기로 내려갔습니다. 이게 다 먼저와 본 사람이 가이더를 하기때문에 가능한것이지요, 흠.
키드론 골짜기에는 유명한 압살롬의 무덤이 있습니다. 다윗의 아들중 하나였는데 반란을 일으켜 다윗을 쫒아냇다가, 나중에 아비새에게 죽음을 당하지요. 다윗은 노련한 정치가다운 면모를 다시한번 보여주구요. Dung Gate를 통해 Old City 로 들어가서 쟈파게이트 근처의 다윗타워를 보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한국식당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한시간 가량 헤맨끝에 친절한 이스라엘 사람을 만나, 그는 가던길도 되돌아서 우리를 안내해주었습니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헛탕을 치고 돌아왔을겁니다. 얼마나 찾기가 어려운곳에 숨어있는지.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도 보지를 못했거든요. 이틀을 굶은끝에 한국식사는 참 좋았구요. 일행들도 아주 좋아했습니다. 이 식당은 거의 90%가 외국인 손님들이라,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많이 동화한 한국음식을 제공하더군요. Korea House. 뭐만 먹으면 종기같은게 솟아나고 가렵고 했는데, 한국식당에 다녀온지 대여섯시간이 지난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것을 보면 역시입니다. 계속 이렇게 엘러지가 잠잠했으면 좋겠는데...여하간 오늘은 시간도 효과적으로 쓰고, 많은 것을 보고배운 보람있는 날이었지요. 엘레지로 부터도 잠깐은 해방도 되고.
내일은 일요일, 새벽에 미사를 드리고 방에 죽치고 앉아 밀린 공부도 하고, 책을 읽으려 합니다. 엘러지약을 먹으면 졸립고, 머리가 맑지않아 공부하기가 어려워요. 내일은 수업도 없으니 약을 먹지않고 책좀 읽으려 합니다.
첫댓글 신부님 테러난 전 날 저녁 미국에 들어가 딸 들과 이야기 하고 늦게 잠을 청해 꿈나라에 빠졌는데 새벽에 식구들의 깨움에 뉴스를 보고 거짓말 같고,하루 전에 들어가 다행이라고 (아이들 이사 문제라 제가 꼭 들어가야 할 상황이라)생각했답니다.. 그때의 일이 주마등 처럼 떠오르네요...그리고 올리브 동산의 성당들이 떠오르며, 미사나 기도 할 때 마다 눈물을 (챙피할 정도로 하염없이나왔답니다.) 흘린 정화의 시간이 지금 이 순간에 그리움으로 스칩니다.. 잘 읽었습니다..
올리버동산에서 멋진 예수님과 데이트 하고싶어요 여행중 알러지 없었으면 더 좋았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