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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치밸리(Larch Valley)를 따라 미네스티마(Minnestimma)호수를 경유해
센티늘 패스(Sentinel Pass·2,611m)로 이어지는 트레일이라면,
10개의 암봉으로 이어진 텐피크(Ten Peak) 최상단 산인 넵투악(Neptuak Mt·3,237m)과
북쪽 웬크쳄나봉(Wenkchemna Peak·3,173m) 사이의 안부인
웬크쳄나 패스(Wenkchemna Pass·2,611m)로 이어지는 트레일은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바위산로 이어진 텐피크의 전모를 한눈에 바라보면서
동화 속의 연못처럼 신비감 넘치는 에펠호수(Eiffel Lake)를 거쳐 웬트쳄나 패스에 올라서는 트레일이다.
모레인호수는 밴프 국립공원 내의 420개 호수 가운데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호수로 페어뷰산(Fairview Mountain·2,744m) 기슭에 위치한
루이스호수에 비해 규모는 못 미친다 하더라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호숫가에 수직으로 치솟은 텐피크와 아우러진 풍광은 여느 호수가 보여줄 수 없는 웅장함과 더불어 신비감을 자아낸다.
루이스호수에서 14km 떨어진 모레인호수는 도로가 호수 바로 앞까지 나 있어 호수를 찾는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트레일은 호숫가 초입의 갈림목에서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면서 시작한다.
갈림목에 ‘라치계곡(Larch Valley), 미네스티마(Minnestimma),
센티늘(Sentinel), 에펠(Eiffel), 웬크쳄나(Wenkchemna)’ 등의 지명이 표시돼 있다.
갈림목을 지나 널찍한 숲길을 오르는 사이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실계곡을 몇 차례 가로지른다.
숲에서 뿜어내는 정기를 보는 듯해 반갑게 느껴지는 지계곡들이다.
왼쪽으로 곧장 뻗어 나아가던 산길은 한동안 숲 외에는 보이는 게 없으나
지그재그 오르막에 접어들면 숲 사이로 만년설을 인 거대한 바위산들과 옥빛 호수가 간간이 바라보인다.
텐피크의 바위병풍에 둘러싸인 모레인호수다.
밑에서 바라볼 때 텐피크는 호수의 근위병처럼 당당한 모습이었으나
예서는 호수의 유혹을 못 이겨 물로 빠져들 듯한 분위기다.
그런 숲을 파고드는 트레커들의 표정 또한 호수의 요정이라도 된 듯 맑은 정기가 넘친다.
회색곰 그리즐리(grizzly)가 간혹 나타난다는 얘기에
곰스프레이를 옆구리에 차고 벨 소리를 울리면서 걷다 보면 벤치가 놓인 갈림목(모레인호수에서 2.3km)에 닿는다.
예서 곧장 오르면 특히 일본 트레커들에게 인기 있다는 센티늘 패스로 이어지고,
왼쪽 허릿길을 따르면 에펠피크(Eiffel Peak·3,084m) 기슭을 끼고 걷다가 에펠호숫가로 다가선다.
일본인들의 캐나다로키에 대한 인연은 남다르다.
제2차 세계 대전시 캐나다 정부는 적대국인 일본 이민자들의 간첩 활동을 우려해서 그들을 밴프로 이주시킨다.
그런 연유로 인해 일본인들은 캐나다로키를 빨리 접하고 또한 모국에 일찍부터 알려줄 수 있었다.
이렇게 알려진 캐나다로키의 수많은 트레일 가운데 가장 인기 있다는 게 센티늘 패스로 알려져 있다.
취재팀이 답사할 때에도 센티늘 패스로 향하는 일본 트레커들을 볼 수 있었다.
나무가 적당히 우거져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허릿길을 따르는 사이 모레인호수가 점점 제 모습을 드러내고
옥빛 호수 위를 가르며 뱃놀이를 즐기는 탐승객들도 보인다.
이후 골짜기 밑으로 빙하수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다가 숲이 벗겨지면 텐피크가 전모를 드러낸다.
호수 아래쪽에서부터 바벨(Babel Mountain·3,101m), 페이(Fay Mount·3,234m), 리틀(Little Moutain·3,140m),
볼렌(Mount Bowlen·3,072m), 톤사(Tonsa·3,054m), 페렌(Mount Perren·3,051m), 알렌(Mount Allen·3,310m),
투조(Mount Tuzo·3,245m), 델타폼(Deltaform Mountain·3,424m), 넵투악(Neptuak Mountain·3,237m)으로 이어지는
고만고만한 높이의 산들은 어깨를 맞댄 채 장벽을 이루며 모레인호수를 감싸고 있는 모습은
캐나다로키에서도 보기 드물 만큼 장관을 이루고 있다.
특히 페이에서 리틀을 거쳐 보렌으로 이어지는 산릉 아래의
페이빙하와 넵투악과 투조 북사면의 웬크쳄나빙하는
치맛자락처럼 호숫가로 늘어뜨린 대장벽과 아우러져 만년설산의 웅장함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만년설산은 빙하 깊숙이 또 다른 호수를 간직하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에펠호수다.
여느 빙하호수와 달리 매년 쌓인 눈이 녹아내린 에펠호수는 한결 맑고 투명한 물빛을 띠며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에펠호수로 다가서노라면 텐피크 가운데 맨 위쪽에 치솟은 웬크쳄나암봉과
그 오른쪽으로 활처럼 부드럽게 휜 윈크쳄나 패스가 보인다.
캐나다데이(Canada Day)인 7월 1일,
여느 해 같으면 눈이 깨끗이 녹아 붉은 빛깔을 띠어야 할 안부 일원은 아직도 흰 눈이 덮여 있었다.
그래도 웬크쳄나 안부는 험난한 대장벽 텐피크와
철옹성처럼 솟구친 헝가비(Hungabee Mt·3,493m) 사이에 문을 열어놓은 듯 부드러운 산세를 이루고 있다.
웬크쳄나 안부에서 모레인호수로 이어지는 빙하는 푸른 나무가 2,200m대 높이까지 올라와 파릇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그 위쪽으로는 파키스탄 히말라야 오지의 산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황량한 분위기다.
그래서 1894년 이 빙하를 처음 찾은 월터 윌코스(Walter Wilcox)가
‘데설레이션 밸리(Desolation Valley·황량한 계곡)’라 이름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데설레이션계곡은 결코 황량하지 않았다.
그 안에 자리잡은 에펠호수는 맑고 곱고 푸른빛을 뿜어내며 골짜기를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다.
웬크쳄나 패스를 향해 가는 길은 마모트들의 거주지나 다름없었다.
첫 번째 만난 마모트 부부는 빤히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새끼 마모트가 눈밭을 가로질러 달려가더니 관목숲 속으로 쏙 들어갔다.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새끼가 안전하게 피신하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자기 살 길 찾아 바위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자기 새끼 사랑은 마찬가진가 싶었다.
골 따라 길게 늘어진 설사면을 가로지르자마자 트레킹 단원들은 모두 허리 숙여 땅바닥을 쳐다보았다.
로키의 산은 옥빛 빙하호수와 눈, 바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위틈 여기저기 눈밭 바로 옆 곳곳에 예쁜 야생화를 피워 놓아 더욱 아름다웠다.
바람도 텐피크 일원이 궁금했는지 에펠호수 쪽으로 넘어왔다.
명경지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에펠호수는 가운데 큰 연못이 자리잡고
그 위쪽과 아래쪽에 작은 연못 2개가 이어져 더욱 신비감이 넘친다.
웬크쳄나와 넵투악은 유혹에 견디지 못해 허리를 굽힌 채 정수리를 연못 속에 담그고 있었다.
그 풍광에 잠시 넋을 잃고 있는 사이 마모트가 또 나타났다.
바위 밑에서 뭔가를 열심히 먹느라 우리가 다가서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니, 내 세상에 웬 이방인이냐’는 표정이다.
호수 위쪽 너덜지대에서 점심을 먹고 웬크쳄나 패스로 오르는 사이 외국 트레커 남녀 두 사람이 내려섰다.
제법 찬바람이 불어오는데도 이들은 반바지 차림이다.
거의 완벽하게 복장을 차린 우리를 기죽이려는 듯하다.
출발기점 모레인호수(1,884m)
도착기점 웬크쳄나 패스(2,611m)
표고차 727m
산행거리 9.3km(편도)
난이도 중급
접근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에서 루이스호수 방향으로 향하면 3km쯤 남겨놓고
‘Morain Lake 11km’ 안내판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들어서면 호숫가 주차장에 닿는다.
웬크쳄나 패스 트레킹은
모레인호수에서 2.3km 떨어진 분기점에서 시작하는 센티늘 패스 트레일에 비하면 한적한 코스다.
에펠호수까지는 길이 완만해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이후 패스까지는 표고차 300m로 예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체력 소모도 많다.
따라서 체력이 약한 사람은 에펠호숫가에서 트레킹을 끝내도록 한다.
왕복 7시간 정도 걸린다. 호숫가 로지(티샵 & 기념품가게)를 지난 이후 커피숍이나 가게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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