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가 김건희, 조동연 논란에 대해 “이 사회가 너무 여성에게만 가혹하다”고 평가했다. 말인즉슨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그의 말이 허점 투성이다.
1) 이 교수가 이 말을 한 게 8일 오후다. 김건희 논란이 불거지자 즉각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조동연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 열흘 가까이 이 교수가 조동연에게 쏟아진 돌팔매질에 맞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뒤늦게 조동연을 끌어다 쓴 건 김건희를 보호하기 위한 소품으로 쓴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2) 이 교수가 말한 서술어 ‘가혹하다’의 주어는 ‘사회’다. 하지만 ‘사회’가 가한 가혹의 정도는 계량해 본 적이 없으니 사실상 그 주어는 ‘언론’이다. 그리고 언론이 가혹했던 건 조동연에게였지 결코 김건희에게는 아니었다.
오늘 아침 14개 중앙일간지의 지면을 살펴봤다. 김건희나 쥴리를 제목으로 한 기사는 조선일보, 서울신문 딱 두 군데였다. 둘 다 저 구석에 1단으로 다뤘다. 그나마 “추미애 ‘쥴리’ 의혹 제기에 야 “강력한 법적조치 할것”” 식으로 의혹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고 국민의힘 입장만 실었다.
반면 조동연 논란에 대해서는 열흘 동안 14개 중앙일간지가 다룬 기사 꼭지수가 64건이다.
양적으로만 64대 2이지, 지면 분량이나 내용으로 따지면 하늘 땅 차이다.
네이버를 조회하면 그 격차가 더 커진다. 조동연 기사는 열흘 동안 약 2500개다. 특히 12/1~12/2 만 하루 동안 쏟아진 보도만 380건에 달한다. 이에 반해 김건희 기사는 20건에 그친다. 그나마 다 국민의힘이 엄포를 놓는 내용 일색이다.
그런데도 둘을 똑같이 ‘가혹하다’라는 말로 퉁치는 것이야말로 진정 가혹하다.
3) 그동안 <열린공감TV>가 쥴리 목격자라며 4명의 증인을 내세웠다. 모두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기성 언론사가 기사화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안해욱이라는 목격자가 직접 얼굴을 내밀고 증언했다. 증언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경력이 결코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열린공감TV>에서 밝힌 ‘KBS 태권도 방송 해설위원’ 부분을 따로 알아보니 18년이나 했다고 한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취재원의 신뢰성이다. 그 정도면 인터뷰를 해볼만한 데도 전화가 걸려 온 곳은 딱 한 곳이었다고 안해욱씨는 말했다. 기사에 조남욱 회장이 등장하니 조 회장에게 연락을 해볼 수도 있을 터인데,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4) 조동연 논란을 최초로 보도한 곳은 <TV조선>이었다. TV조선은 보도 직전에 구구한 변명부터 늘어놓았다.
“성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고 자녀들의 인권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보도 여부를 고민했다”면서도 “검증”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말을 고스란히 김건희에게도 돌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직업 차별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고 가족의 인권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보도 여부를 고민했다. 그러나 검증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도가 불가피했다”고.
조동연은 자신의 사생활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묵살당했다. 하지만 김건희는 <뉴스버스> 인터뷰에서 스스로 “제가 쥴리였으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분이나 보셨다고 하는 분이 나올 거에요. 차라리 쥴리의 진실을 찾아서 그런 거 한번 써보세요”라고 취재를 자청하지 않았던가.
5) 이수정 교수는 “우리가 누구를 뽑는 건가. 지금 대통령을 뽑는 거다. 우리가 국모(國母)를 선거하는 건 아니잖나”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부인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생각할 때 이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잣대는 동일해야 하지 않나? 조동연에게 그리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으면 언론이나 국민의힘이 김건희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 않나?
여하튼 오늘 아침도 신문을 읽으며 입안이 꺼끌꺼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