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24회 산악회의 올해 마지막 산행인 배내골 오두산 등반을 하루 앞 둔 12월 1일 오후 늦게부터 이곳
경주에는 때아닌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가나 안가나, 몇 번을 머리 속으로 생각을 굴리다 산행대장에게 전화를 거니 비가 오면 안 갈거고 안오면
간다는 지극히 당연한 대답을 한다.
그래서 나도 비가 오면 안가고 비가 안오면 간다고 마음 먹고 등반준비를 대충 끝낸 뒤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잔뜩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라면 하나를 끓였으나 시간이 없어 반 쯤 먹다 말고 배낭을 걸머지고는 부리나케 울산으로 차를 몰았다.
종합운동장(동천체육관) 앞에서 산행대장을 만나고 공업탑 로타리에서 울산 친구들을 만났다.
자주 보는 얼굴들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더욱 친근감으로 다가온다,
진하에는 비가 온 관계로 모두들 안가는 줄 알고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어제는 어찌나 몸상태가 좋지 않던지 휴일임에도 집에 가지 않았는데 만일 갔었다면 나 역시 종일토록 방구석
에 누워 뒹굴고 있었을 것이다.
출발하기에 앞서 오늘 우리들을 이끌고 갈 산행대장의 차 속에서 목적지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원래 가기로 한 능동산을 기점으로 가지산으로 갈 경우 코스가 너무 멀어 겨울 산행으로 부적합하다 하여
배내골에서 가까운 오두산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만약 비가 올 경우에는 찜질방으로 간다는 이야기도 오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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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골 고바위를 따라 차를 타고 올라 가는데 조금씩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배내골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서니 어느새 하늘에서는 마치 축복과도 같은 하얀 눈발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맨 뒤에 보이는 저 산이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오두산(824m)이다.
오두산은 오두산에서 시작하여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시살등,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신불능선의 축이 시작되는 기점이 되는 매우 중요한 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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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골 가게에서 비 옷으로 갈아 입었다.
비 옷을 준비해 온 친구도 있었고, 준비 안 한 친구는(본인 같은..) 2천원 주고 한 벌씩 사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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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서 여성 특유의 웃음을 애써 띠우고 있지만 추위까지는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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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골 정자 앞에서 오늘 참석한 5명 단체 촬영.
휴일을 맞아 수많은 등산객들이 분주히 주위를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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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봉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오두산이 있는 왼쪽 길로 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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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눈을 이곳 오두산에서 맞이한다.
매우 의미있는 첫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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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바람을 비껴 맞으며 멋진 대형을 유지하면서 보무도 당당한 24회 산악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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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주위에 펼쳐지는 겨울 풍광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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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노라, 걸었노라, 올랐노라..
오두산 정상 (82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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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에는 없었는데 마침 가져간 과일과 음식, 술이 있어서 종산제(終山祭)를 거행하기로 했다.
시산제가 있으면 종산제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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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총(차동우 동기회 전총무님)이 주섬주섬 종산제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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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님이시여!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성동 24회 산악회 회원들이 산과 계곡을 두루 섭렵하는 동안 아무런 사고없이 안전하게 보살펴
주셨고 산행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친구의 의미와 세상살이의 희로애락을 가르켜 주셨나이다.
부족하지만 여기 준비한 술과 음식을 흠향하시어 오두산 종산제 행사를 어여삐 여기시고 우리의 정성을 흔쾌히 받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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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복~~;;
모두의 눈알들이 반들반들한게 젯밥에만 정신이 팔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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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눈발은 그치고 짙은 산안개가 계곡을 타고 능선을 따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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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고즈녁한 풍경의 산길로 걸어가는 이 기분.
쏴~아한 청량한 공기를가슴 깊숙히 들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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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었이 될꼬하니
오두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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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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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오른 운무가 저 멀리 능동산과 천황산, 가지산을 휘감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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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내봉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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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나뭇잎의 기세를 이기지 못한다는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를 읊조린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세찬 겨울 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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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경험담으로 모두에게 기쁨과 감동을 안겨준 공로를 인정받아
모든 회원들로부터 만장일치로 김교수로 호칭이 주어진 김상엽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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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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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떠났던 두 사람이 돌아오고, 고개 돌려 그들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화면은 정지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며 음악이 흐른다..
김교수 김상엽
부뜰이 신영희
차총 차동우
학다리 이분남
주제가 겨울이야기
노래 이영식 김세화
각본 고영훈
촬영 고영훈
감독 고영훈
제목 디깍단의 전설
이밖에 정수은, 허말남, 허영자, 한병훈, 김종문, 정인순, 박영철, 차용옥, 김영수, 김치권, 송대자, 김대현,
홍정희, 이종일, 한종길, 홍종규, 황귀자, 김선자, 송세진, 기타 여러분들이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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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봉(960m) 에서 단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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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는 상고대가 피었다.
저 산을 넘어 한 참을 가면 간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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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김영수 친구 밥도 준비해 왔다는데 오지않아 산행대장이 많이 섭섭해 한다.
덕분에 나머지 대원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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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
산 정상에서 겨울 찬바람 받으며 친구들과 옹기종기 둘러 앉아 뜨뜻한 시락국을 곁들인
점심을 먹으며 한 꼬뿌하는 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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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레 맛있노..
신이시여, 정녕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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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무구, 천진난만이란 말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부처님 미소를 띠우는 차총. (염화시중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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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잠시동안의 환담이 끝낸 뒤 다시 산길로 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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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늘억새길이 메스컴에 자주 이름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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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골로 내려가는 계단..
이제 하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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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산행을 마친 관계로 모두들 찌뿌둥한 몸도 풀 겸, 찜질방으로 향했다.
이곳이 그 유명한 알프스랜드란다.
벌겋게 상기된, 누가 누군지 구별이 잘 안되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는 한증막을 오가면서
찜질도 하고 잠시 눈도 부친 뒤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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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다운목살로 저녁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굳이 차동우님이 자기 집 근처에 멋진 갈비집이 있다하여
다들 그곳으로 향했다.
저녁은 자기가 내겠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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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호언대로 고기맛이 일품이었다.
곁들여 나오는 재첩국이 특이했고 모두들 배부른 것도 잊어버렸는지 마지막으로 갈비탕 한 그릇씩 더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동우님, 자알 먹었습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요..)
이것으로 2012년 종산제를 겸한 성동초등학교 제24회 동기회 산악회 오두산 등반보고를 마칩니다.
공식적인 성동 24회 산악회의 2012년 등반이 오늘로서 끝이 났습니다.
내년에도 더욱 더 알찬 등반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많은 회원님들의 협조를 바라겠습니다. (산행대장)
첫댓글 오두산 등반 사진 잘 보았음!초겨울 산을 유난히 깨끗한 하이얀솜이불을 덮고있는 포근한 산인가 싶네요?? 산행길을 보니까 일전에 한번갔다온 기억이 나네요(초 가을에) 종산제에 참석이 안되어서 조~옴 아쉽네?? 24회 산악대원을 대신해서 종산재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새해부터는 더욱 멋진 성동24 산악회가 되길 기원 합니다!! 혹한에몸건강하시길^^^^
친구들 추운날씨속에서 즐거운 산행모습들이 넘 멋져
언제한번 같이 동참해야 할낀데!!
언제 하겠노
글쾌. . 그런 시간을 내년에는 가져보자꾸나. . 꼭. .
그날 산에서 막거리 한병 금복주 25% 짜리 소주한병 혼자 다먹었다.
영수야 다음에는 꼭 같이가서 술한잔 같이 하자.
그날 아무도 술 안먹고~~~~
저녁 시사 때도 소주 두병 혼자 먹고~~~~
작가님 작품 멋쪄 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