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마리아께
뜨거운 햇살과 쏟아지는 폭우가 이어지는 심천은 이미 여름입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다가온 성모의 달, 5월엔 여기서도 장미가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며칠 전 북적거리는 시장 꽃집에서 싱그러운 장미를 보았습니다. 잠시
장미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성모님을 떠올렸지만 이내 저는 고개를 돌려 제 갈 길을 가버렸네요. 한 순간
어머니 마리아를 떠올렸다가 금새 잊어버리고 일상에 묻히는 무심한 자녀가 바로 저입니다. 그리고는 힘겨울
때나 소망하는 것이 있을 때 저는 또다시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달려갑니다. 이렇게 못나고 저 밖에 모르는
자식일지라도 사랑한다, 어여쁘다 안아주실 분이 성모님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성모님.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나을 것이니 그를 예수라 부르라’는 천사의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얼마나 큰 불안과
두려움이 어머니께 밀려들었을까요? 저는
특히나 걱정과 불안이 많답니다. 그것은 수시로 닥치는 현실의 어려움에서 오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2천년 전에 성모님께서는
천사께 ‘주님의 말씀대로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셨지요. 주님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하셨던 그 대답. 나를 버리고 주님 앞에
무릎 꿇을 때 할 수 있는 그 말을 저도 할 수 있도록, 저의 오만함을 거두시고, 어머니를 닮게 하소서.
어머니.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저에게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나마 여유로워져야 하는데 저는 어찌하여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따스하지 못하고, 세상의 잣대를 들이대며 이기적인 마음을 갖게 될까요? 성모님 이럴
때마다 저는 당신을 떠올립니다. 핍박받고 외면받다가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기도하셨던 어머니. 죽을 것 같은 고통 앞에서 아들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어머니를 버티게 했겠지요. 아들 예수님을 믿고 흔들리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며 저도 힘을 얻습니다.
이제 세상 속으로 내보내야 하는 제 아이들 뒤에서, 그리고 이미 그
험난한 세상 속에서 가족을 위해 애쓰는 남편 옆에서 저 역시 성모님처럼 든든한 사랑의 버팀목으로 남겠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행하는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저의 이웃과 세상의 모든 이들과 나누겠습니다.
아직 저는 미숙하고 기도마저 부족하여 주님이 침묵하시고 저를 외면하신다고 원망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이런 저를 위하여 예수님께 전구해주소서. 저의 자만을 거두시고 신앙의 마음을 깃들게 하시며, 저의 사랑이
성모님을 닮아갈 수 있도록 제 손을 잡아주소서. 성모의 날에 향기로운 장미 한 송이와 제 마음을 어머니께
바칩니다.
2018년
5월 27일 이 정혜엘리사벳 올림
첫댓글 찬미예수님!
이 정혜엘리사벳 자매님의 성모님에대한 편지글을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저또한 성모님의 사랑과 존경심 자애하심을 많이 느끼며 갑니다.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네~ ~~
'자매님의 아이들과 남편 옆에서 든든한 사랑의 버팀목' 이 되겠다는 자매님! 마음가짐!
우릴 가슴 찡하게 하고, 숙연하게......
좋을글! 씨에씨에!!!
그리고 수고 많았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