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우리 어머님들은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좋은 말을 골라 했습니다. 또 부뚜막에 걸터앉거나 신을 신고 올라서는 일 따위는 엄격한 금기로 여겼습니다. 아궁이를 고치거나 손을 볼 때도 '손 없는 날'로 택일을 해서 일을 했습니다.
우리네 부엌에는 조왕신竈王神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조왕신은 부엌에서 하는 음식과 아궁이 굼불까지 관장 하셨습니다. 조왕을 돕는 시자侍者로 장작과 땔감을 담당하는 담시역사擔柴力士와 음식을 담당하는 조식취모造食炊母가 있지요. 조왕신 모시기는 부엌을 늘 청결하게 하고 음식을 귀하게 여기며 가족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짐하는 민족고유의 신앙이었습니다.
정월 초하루 설날이 남자들 중심의 명절이라면 정월 대보름은 일꾼과 여성들의 명절인 셈이지요.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농사일을 시작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마을에서는 정월 열나흘에 마을 입구에 장승을 깎아 세우고 정자목이나 마을 수호신에게 동제를 지냈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정월 열나흘 대보름 전날 오곡밥과 묵나물 그리고 청어찌개와 부럼 등을 부뚜막에 솥이나 광주리 째 차려놓고 소원을 적은 소지素紙를 태워 올리면서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빌었습니다.
올해는 여러분도 부엌에서 정월 대보름을 맞아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퍼포먼스를 한 번 해 보시지요.
첫댓글 우리 노인네는 형식 없이 냄비랑 소쿠리 째 부뚜막에 올려 놓고 비느라 부끄럽다고 아무도 얼씬하지 못하게 하구선 혼자 제사를 지내더군요..... 아마 옛날 어머니들이 다 그랬기에 식구들도 잘 몰랐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