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gicHand의 저주받은 가요 걸작선(5)
전람회 2집
아무래도 80~90년대 대중음악에 대한 회고를 할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대학가요제입니다...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고 인기도 없지만...
그 당시만 해도 대학가요제 수상 = 연예계 데뷔 및 인기 보장... 이었죠...
신해철이 이끌던 무한궤도가 그랬고... (비록 신해철은 솔로로 떴지만...)
이선희, 유열, 노사연, 김경호 등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스타는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마지막 스타가 바로 지금부터 이야기할...
연세대 출신의 피아노/보컬을 맡은 김동률, 베이스 서동욱으로 구성된 듀오...
전람회입니다...
1993년 대학가요제에서 '꿈속에서'라는 곡으로 출전한 전람회는...
지금까지의 대학가요제 출전 스타일의 곡들과는 다르게 팝재즈 성향의 곡을 들고 나왔습니다...
당시 재즈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파격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되고...
(1988년 '그대에게'라는 하드락 성향의 곡으로 무한궤도가 대상을 탔던 것 처럼 말이죠...)
또한 보컬이었던 김동률의 중저음역대 바리톤 보이스도 상당한 어필을 했었습니다...
기존의 보컬 스타일과는 정반대였으니까요...
기존 대학가요제 스타일이라면 풋풋함, 젊음... 그런 것을 중심으로 추구했었지만...
이들은 세련됨으로 승부를 걸었고 그것이 제대로 먹혀들어갔고...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신해철에게 픽업되죠...
그리고 1994년 1집을 발표하고 '기억의 습작'이라는 곡으로 인기를 얻게 됩니다...
1집 당시만 해도 이들은 아직까지 아마추어적인 느낌을 많이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특유의 세련됨은 여전했지만...
보컬의 세기라든지 곡에 대한 응집력 등... 세밀한 부분들은 조금 부족했지만...
노련한 신해철의 프로듀싱으로 잘 메꾸어졌던 앨범이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들은 자신의(아니면 김동률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했고...
그것을 깊이있게 추구하는 모습을 데뷔 1집부터 보였기에...
이들은 더 클 수 있을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1996년...
이들이 발표한 2집은 1집에서의 단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1집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장점은 그대로 살리고...
부족했던 부분을 메꾸어서 보다 완벽하게 만든 앨범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트렌드였던 스케일이 큰 오케스트라 연주가 덧붙으면서
김동률 특유의 바리톤 보이스와 어우러져...
기존에 전람회가 가지고 있던 깔끔함, 세련됨을 한층 배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타이틀트랙으로 스케일이 큰 팝발라드 '이방인' 부터...
기타로 참여한 김세황(N.EX.T.)의 흐느끼는 기타 연주가 압권인 '유서'...
블루지한 느낌을 주면서 요새도 고백할때 자주 사용되는 노래 '취중진담'...
클래시컬한 편곡이 돋보이는 '새'...
스탠더드 재즈를 선보이는 'Js Bar 에서'와 'Blue Christmas'까지...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그 당시에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였죠...
당시에 거의 이것만 들었고 테이프가 2개가 늘어나도록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CD로 바뀌었지만...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고...
서동욱이 팀 탈퇴 의사를 밝힙니다...
당시 김동률은 공부를 그만하고 음악을 계속 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지만...
서동욱은 음악 대신 다른 진로를 원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람회는 마지막 EP 앨범 '졸업'을 발표하고 해체합니다...
여기에는 김동률이 고등학교때 가요제에서 대상을 탄 곡과...
대학가요제 대상곡 '꿈속에서'가 재녹음되어 실려있습니다...
김동률은 이후 솔로 앨범을 발표하지만...
전람회 시절만한 곡을 아직까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3집 까지는 김동률이라고 하기에는 의아할 정도의 곡들이어서 조금 실망했지만...
4집 부터는 조금씩 그 감성이 돌아오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기대를 놓지 않고 있죠...^^
하지만... 김동률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이승환 4집에 실려있는 '천일동안' 입니다...
앞에서 이승환 4집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곡은 김동률이 만드는 모든 곡에 따라다니게 될 족쇄가 될 지도 모릅니다...
아마 이 곡을 뛰어넘을 만한 곡이 만들어 진다면...
한국 가요사의 명곡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뮤지션으로 남기 힘든 한국에서...
그 만큼은 진정한 뮤지션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P.S.
1. 서동욱씨는 현재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2. 혹시나 헷갈릴까봐... '흥보가 기가막혀'를 불렀던 육각수는 강변가요제 출신입니다... ^^;;;;
Killing Tracks : 이방인, Js Bar에서, 유서, 새, 취중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