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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평수에 좋은 입지조건이 아파트 선택의 기준인 시대는 끝났다.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가 하면 호텔 부럽지 않은 편의시설에 멋진 디자인까지 갖춘 신개념 아파트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달라지고 있다. 요 몇 년 사이 새롭게 지어진 아파트라면 피트니트센터나 실내골프장, 독서실, 사우나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 건 그리 자랑거리도 아니다. 특히 건설사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랜드마크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을 보면 게스트룸, 수영장, 산책로, 골프연습장은 물론 대형수로를 이용한 유럽식 정원까지 등장하고 있다.
입주자들 역시 아파트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커뮤니티 시설을 강화한 아파트는 분양이 모두 끝난 것은 물론 프리미엄까지 붙여져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취미부터 여가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으로 생각하게 된 것.
- ▲ 1 김포 수기마을 힐스테이트. 2 서교 자이. 3·4·5 동천 래미안. 6 목동 하이페리온.
일상의 대부분을 단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리빙’이 가능해졌다. 입주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수영장, 피트니트센터, 골프장과 같은 건강·레저 분야. 영어마을, 공부방, 학원, 독서실 등 교육시설과 놀이방, 게스트룸, 북카페 등과 같은 문화 커뮤니티까지 고루 갖춰진 곳들도 많다.
삼성 래미안의 경우 분양하기 전뿐만 아니라 분양 후에도 꾸준히 커뮤니티 시설 등을 업데이트해줘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요즘은 아파트의 브랜드 네임만으로도 가격에 프리미엄이 생길 정도다.
1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다
달라지는 아파트의 첫 번째 변화는 외관과 조경이다. 상자를 쌓아 놓은 듯 밋밋한 디자인에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허물고 새로 짓는 소모적인 건물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기존 아파트의 틀을 깨고 전원주택과 같은 자연친화적인 자재로 외관을 단장하는가 하면 유명 건축가를 외국에서 초빙해 디자인은 물론 조경까지 맡기고 있는 추세다.
요즘은 아파틀 짓고 난 뒤 조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를 짓기 전 산이나 강 등 기존의 자연을 조경의 일부로 끌어들인 뒤 그에 어울리는 시설이나 나무 등을 덧붙여 조경을 완성한다. 아파트 단지 내를 아스팔트 대신 생태공원, 유럽식 정원 등 테마가 있는 녹지공간으로 구성하는 것 역시 아파트 디자인의 새로운 트렌드다.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마치 전원주택 단지에 사는 듯하다.
아파트 단지 내에 공원 부럽지 않은 산책코스와 축구장 4배에 이르는 중앙광장 등을 만들어 가족들이 산책을 즐기거나 자전거, 인라인 등의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말이면 굳이 멀리 나갈 필요 없이 아파트 내에서도 공원으로 소풍 나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대구 범어동 쌍용예가아파트 단지에는 나지막한 사철나무 2만 그루가 미로처럼 만들어져 있고, 삼각뿔 모양으로 다듬어진 조경수가 줄지어 서 있다, 정원 가운데에는 분수대와 화원이 있어 마치 유럽의 고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 1 래미안 퍼스티지 분수. 2 래미안 퍼스티지. 3·4 대덕 테크노밸리 대우 푸르지오.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추다
최근 아파트 건축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신도시를 만들 때부터 아예 디자인 공모를 통해 시공 능력을 평가하고 업체를 선택하는 건설사가 많다. 디자인 능력이 떨어지면 공사를 따내기도 어려운 시대가 온 것.
친환경에 포커스를 맞추다
최근 분양되고 있는 아파트들은 공간을 넉넉히 확보해 생태 숲을 만들거나 중앙광장을 만드는 등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테마가 있는 정원
나무 몇 그루 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기획과 설계를 통해 어떤 분위기의 정원과 산책로를 꾸밀 것인지 미리 정한다. 여기에 분수, 석상, 오래된 고목까지 테마에 맞는 다양한 소품들로 정원의 멋과 운치를 더한다.
반포동 L 아파트 이지영 씨
“바쁜 생활 패턴 때문에 따로 커뮤니티를 즐기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아요. 가끔 주말에 스카이라운지를 이용하는 정도죠. 하지만 일단 입주를 하면 사용 유무에 상관없이 관리비가 지불됩니다. 예전에 살던 일반 아파트에 비해 관리비가 5배 이상 나오기 때문에 부담이 커요. 시설을 사용할 때만 따로 관리비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2 골프장부터 카약장까지… 운동은 집에서
반포래미안의 한 입주자는, 단독주택에 살 때는 주변에 마땅한 운동시설이 없어 호텔 피트니스트센터를 다녔지만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면서 비용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아파트 피트니스센터는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아 어두웠지만 요즘은 지하에 있더라도 건물 사이 지붕을 창으로 만드는 등 자연광을 이용해 웬만한 피트니스센터보다 환경이 좋다.
이제 피트니스센터, 골프장 정도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하다. 지난해 말 입주한 서초구 반포자이의 경우 아파트 단지 내에 어린이들을 위한 ‘미니 카약장’을 만들었다. 단지 내에 물길을 만들어 아이들이 노를 저으며 카약을 탈 수 있게 한 것. 이밖에도 수영, 배드민턴, 탁구, 볼링 등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 안에서 취미활동별로 동호회 등의 커뮤니티도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 ▲ 1 목동 하이페리온. 2 김포 수기마을 힐스테이트 인도어골프클럽. 3 반포 자이 미니카약장. 4 청암 자이 수영장.
특급호텔 피트니스트센터 부럽지 않은 시설
래미안 퍼스티지의 피트니스클럽에는 신라호텔 피트니스클럽의 전문가들이 직접 선정한 약 60여 개의 유산소 및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가 설치돼 있다. 신라호텔의 피트니스에 적용된 장비와 동급이다. 반포자이 역시 수영장 등 최신 설비는 물론 철저한 관리로 입주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목동 하이페리온 입주자 서진 씨
“커뮤니티 시설은 아파트 입주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다섯 살 된 딸아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가 뛰어놀 공간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단지 내 정원 시설이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단풍이 예쁘게 물든 이번 가을에는 아이와 산책하는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따로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있어 주변 엄마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좋고요. 또 지하에는 배드민턴과 탁구를 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주말이면 세 가족이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해요. 단지 내에 이런 시설이 있으니까 굳이 복장을 갖출 필요가 없어서 더 좋아요.”
3 다양한 종류의 편의시설은 기본
아파트 안에서 ‘원스톱 리빙’이 가능한 이유는 각종 편의시설이 모두 단지 내에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 전문 보육사를 채용한 단지 내 놀이방은 물론 키즈 카페가 있어 엄마들끼리 모임을 갖기에도 좋다. 또한 사우나실, 세탁실, 독서실 등 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위주로 시설이 되어 있다. 무엇보다 아파트 내의 편의시설들은 이용료가 시중의 절반이거나 그것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또한 따로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아파트 내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내 교육 커뮤니티 역시 강화되고 있는 추세. 대구 매곡동에 있는 월드메르디앙은 명품 교육아파트라는 콘셉트로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위한 ‘잉글리시 존’을 비롯하여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키즈랜드, 어린이문고 시설 등 다양한 교육 커뮤니티를 갖출 예정으로 자녀를 키우는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최근 아파트 내 교육 커뮤니티의 강화는 주거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 ▲ 1 동천 래미안 무인택배. 2 김포 수기마을 힐스테이트 유아실. 3 래미안 퍼스티지 키즈룸. 4 래미안 퍼스티지 사우나실. 5 김포 수기마을 힐스테이트 북카페.
주부를 위한 편의시설 강화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건 역시 주부.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편의시설 중에는 주부를 위한 커뮤니티가 많다. 특히 엄마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키즈 카페.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게 하면서 엄마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금광동 래미안 입주자 임상환 씨
“삼성건설 분양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집보다는 오픈하우스나 갤러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현재 제가 살고 있는 금광동 삼성래미안에는 헬스장, 독서실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단지 내의 편의시설은 입주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꼭 필요한 것 위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거나 구색 맞추기를 위한 편의시설은 금방 표가 나고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래미안의 경우에는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4 호텔형 부대시설
요즘 새롭게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로비를 거쳐야 자신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로비가 주목할 만한데, 호텔 로비 못지않게 깔끔한 것은 물론 실내 분수로 장식하고 은은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아 마치 호텔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게스트룸과 스카이라운지 역시 인기 아이템이다. 특히 게스트룸은 예약만 제때 하면 입주자를 찾아온 손님들을 편히 재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이 때문에 명절날 친척들이 단체로 방문을 해도 걱정이 없다. 미처 집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손님이 방문했을 경우라면 접견실이나 아파트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라운지를 이용해도 좋다. 영종지구 우미 린은 최상층에 입주자 공용 펜트하우스와 스카이라운지를 설치하고, 서초구 서초동 서초아트자이는 지상 22층 높이에서 2개 동이 이어진 스카이 브리지에 게스트룸을 만들었다. 게스트룸의 시설은 호텔 못지않아 한 번 방문한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최근 입주한 반포자이와 서초아트자이가 게스트룸을 운영하면서, 이제 게스트룸은 일반 아파트와 고급 아파트를 구분하는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단지 내 게스트룸은 주로 잔치나 제사, 외국 친지 방문 등 가족 행사 때나 집수리 시에 임시 거처로 이용된다. 호텔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방 청소 등 호텔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국 손님이나 친지 방문 시에는 아예 일주일 이상 장기로 이용하는 입주민도 종종 있다. 비용은 단지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1박에 5~7만 원 선이다. 대부분 관리사무소에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수익금은 단지 내 공용시설 보수 등 입주민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
- ▲ 1 김포 수기마을 힐스테이트. 2 반포 자이 게스트룸 침실. 3 영종 하늘도시 우미린 공용펜트하우스. 4 동천 래미안 프론트데스크. 5 동천 래미안 키오스트.
호텔형 게스트룸
메이드 서비스 등 호텔과 같은 서비스를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래미안, 자이, 두산위브더제니스 등 브랜드 아파트에서 앞 다투어 게스트룸을 선보이고 있는데, 2주 전 예약이 필수일 만큼 아파트마다 그 인기가 높다.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10만 원 미만이다.
고급스러운 스카이라운지
직장에 나가는 것 이외의 모든 일상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부대시설들. 특히 스카이라운지는 손님 외에도 가족끼리 주말 기분 전환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전용 디지털 우편함
아파트마다 택배로 인한 소란과 번거로움을 막기 위해 디지털 우편함을 설치했다. 외출할 때도 발송과 수신이 자유롭고 집 안 액정만 터치하면 주차 위치도 표시된다. 특히 냉장 보관이 필요한 택배는 냉장이 가능한 사물함에 맡길 수 있다.
힐스테이트 아파트 입주 예정 이정민 씨
“최근 새롭게 지어지는 브랜드 아파트들은 앞을 다투어 게스트룸이나 스카이라운지 등을 선보이고 있어요. 또 예전에는 동마다 출입구가 있었지만 요즘은 모든 동의 입구가 프론트데스크로 이어져 주민들끼리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 이웃끼리 왕래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 여성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