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학교를 오래해보니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오래 지켜본 아이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더 나아가서 부모 자체의 불안이 큰 경우도 많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이의 불안을 더 키워주는 양육을 하기도 하는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완이가 저랑 지내면서 가장 좋아진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불안에서 상당부분 벗어난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귀막고 눈막고 마음에 들지않는 공간에 선뜻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증세는 완전 제거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금요일 교래리 삼나무숲 산책길 나오면서 들렸던 교래흑돼지식당에 완이가 거부가 심해 결국 완이없이 우리끼리만 먹다보니, 창 밖으로 계속 차를 지켜보며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완이가 거부반응을 보이는 건물이나 상황을 보면 특징들이 있습니다. 굴같이 보이는 공간에 극도의 공포감을 보입니다. 정말 미친 듯 심한 거부를 보였던 레일바이크나 산굼부리 입구도 굴처럼 소리도 울리고 어두컴컴하고 마치 폐쇄된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들입니다.
완이에게 있어 제주레일바이크 경험은 어찌보면 갖지말아야 할 쓸데없는 공포에서 상당부분 벗어나게 해주는 획기적 경험이었습니다. 지난 4월 제주도에 왔을 때 어딜가든 입구를 통과할 때마다 그 놈의 불안과 맞설 준비를 해야 했는데 레일바이크 때는 완전 온 몸으로 거부하니 남자 둘이서도 완이를 이기지 못해 포기할 뻔 했지만 제가 나서서 결국 완이를 바이크타는데까지 그냥 들어서 와야만 했죠.
강제였지만 입구를 통과하고도 레일통 안에 들어가기까지 모두 젖먹던 힘까지 쓰게했지만 막상 타고보니, 위 사진에서 보듯, 불안이 서서히 호기심으로 바뀌고 있는 얼굴표정이 그대로 보여집니다.
완이의 지난 4-5월 사진를 봐도 불안 표시동작은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완이는 그야말로 새로운 상황에서 눈막고 귀막는 불안의 대명사였습니다. 강제성이나 강압적 힘대립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었던 불안의 상습화가 완이의 발달시계를 10년은 늦쳤다고 보여질 정도로 정말 큰 문제였습니다.
이런 완이의 불안성을 다룰 수가 없었던 가족들은 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을 아예 포기했거나, 하더라도 아빠가 오롯이 아이를 안거나 품거나 하는 방식으로 아주 가끔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맘먹고 준비한 제주도 가족여행에서 완이의 탑승거부로 항공이륙이 늦어지면서 결국 완이와 완이아빠는 쫒겨나다시피 한 경험을 기화로 아예 완이하고 여행이란 것도 포기했을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발달학교다닐 때 가족행사로 인해 지방을 가야하는 일이 생기면 저한테 완이를 맡기곤 했죠. 그래서 완이를 본격적으로 맡기 전에도 완이를 충분히 지켜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심한 감각문제만큼이나 더 큰 비중으로 완이를 발달을 막고있는 불안이라는 문제... 사실 저는 발달학교를 오래 운영하면서 불안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불안은 분명 시각처리의 어려움에서 비롯되지만 불안의 크기를 커지게 하는 것은 대부분의 가정에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놀라고 겁내하며 힘들어하는데 그걸 그냥 놔두거나 감수하라고 대범하게 밀어붙일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더우기 부모가 겁이 많고 걱정이 많은 타입이라면 이런 태도는 상상도 못합니다. 아이의 잦은 불안은 결국 새로운 환경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포기하게 하여 세상노출 경험을 최소화하게 됩니다.
이런 모든 요소를 갖고 성장을 한 탓에 완이는 11살이 되도록 늘 불안감은 만빵이고 그 와중에 감각추구 욕구는 하늘을 찌르니 뭐 하나 해결되는 것 없이 악순환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발달학교를 하면서 우는 아이 봐주지 말라고 교사들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부모가 맞서지 못하는 불안이라는 것을 학교에서까지 감싼다면 아이는 영원히 퇴행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폐스펙트럼 연구에 의하면 자폐증을 가진 인구의 절반 이상은 고도의 불안증을 가지고 있다고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거의 다가 아닐까합니다. 엄청 산만하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아이들도 불안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런 행동은 불안할 때 더 심해지게 되어있습니다.
왜 우리 아이들은 이리도 불안을 상습적으로 가지게 될까요? 출발은 역시 전정과 시각정보처리의 어려움에서 시작됩니다. 신생아의 감각 중에서 시각의 발달은 가장 오래 걸립니다. 전정 촉각 청각은 태아기 4-5개월부터 벌써 가동하지만 시각은 아기가 출생한 후에도 1년이 소모됩니다.
빛과 색의 감지부터 사물변별, 입체시각 등을 모두 성장시키는데 1년이 소요되니 상당수의 자폐아이들이 기본적인 시각정보처리 수준이 6개월 미만에 머물러있게 됩니다. 6개월 미만이면 당장 눈 앞에 있는 것은 보이겠지만 거리나 넓이가 넓은 공간에서의 시각처리는 어려움이 있거나 느린 상태입니다. 마치 위의 보이는 사진 중에 4개월의 아가들 시야처럼 입체시각이 아직 가동을 못하니 시각적 입체공간 속 변별능력 장애는 곧 불안으로 연결됩니다.
거기에다 두 안구가 동시에 가동을 못하거나 좌우 안구작동이 되지않는 약시나 안구실행증까지 겹쳐있으면 그야말로 눈뜬 장님 형상인데요, 이런 아이들이 50%가 넘는다는 사실은 바로 자폐증의 불안요소로 직결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만약 내가 세상을 볼 때 아래와 같은 상태로 보인다면 어떨지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향해 자신있게 나아갈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바로 답이 나올 것입니다. 이런 시야왜곡 현상은 시력의 문제와는 완전 다른 것이라서 일반적인 안경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재활운동처럼 안구근육을 단련시켜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감각문제입니다.
상습적인 시각처리장애는 공포감정을 담당하는 측두엽에 놓인 변연계와 편도체만 활성화시키고, 변연계와 편도체 정보를 전두엽으로 이동시켜 공포감정을 해석하고 관리하는 기능은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결국 상습적인 불안증세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설명하는 mesolimbic 이란 말이바로 측두엽과 전두엽의 연결통로를 말하며 이 통로에서 도파민이란 물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ADHD약물을 복용한 아이들이 부작용으로 심한 공포감에 휩싸이는 이유가 바로 약물복용으로 엄청나게 자극된 도파민의 흐름이 전두엽 영역에서 제대로 가동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약수준의 도파민을 방출하게 하는 약물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아이의 불안에 부모가 불안을 감싸주고 외부 스트레스 요인을 막아주기에만 급급하다면 바로 이런 통로의 뇌신경을 발달시켜 줄 수도 없고 악순환만 더 커집니다. 아이의 불안에 더 과감하고 용기있는 대처가 지속될 때 아이는 전두엽을 자극해가며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완이의 최근 사진을 보더니 완이맘 왈, 이제 사진찍을 때 카메라를 응시하네요!하면서 감탄합니다. 제주도에서의 매일 야외생횔과 도파민보충제 투여 그리고 불안이 앞선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던 조치의 결과입니다. 불안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전두엽은 성장하게 되어있습니다.
첫댓글 하루 빨리 완이가 불안에서 벗어나길, 준이가 좋은 쪽으로 발전하기를, 태균형님 건강을 온전히 회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