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아침에 밭에서 참외를 하나 따서 믹서기에 갈았더니 큰 컵으로 두 잔이 나와 모자(母子)가 하나씩 나눠 마셨다.
그제, 올해 처음으로 참외를 하나 따서 칼로 깎아 어머니에게 드렸지만, 틀니가 안 좋아 전혀 잡숫지 못해 내가 다 먹었다.
그래서 오늘은 참외를 믹서기에 갈았다.
믹서기에 갈아놓고 보니 씨가 형체도 없이 갈렸다.
참외 씨를 먹으면 건강에 부작용이 있는지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우선, 참외는 ‘식이 섬유가 풍부하고, 항산화 작용과 혈당 조절을 하고, 심혈관 건강 개선 및 항염증 효과가 있다.’
참외 씨는 ‘소화를 돕고 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변비 예방 및 완화에 도움을 주며,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해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이바지한다.’
그렇다면, 위장이 안 좋아 걸핏하면 소화 장애가 일어나고, 평소 변비와 항문 통증을 달고 사는 우리 모자에게 참외는 꼭 필요한 먹을거리다.
나는 이삼십 년 전에 참외와 수박을 몇 해 동안 밭 노지에 서너 포기씩 심어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참외도 수박도 단 하나도 먹어보지 못했다.
참외는 열매가 큰 감자 만하면 모두 병이 들었고, 수박은 이제 딸 때가 되었는가 싶어 따면 겉은 말짱한데 모조리 속이 상해 있었다.
몇 해를 그렇게 하다 보니 참외와 수박은 원예 전문 농가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하는 것으로 여기고 나는 포기했다.
그러다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 작물과 과수 등 농사짓는 법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참외와 수박
재배법을 접하게 된 것이다.
재배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심어만 놓고 가만두었다.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지난 5월 27일 참외 모종 세 포기를 심어, 현재 참외가 20여 개가 달려 있다.
먹어보니 맛이 아주 좋다.
내년에는 참외를 몇 포기 더 늘리고, 수박도 서너 포기 심으려고 한다.
나는 오랫동안 소(젖소 한우), 사슴 등 초식 가축을 사육하면서 작물이라고 하면 옥수수와 수수, 호밀 등 사료 작물만 알았지, 사람이 바로 먹는 작물은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그 결과 작물 재배에 무지했다.
사료 작물은 하나 같이 퇴비를 많이 뿌리고, 비료를 적당히 주면 된다.
사료 작물은 병충해가 거의 없고, 잡초도 매지 않는다.
예컨대, 옥수수는 씨앗을 파종하고 3, 4일 안에 제초제 한 번 뿌려주고, 어느 정도 지나 비료 한 번 주면 끝이다.
요즘은 토마토가 한창 익는 시점이라 토마토를 믹서기에 갈아 주스를 만들어 어머니에게 드리고 있다.
어머니가 토마토를 충분히 잡숫기 시작한 열흘 전부터
“대변이 안 나오고 항문이 아프다.”라는 소리가 뚝 그쳤다.
내게 2024년은 시행착오와 공부를 통해 작물 재배에 자신감을 얻는 원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