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신문칼럼] 위대한 유산(160810)

[권혁찬]

                                                                     위대한 유산(遺産)              권혁찬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가히 살인적 폭염을 토해내고 있다.

피서지를 찾아 나서려는 발상조차 땀으로 젖어 숨을 헐떡이게 하는 7월 마지막 날 작열 하는 태양을 뒤로하고 세 시간 여를 달려 우리가족 4남매 부부는 강원도 영월 땅에 도착 했다. 동강 축제 마지막 날 피서객들이 북적거리는 둔치를 지나 영월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한우타운에 자리를 잡고 제법 값어치 나가는 음식들로 호사를 누렸다.

누이가 약 4개월 동안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아들 봉호의 둘째아이 산관을 마치고 귀국 하신 기념과 한 가족 피서를 겸하였는데 작년에 참석하지 못했던 제부와 막내 동생 제수씨 까지 8명 전원이 모이는 특별한 계기였다.

아버지께서 생전에 늘 강조하시던 형제화합의 진수를 누리는 모처럼의 가족모임 여행을 위대하게 거행 한 것이다.

우리가족은 매월 가족 모임을 갖는다. 주로 8명의 생일 전후를 기하여 회합을 갖고 회식으로 화합을 다져 온지 수십여 년이 경과 됐다. 물론 아이들도 모두 동참 한다. 이제는 혼인을 하여 가정을 이룬 아들 딸 조카들 내외도 함께하여 그 인원이 상당하다. 또한 손자 손녀들이 재롱을 더해 주며 행복의 고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 모두가 생전에 부친께서 우리에게 물려주신 위대한 유산이라고 우리가족 모두는 생각 하고 있다. 재물이 세상을 지배하는 오늘날 끈끈한 가족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우리가족의 해피 스토리가 하나 더 있다. 아버지께서 기거하시던 빌라를 IMF에 사업을 접고 재기를 준비하는 내게 장남의 입지를 굳건히 하여 가정의 근간을 지키도록 누이동생 모두의 의견 일치로 내게 양보 하였다. 위업을 이어 차례와 제사는 물론 대소사를 주관하는데 손색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 또한 부동자산의 의미보다도 더욱 위대한 아버님의 유산이 아닐 수 없다.

후손에게도 길이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명을 사남매 모두가 공감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년이면 맏누이가 회갑을 맞는다. 인생의 한 수레바퀴를 맞이하도록 단 한순간도 불화를 모르는 우리 사남매의 화합을 자랑하고 싶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실을 보고 배운다. 장조카가 30을 넘겼다. 우리 아이들 남매는 모두 혼인을 하여 성가를 이루었다. 속속 학업을 마치고 조카들도 가정을 꾸미게 될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가족의 위대한 유산을 물려 줄 것이다. 아니 이미 물려받았다. 자연스레 모임에 동참하게 되고 그 속에서 보고 자란 아이들이 가족이 화합을 모를 리가 없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생전에 준비해두신 자그마한 주택이 도시계획에 수용 되면서 다소의 비용이 보상 되었다. 나를 제외한 삼남매에게 모두 양보 할 것을 누이와 상의 했다. 물론 누이께서는 수용하시지 않았다. 누구 하나도 차등 되어서는 안 된다는 누이의 단호한 결정으로 균등한 솔로몬의 법칙을 적용 하셨다. 우리는 누이의 결정을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신 누이는 우리형제들의 기둥이다.

또 한 번의 위대한 유산을 누이의 회갑을 기하여 우리에게 안겨주신 아버지의 위대함에 머리를 조아리며 유형적 자산의 가치를 초월하는 위대한 무형의 유산을 우리에게 물려주신 아버지의 유업을 영원히 이어 갈 것이다. 어제는 아들 내외와 딸 내외가 각자 음식을 만들어 와서 우리 집으로 모여 조촐한 생일 모임을 가졌다. 조금씩 위대한 유산의 전수 절차가 대물림 되어 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 뿌듯한 저녁 식사였다.